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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주간 초점>2012년, 지배세력들의 ‘권력유지’용 노동공약

 2012년, 지배세력들의 ‘권력유지’용 노동공약

 

연말 연초 노동자민중들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많은 통계들이 쏟아진다. 이 중에서도 눈에 유독 띄는 것은 ‘2010년 노동생산성 증가율 OECD 1위’, ‘연평균 노동시간 2193시간 1위’, ‘저임금 노동 비율 1위’ 등 자본이 얼마나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 짜는지를 확인해주는 통계들이다. 여기에 최근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으니 유럽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MB정권이 최근 ‘장시간 노동체제’에 대한 개혁의 칼을 꺼내들고, 보수정당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 노동공약들을 제출하면서 ‘장시간-저임금-유연화’로 대표되는 현재의 노동정책들에 대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노동자들은 잠시 혼란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두렵기도 하다. 2012년 자본과 정권은 어떤 노동정책들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인가

 

장시간노동체제를 바꾸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MB정권의 노동정책

지난 해 12월 고용노동부는 2012년 업무보고를 통해 ‘2012년을 장시간 노동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정책 방향으로 제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최장 52시간’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법적 제제와 규제들을 펼쳐나가면서 노동시간단축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를 발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경총 등 자본가 단체들은 ‘정부 정책은 노동자들도 원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립하고 나서는 등 마치 장시간 노동체제의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본간의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MB정권이 발표하고 있는 노동정책의 핵심은 최근 경제위기,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자본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합리화’ 과정이자, 동시에 그 비용을 최소화시키면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논리와 방책을 찾는 과정이다. 예컨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며 ‘단시간 노동’을 전면화시키고 있다. 단시간 노동을 제공하면서 겨우 생존할 조건만을 창출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탄력근로제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시간제 노동(단시간 노동)을 전면확대하는 방안이 결합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정규직 현장에도 ‘유연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체제 개혁’은 분명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더욱이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세력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체제 위기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생산성 유지·강화 및 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삭감’을 전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의 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뿐이다. MB정권은 ‘자본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한 ‘성장통’을 말하고 있을 뿐이지, 실제 자본에게 비용부담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예컨대 최근 기업(재벌)에 대한 증세 논의에 대한 일관되고 명백한 태도, 모든 기업들에게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창출에 따른 정부 재정지원 방안 마련,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 및 생산성 유지 기조 재확인 등 MB정권이 ‘장시간노동체제 개혁’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너무나 명확하다는 것이다. 또한 장시간 노동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저항과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대응도 고려하면서 준비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별성이 없는 제정당들의 ‘노동공약’, 오로지 총대선을 향해

당명 바꾸기로 당의 혁신(?)을 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잇따라 총대선용 노동공약들을 발표하고 나섰다. 2015년까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전직원을 대상으로 ‘완전 정규직화’ 이행, 하청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수준의대우를 의무화하는 방안,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을 정규직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 등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매우 적극적이다.

민주당통합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노동정책에 대한 각종 정책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차별시정,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정규직 확대, 비정규직 해결, 사내하도급 해결, 유럽식 정리해고제 도입”등을 주요 골자로 △임금노동자의 50%인 비정규직 비율을 2017년까지 25%로 낮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로 인상 △최저임금을 노동자평균임금의 50~60%로 인상 △330만개 일자리 창출해 고용률 70%상승 △정리해고 요건강화로 정리해고제법 개정 △비정규법에 차별금지를 위해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포함 등 화려함 그 자체다. 통합진보당은 구체적으로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예상컨대 최근 민주노총이 확정한 10대 요구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통진당의 국참당 세력들까지 과거에 자신들이 노동자들에게 벌인 악행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이 제출하고 있는 각종 공약들이 실제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총대선을 앞두고 투표를 구걸하기 위한 공약’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현장노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노동현장과 고용의 미래를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나고 자본과의 투쟁에서 쟁취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들의 정책을 보고 선택하는 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심지어 통진당까지 차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 정치세력들에게 구체적 이행방안이란 없다. 예컨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당면한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실현시킬 방안과 의지는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방안도 그들에게는 없다. 그들은 오로지 ‘총선에서 우리를 뽑아주면 법개정을 추진해보겠다’는 것.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하고 자본에게 무엇을 빼앗아야 하는 지는 불온한 생각일 뿐이다.

나아가 그들이 제출하고 있는 각종 공약들은 노동과 자본의 화해할 수 없는 적대를 마치 법개정과 차선책 등으로 화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만들면서 그 경계선을 모호하게만 만들 뿐이다.

예컨대 노동자들은 쌍용차, 한진을 경험하면서 ‘정리해고제 철폐’만이 자본의 되풀이되는 고용위협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리해고는 기껏해야 요건을 강화해 악덕기업주들을 단속하는 것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비정규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파견제를 비롯해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유연화 정책들을 근본적으로 중단시키려 하지 않는다. 여전히 처우개선과 단계적 이행으로, 나아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유지한 채 임금을 개선하는 방안으로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 자본주의 경제, 나아가 세계자본주의 경제의 미래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뿐이다. 따라서 제도 정치권들이 앞다퉈 제출하는 공약들은 ‘거센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가에 모래성을 쌓을 터이니 믿어달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결국 이들은 ‘복지 국가’ 건설이라는 기치아래 뭐든지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노동존중’으로 착한 자본주의가 가능한 것처럼 허상을 만들어낼 뿐이며 오히려 자본정당들에 대한 노동계급의 분명한 태도를 가지고 투쟁하는 것을 막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을 중심에 놓고 2012년 노동의 권리찾기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정리해고제-비정규 없는 세상을 향한 길은 ‘노동존중의 사회, 복지국가’ 건설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분배, 효율적인 분배’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성장’이라는 논리를 넘어설 수 없다. 민주통합당이나 신자유주의 세력과 야합한 통진당이 연합해서 정권을 교체하고 권력을 쥐게 된다고 하더라도 ‘공황의 칼바람 속에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제-비정규직 철폐’라는 노동악법의 완전한 철폐 요구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선이후 법개정 해서 구제하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정세속에서 예컨대 쌍용차 노동자들 전체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리해고제 철폐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는 것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틀어쥐고 자본의 합리화, 노동자에게 자본의 위기-고통전가를 준비하고 있는 자본의 계획에 대응해나가야 한다.

또한 장시간 노동체제를 개혁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지배세력들에 맞서는 노동자의 올바른 대안은 단시간-저임금노동이 아니라 생활임금 보장-노동시간 1일 6시간 획기적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야간노동을 철폐라는 기조속에서 교대제를 개편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의 대안이다.

그렇지 않고 정권을 바꿔서 법개정을 이뤄내고 권력자들이 바꿔줄때로 모든 것을 미루고 표를 구걸하는 제도정치권에 의존해 투쟁을 포기하거나 연기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현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

나아가 우리는 저들이 제출하는 공약을 넘어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고 확대할 보다 공세적인 요구들을 걸고 대응해나가야 한다. 결국 자본이 만들어놓은 이 사슬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작업장(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즉, 이제 작업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노동의 대응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이를통해 노동자의 통제력이 작업장에서 관철될 때 비로소 고용, 임금삭감의 위협 등 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나아가 노동이 중심이 되는 정치, 현장의 정치를 실질적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은 2012년, 선거에 기대하고 모든 투쟁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국면에 가장 공세적이고 능동적으로 투쟁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그럴때만, 표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며 현실을 감추고 있는 2012년을 현실을 직시하며 돌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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