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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주간 국제 동향>더반에서의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오염자의 총회'

더반에서의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오염자의 총회'

 

  12월 9일 오후로 예정된 총회 폐막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11일 오전에야 비로소 막을 내렸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역사상 가장 긴 시간 동안 협상이 진행된 것이다. 교토 의정서가 만료되는 2012년을 앞둔 결과는 '더반 플랫폼(Durban Platform)'이라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참가국들은 폐막 일정을 넘겨 36시간의 최후 협상을 통해 ‘교토의정서 연장’에 합의했다. 이것도 일부 국가는 떠난 상태에서의 결과였고 일부 국가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검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합의였다. 합의한 내용은 교토의정서를 적용하는 기한을 5년 또는 8년 연장하고 내년 카타르 총회 때 연장 기한을 확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또한 2015년까지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해 법적 강제성을 강화한 진일보한 새로운 협약을 마련해 2020년부터 발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조항에 대해 인도가 강하게 반대하여 '법적 결과'를 '법적 강제를 가진 결과'라는 애매한 문구로 완화해 참가국 전원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과연 2차 연장이 2013년 이후 5년간 바로 시행될 수 있을지, 무엇보다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이어 기존 참여국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마저 의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교토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이런 핵심적인 문제를 남겨두고 실제 2015년까지 실제로 법적 강제성이 부여된 실효성 있는 새로운 협약이 만들어질지 의문스럽다.(부속조항을 통해 일본, 러시아, 캐나다는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한 가운데 합의한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녹색기후기금’(기후변화로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되는 국가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재원확보 방안도 논의하지 않은 가운데 실현될지 의문스럽다.

이에 기후 변화를 막고자 이곳에 모인 전 세계 활동가와 아프리카 민중들은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를 오염자의 총회(COP: Conference of Polluters)라고 규정하고, 기후 변화의 책임이 있는 엘리트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새로운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발발 9개월, 일본 수도권 대규모 시위

 

  12월 10일, 도쿄 세타가야구의 히비야 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힘내자! 안녕 원전 1000만명 서명’집회가 열렸다. 550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일본의 원전 수출 협정이 국회에서 승인된 것을 비롯해 즉각적인 원전 폐기를 주장했다. 이어 정확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9개월이 되는 12월 11일에는 ‘전국 전력회사, 경제산업성을 포위하자! 원전 재가동 반대’집회가 열려 1500여명의 시민이 히비야 공원에 모였다. 1부 탈원전운동 현장 및 원전 수출반대, 피폭노동문제 등을 제기하는 문화공연에 이어 2부 행사로는 거리행진과 인간 띠 잇기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알려냈다. 시위대는 유라쿠쵸, 오오테 마치, 긴자,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전력회사 8군데(東電→九州電→四国電→北海道電→中国電→東北電→東電→中部電→関西電)의 본사 및 지사와 경제산업성 둘레 7.5km를 돌며 원전폐기와 원전 재가동 허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일본 참의원(상원)은 9일 한국, 요르단, 러시아, 베트남 등 4개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 비준안을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협정은 이미 중의원(하원)을 통과했고, 이르면 내년 1월에 발효된다.

 

중국, 에너지 보급로 확보를 위한 아프리카 세이셸 군도에 군사기지 건설

 

  지난달 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다음주 미얀마 방문이 결정되었다. 원 총리의 미얀마 방문은 중국에게 있어 미얀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번 정세분석에서 언급했듯이 큰 틀에서 중국의 안보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의 일명 ‘진주 목걸이’전략과 미국의 소위 ‘중국 봉쇄전략’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주목걸이’ 전략이란 주요 자원공급처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부터 중국에 이르는 해로 확보 등을 위해 걸프 지역에서 인도 대륙 연안을 거쳐 말라카 해협까지 주요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중국이 에너지자원 수송로, 상선의 안전 확보라는 명분으로 4개의 항구(과다르(파키스탄), 함반토타(스리랑카), 치타공(방글라데시), 시트웨(미얀마) 항구)의 운영권을 항구 개발 및 투자 조건으로 손에 쥐었는데, 이 모양이 목걸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 동안 이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중국은 남아시아 4개 거점을 에너지 자원의 수송로, 상선의 안전 확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대형 군함이 정박 가능한 심해 항구라는 점에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인도양의 패권을 유지해온 인도와 미국의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인도양은 인도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특히 미국은 인도양 한가운데 디에고가르시아 제도에 군 기지를 운영하는 등 홍해와 페르시아만 지역에는 이들 국가의 군함들이 드나들 수 있는 여러 항구가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이 완성될 경우, 미국과 인도가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라카 해협의 ‘포위망’을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들의 항구를 통해 ‘역포위’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은 특히 과다르나 시트웨를 본토와 연결하는 도로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이 해로뿐만 아니라 육상으로도 인도양에 접근하려는 전략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와 중국은 지역 패권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지난 12일 중국 국방부는 아프리카 서부 마다가스카르 북동쪽 세이셸군도에 해군 기지에 준하는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중국 국방부는 세이셸로부터 중국 해군함정이 방문하거나 보급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지가 완성되면 해적 퇴치를 위해 파견된 함정들을 위한 보급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셸은 인도양의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군도국가로, 동부 아프리카와 인도, 파키스탄, 중동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그러한 곳에 중국의 준 해군기지가 구축된다면 ‘진주목걸이’ 전략은 한 단계 더 강화되는 것이다. 지난 8월 마다가스카르 남동쪽 해저 열수광상(熱水鑛床)’ 탐사권을 따낸 후, 인도는 해저 탐사선 지원·보호를 빌미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빈번하게 인도양에 출몰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는데, 그 우려가 실현 된 것이다. 실제 20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힘써온 중국은 중동 석유 수송로와 아프리카 에너지 수송로의 전략적 요충지를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이곳 세이셸에 항모가 정박한다면 인도양 전체를 작전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시작된 미-중 패권다툼이 점점 확대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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