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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트랙팩03-노동영화제에 관련된 글입니다.
오늘 오후에 가서 본 3개의 영화중 가장 흥미롭게 본 영화였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마디그라 축제에 사용되는 저가 구슬목걸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추적함으로써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적 착취의 본질을 폭로한 다큐였다.
문제의 구슬목걸이의 생산지는 중국 푸저우. 시간당 10센트의 임금을 받는 중국의 10대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착취를 통해 만들어지는 목걸이는, 1세계 사람들의 일회용 즐김(?)을 위해 사용되고 하룻밤만에 쓰레기가되어 길거리에 나뒹군다. 구슬을 사는 미국인들은 그 구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설사 알게 된다고 한들 "그건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는 체념내지는 "어떻게 그런 일이..."라는 즉흥적 분노로 그칠 뿐이다.
언젠가 미국 월마트에 의류를 납품한다는 한국업체의 수출신용장을 본 적이 있다. 원자재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한 뒤 현지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가공되어 완제품이 바로 미국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신용장의 기타조항에 "제품의 생산에 아동노동이 이용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첨부할 것"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그 증명서를 누가 발급하는줄 아는가? 바로 그 한국업체의 사장이 발급하게 되어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라는 건 이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것 같다. 내게는 신용장의 그 증명서조항이 가진 자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징으로 다가왔다.
비록 짧긴 하지만, 직장생활이라는 걸 하다보니 학생시절 책으로만 읽었던 내용이 현실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걸 목격할 때가 많다. 특히 금융업종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현재의 많은 법적, 경제적 제도들이 착취를 합법적으로 제도화시키고 은폐시키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왜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생계를 걱정하면서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하는가? 왜 나는 점심시간에 주방일을 하기 위해 식당 전단지를 들고 식당의 위치를 묻는 삶에 찌들고 환갑이 넘은 아주머니들을 종로바닥에서 만나게 되는가? 이 세상은 서민들로 하여금 돈을 빌려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유지시키면서 "돈을 빌렸으면 이자와 원금을 내야한다"는 원칙만 강요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제력이 있는 법이다. 오늘 영화에서도 목걸이제조업체 사장은 "우리는 법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외쳐댔다. 그는 법을 지켰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착취를 당하는걸까?
이 세상의 누군가가 자신의 노동이 아닌 타인의 노동을 착취하며 살아간다는 건 죄악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죄악으로 생각지 못하게끔 생산과 소비과정을 철저히 파편화, 분절화시켜버렸다. 그러는 사이 자본의 세계화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부분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시작부분 마디그라축제용 목걸이가 지구를 묶고 있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지금, 영화 속의 미국인들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도 이미 많은부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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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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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기엔 우리 삶이 이미 너무 익숙해져있죠. 신고 있는 신발, 옷, 먹는 거, 가지고 노는 거 모두... 때론 그것때문에 절망스러울 때도 있구요. 착취의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나의 모습...환장스럽죠...부가 정보
뎡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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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못 봤는데... 게으름 피우다가 딱 이거 다음 타임부터 봤어요.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최소한 나의 일상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는 알고 있어야 하겠죠. 벗어나려고 노력하구요. 하지만 너무 괴로워하는 것은, 자학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안 좋잖아요.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되 내가 착취자라고 너무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요.부가 정보
xyli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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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덩야핑/자학하는 걸로 비춰졌나요?^^ 어제 영화보고 잠깐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환장'했나봅니다. 그래서 오바했나봐요. 그래도 가슴 한켠에 조그맣게나마 죄책감은 가지고 살아가야겠어요.부가 정보
사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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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자일리톨님도 계셨군요.^^부가 정보
뎡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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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톨님에게도 저에게도 하는 말이었습니다-ㅅ-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뱅글뱅글 아프고 괴롭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괴로우신 마음에 약간 도움이 되시라고;;부가 정보
자일리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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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네~~ 저도 있었습죠. 3편 연달아 보았더니 눈이 돌아가더라는...켁뎡야핑/아~~그랬군요? 제 괴로운 마음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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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nac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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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저도 저도 있었어요. -0-/사실 그 토요일 4시부터 마지막 까지 붙어있었습니다. 미트릭스, 식량의 미래, 메이드 인 차이나, 물은 누구의 것인가, 이과쥬 효과 까지 봤는데 그 중 상영작중에서는 제일 좋았던거 같아요 ^^;
그때 질문하신 어느분의 말처럼, 자본가와 노동자의 도저히 화해할수 없는 현저한 관점차이, 그 생산된 제품이 하룻밤의 퇴폐적행사에 낭비되고 버려지는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면까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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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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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저도 fully 동의~~!!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