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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0호>흔들리는 유럽 위기의 끝으로 치닫는 세계자본주의

 

흔들리는 유럽 위기의 끝으로 치닫는 세계자본주의



반복되는 구조조정과 구제금융
그러나 현실은 디폴트 위기

 

2010년 2월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인해 구제금융을 요청한 이후 아일랜드, 포르투갈까지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국가 재정위기 경고가 이어지면서 그리스로 시작된 재정위기 사태는 유럽 전체로 확대됐다. 유로존은 가혹한 긴축조치로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 8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됐던 그리스 경제는 나아지기는 커녕 사실상의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으며 나아가 주변부의 ‘위기’는 이탈리아 재정위기를 비롯해 프랑스 주요 은행들의 정부 자금 지원 및 연이은 신용강등 등 중심부 국가들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왜, 그리스는 디폴트까지 갔나?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그리스는 경제지표상으로만 본다면 성장률이 평균 4%, 재정적자는 GDP대비 5%미만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지표의 이면에는 유럽통합속에서 유럽 선진자본주의 체제 속에 편입되면서 자본의 자유화, 노동의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속화되는 한편 유로통화체제에 편입하면서 경상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 속에서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인하여 그리스 국채를 갖고 있는 은행들이 파산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초유의 금융지원이 이뤄진 다. 기업에 대한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2년 만에 그리스 국가채무는 150%로 늘었고 재정적자는 두 배가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확대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은행에 돈을 처박고, 이자를 내는데 사용된 것일 뿐이다. 여기에 세계경제가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잠깐 동안의 회복은 이른바 만들어진 ‘거품’으로 불과 1년도 지탱하지 못한 채 다시 깊숙한 침체의 길로 접어든 조건과 맞물려 그리스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즉, 그리스의 국가부도사태는 극복되지 않는 세계자본주의 경제 위기와 은행과 기업들의 부실을 막기 위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의 결과다.

 

주변에서 중심부로,
자본주의 심장으로 다가가는 ‘위기’

 

그리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했을때 주요언론들은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들로 유럽차원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주요 경제신문들과 소위 전문가들도 유럽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6개월도 가지 못했다. 그리스 위기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의 재정위기로 확산됐고 또 유럽 5개국의 문제는 프랑스, 네델란드, 영국 등 중심국을 향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의 돈을 빌어서 프랑스 등 유럽 대형은행들에 이자를 갚고 있었고 유럽 주요 언론들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주요 채권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전에 경고는 현실이 됐다. 프랑스 주요 은행들은 흔들렸고,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제 이탈리아는 재정위기로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야할 처지에 놓였으며 이로 인해 대대적인 긴축프로그램을 유럽중앙은행과 IMF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인가! 포르투갈 역시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긴축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이 역시 모두 자신들의 국민들을 위해 돈을 빌어다 쓰는 것이 아니라 은행 이자를 갚느라, 부실은행과 기업을 살리기 위해 돈을 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경제회생과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차라리 디폴트를 선언하고 돈을 못갚겠다고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다. 어차피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 다시 선진국가들의 은행에 돈을 처박는 꼴 아닌가!
 

자본은 바로 이러한 자본의 위기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공조를 하고 재정위기 상태에 놓은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일 뿐, 노동자민중의 생존이나 소위 그들의 표현대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만큼 그들의 위기는 심각하고 깊숙하다.

 

국제공조, 자본 살리기 위해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지난 29일 독일의회가 유로화구조기금 증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이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에 독일이 1230억유로에서 2110억 유로로 돈을 더 내놓아야 한다. 유로존 17개 국가들 중 유로화구조기금 증대법안을 통과시킨 나라가 10개로 늘어나면서 유럽의 확산되는 재정위기를 안정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법은 EFSF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으로 금융유통시장에서 국채 직매입, 예비성격의 신용제공, 은행 구제금융 지원 등을 EFSF에 허용하는 것이다. 즉, 금융자본을 살리기 위한 비상한 협조와 유럽차원의 자금이 조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유럽발 제2의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 그런가? 일단 그 정도 돈으로 계속해서 도래하는 만기채권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4일까지 진행된 IMF 총회에서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 금융자본가들의 합의하에 일부분에 대한 채무탕감(질서 있는 국가부도)이 논의됐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총회는 폐막했다. 바로 추가로 터지는 유로존 내부에서는 잇따른 재무장관회의, 유로존 회원국 회의를 벌이고 있지만 민간채권자들의 일부 책임을 전제로 한 지원문제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형금융자본을 비롯해 자본을 대변하고 있는 각 국가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회의 결정으로 숨통을 틔웠다고 하지만 실제로 유로존은 더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도래할 각 국가들의 만기채권에 대한 해법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10월이 더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자본들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가혹한 긴축정책은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리스는 벌써 3차례에 걸쳐 재정긴축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에 통과된 부동산세를 비롯해 5만 명에 달하는 공공노동자들의 해고, 40%에 달하는 임금삭감과 연금 축소 등의 구조조정 법들이 통과됐다. 그리고 IMF실사단은 금융지원 전에 매번 이를 감시하고 조사한다. 이를 통해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확실하게 전가시킨다. 이미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평균 청년 실업률은 20%를 상회하고 있다. 자살률은 2배가 증가하고 노숙인도 25%가 증가했다.

 

해법이 없는 자본, 노동계급투쟁으로 새로운 역사를 열어야
 

10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만기도래하는 채권 규모만 950억 유로에 달한다. 2010년 말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들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위험이 노출된 채권액(익스포저채권)이 6천480억 유로(1천조)에 육박한다. 그리스를 해결하면 스페인으로, 스페인 다음에는 이탈리아로, 그래서 다시 프랑스와 영국으로... 그렇기에 유럽의 위기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노동계급이 빠르게 일어나야만, 생존을 넘어 이 체제와 사회 전체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만이 현 국면을 다른 국면으로, 다른 역사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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