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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건희 회장을 존경하는데요?'

떳다! 진보네님의 [트랙-팩 18 : KlN삼성 - "삼성, 됐거덩"]와 관련된 글입니다. 예전에 봤던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삼성, 무서운...]글이 생각나서 이 글도 함께 엮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한한 착취의 가능성은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본 후의 소감("월간 [사람]의 창간" 포스트)을 통해 한번 얘기 한 적이 있다. 뭐, '가족처럼 대우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 속에 숨겨진 진실은 핏줄을 앞세워 착취를 고스란히 참아내라는 의미와 다름 아니라는 그런 얘기. 근데 요즘 삼성의 카피가 바로 그거라서 더 끔찍하다. '또 하나의 가족'. 젠장. 정말 그 카피가 주는 인상이 강하긴 한가보다. 나는 입에 풀칠하기 위해 논술학원에서 노는(?)중인데, 대학 입학 면접 시험 기출문제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도덕적이지만 가난한 삶과, 비도덕적이지만 풍족한 삶 중에 택하라면 어느것을 택할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너무 도덕교과서 같은 질문이기 때문에 흔히 아이들은 '가난보다는 도덕이 중요하다!'라고 쉽게 답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날 내가 만난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윤리의식이 투철한지, '나쁜짓 하면 당연히 벌 받아야죠~ 잘 사는 꼴을 어떻게 봐요?'라는 단순명쾌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네가 생각하기에, 도덕적이지만 가난한 사람은 누가 있는데?"


"그게 누군데?" "이건희요!" 솔직히, 저 대답을 듣자마자 내 본분도 있고 그녀석 머리를 확 쥐어박을 뻔했다. -_-a (속마음 : 이 자식아~! 너네집 분위기를 알만하다. -ㅅ-;; -> 알긴 뭘 알아.) 근데, 그 다음의 그 친구 답변이 더 가관이었다. 아니, 가관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읊어대는 얘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회사에 노사문제도 없고, 우리나라 경제에 큰 버팀목이 되어 주는 기업이자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는 등의....심지어 존경까지 한다면서 이렇게 말을 맺는 것이다. '저는 도덕적이지만 가난한 삶이 아니라 도덕적이면서도 부유하게 살고 있는 이건희 회장님을 존경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면접 시험용 말투)' 오 마이 갓. 결국 삼성의 노조탄압에 대한 얘기(분홍마녀님의 '그 해고자' 포스트)를 해주면서 '아니, 그럼 나쁜 놈이잖아요? 저 이제 싫어할래요!'라는 대답을 듣고야 말았지만 =_=;;; 참 많이 섬뜩했다. 정말 이렇게 얘기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삼성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무서웠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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