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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7호> 현장투쟁의 닻을 올려야 복수노조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

 

현장투쟁의 닻을 올려야 복수노조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
노조파괴음모 분쇄하고 전면파업으로 진군하는 유성노동자들 
 
 
조각난 자본의 시나리오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의 공격적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 이어지는 악랄한 노조파괴! 지역에서 민주노조운동의 구심 역할을 했던 유성기업노조에도 공격적 직장폐쇄 → 용역 폭력 → 복수노조 설립 → 민주노조의 무력화로 이어지는 ‘자본의 완벽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그렇게 관철되는 듯 보였다. 노동자들을 치열하게 대항했지만 소수노조로 전락했고 현장복귀 이후에도 무수한 현장탄압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로부터 2년여 가까이 흐른 지금, 이 ‘완벽한’ 자본의 시나리오는 유성기업 현장에서 현대차자본이 경계하고 우려했던 것처럼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조만간 산산조각 날 처지에 내몰렸다.
 
 
선도투쟁과 현장투쟁의 결합 
 
현장복귀이후 1년 6개월간 유성노동자들은 현장탄압에 시달려왔다. 해고자들의 현장출입은 물론 노조간부들의 현장순회도 관리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서야 가능했다. 단협에 보장된 조합원교육도 공장안에서 진행할 수 없었고, 출투를 할 때도 관리자들과 충돌했다.  노동강도는 2배가 넘어가고 금속 조합원들을 표적으로 한 감시도 일상화됐다. 하지만 유성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작년 유성기업 본사 앞 해고자들의 천막농성부터 굴다리 농성까지 해고자들과 노조간부들의 선도적 투쟁이 현장에 자신감과 투쟁의지를 높였고 점차 저항력을 갖게 된 조합원들은 현장투쟁을 벌어내기 시작했다. 아산지회장의 굴다리 농성이 계속 진행되자 조합원들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현장투쟁이 전개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시나리오 한 페이지씩을 확대복사하고 맨 밑에는 조합원 각자의 요구를 직접 쓴 등벽보를 만들어 착용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어용노조 조합원(관리자)의 근무지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를 모으고 이주일 넘게 집단 조퇴투쟁을 벌여냈다. 이렇게 현장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면서 투쟁과정에서 어용노조 조합원들이 다시 민주노조로 넘어오는 승리를 만들어냈다. 자신감이 붙은 현장투쟁은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아산공장 전체로, 다시 영동공장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다시 전면파업!
 
현장투쟁이 점점 파고를 높이자 굴다리 농성은 특별교섭과 현장투쟁 전면화를 기점으로 마무리되고 이제 유성노동자들은 4월 1~2일 전면파업, 이후 지금까지도 매일 2시간 부분파업과 파상파업을 전개하면서 자본을 압박해나가고 있다. 파업을 하면 다시 직장폐쇄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2011년의 악몽은 잊혀진지 오래다. 저항력이 생기고 싸움의 자신감이 붙자 이제 저들의 노조파괴 바이러스에 항체가 생긴 것이다.
이제 유성노동자들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이 폭로되고 검찰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정치권을 향한 압박과 투쟁만으로 유성투쟁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장파업으로 정면승부를 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자본과 노동 간 힘의 관계에서 자본이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최근의 운동지형 속에서, 복수노조제도는 덫으로 작용해왔다. 유성기업지회 또한 자본이 쳐놓은 그 덫에 무력화될 위기에 일시적으로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유성노동자들은 그로부터 해방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이 확고한 현장중심성을 기반으로 투쟁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성기업지회의 투쟁은 현장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이 ‘교섭권의 획득’ 여부에 국한되지 않음을, 문제는 ‘교섭권’이 아닌 현장을 어떻게 조직하고 투쟁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노동과 자본의 지상전의 최후 승자는 결국 누가 현장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판가름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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