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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 리처드 링클레이터(2004)

* 이 글은 시와님의 [다시 만난 셀린느와 제시]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하다가 이번 주말에 가서 봤다. 9년전에 보았던 "비포 선라이즈"는 대강의 줄거리만 기억이 나는데 어떤 분위기였는지는 다 까먹었다. 그렇다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분명 아니고...

 

연인들의 9년후의 만남이라는 소재는 적잖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자그만치 9년전 헤어졌던 사람이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고 또 나와 보냈던 시간을 글로 썼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나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특별하게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은 항상 기분좋은 일일 것이다.

 

영화 속의 쥴리 델피는 그 나이에도 참 아름답다. 오히려 9년전의 모습보다 훠~얼씬 매력적이었다. 약간 마른듯한 얼굴에 눈가의 주름이 특히나...  에단 호크도 전보다 훨 낫다. 9년전 내게 거부감이 들게하던 느끼한 후까시도 많이 죽은 듯하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답게 저마다 생활속에서 느끼는 여러 고민들에 대한 대화도 간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겐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사랑의 찬란함"보다 비포 선셋에서의 "사랑과 일상"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가정있는 유부남인 제시는 만남 초반부터 셀린느에게 다가가려 애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는 달리 셀린느는 나름대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이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은 있으되 그것을 섣불리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30대초반의 미혼여성과 "내 결혼생활은 불행해"라고 말하며 옛사랑에게 "사랑해 줘, 사랑해 줘"라고 징징대는 30대초반의 남성이라... rivermi님 말대로 이것이 나이를 먹어 좀더 유들유들해진 남성의 모습인가? 흠흠

 

영화의 중반이후 셀린느의 감정상태의 변화 등등을 감안하면 제시가 비행기를 안 탔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난 제시가 비행기를 탔으면 싶다. 아마도 난 일상이 된 사랑을 두려워하는 갑다. 사랑이란 천상의 것인게야... -_-a

 

사족1)영화속에서 셀린느의 직업은 환경관련단체의 상근자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의 삶은 그리 궁핍해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라는 공간, 여름같아 보이는 화창한 날씨, 그리고 내가 서유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빈곤하고 고단한 삶까지도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처럼 보이게 만들었을까? 만약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면 여주인공의 직업을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번쯤 유럽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돈 모아서 한 20년 뒤에. 크크크

 

사족2)자동차 안에서 이루어지던 셀린느가 제시에게 말하며 울먹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빌어먹을 남자들이 다 나랑 헤어진 다음에 결혼한다며 찾아와서는 고맙다고 해. 내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이야." 그거 보고 너무 웃겨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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