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7호>새로운 국면, 정몽구를 제압하는 투쟁을 벌이자

 

새로운 국면, 정몽구를 제압하는 투쟁을 벌이자  
현장파업과 전면적인 정치투쟁이 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투쟁의 상징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철탑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선과 인수위 기간 동안 사내하청 문제를 최대치로 정치화시켜 정몽구를 이기겠다는 포괄적인 계획이 결과적으로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6개월 동안 꾸준히 현장파업을 단행했고, 일정하게 라인을 세우며 생산타격을 주는 성과도 있었지만 현대차자본을 무릎 꿇게 하지 못했다. 현장파업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했지만 승리를 안아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간헐적으로 1~6시간 세우는 현장파업만으로는 3지회가 정몽구를 이길 수 없음이 이제 분명해졌다. 우리는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초강수의 탄압과 지회의 현명한 버티기
 
175일 전 두 동지는 어렵게 철탑에 올랐고, 지회는 여러 차례 힘든 결단의 시기를 경과했다. 최근 현대차 사측은 지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1,2,3차 신규채용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지회는 굳건하게 버텼다. 지부 역시 지회의 요구안은 무리수라며 자신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종용했다. 지회가 지부의 제안을 거부하자, 원하청 특별교섭을 중단하는 반노동자적 행위로 지회를 곤경에 빠트렸다. 지회 조합원들의 동요가 있었지만, 지회는 직접교섭 요구로 슬기롭게 이 상황을 헤쳐왔다. 선배활동가들의 말처럼 버티는 것도 투쟁이었다. 신규채용과 교섭중단이 지회간부, 조합원 모두를 ‘멘붕’상태로 빠트렸지만 지회는 이겨냈다. 만약 지회가 신규채용과 교섭중단이라는 탄압에 굴복했다면 새로운 가능성은 없어졌을 것이다.
 
 
중노위 판결과 교섭
 
지회의 현명한 버티기는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있다. 비정규직문제 해결에서 무능력한 노무총괄 김억조 부회장이 퇴출당했다. 윤갑한 사장은 임명과 동시에 특별교섭을 하자는 담화문을 내야했다. 생색내기 담화문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교섭할 의사를 보여주고 있다. 금속노조도 기존 태도와는 다르게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교섭하겠다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지회가 ‘7인 교섭단’ - 지회3인, 지부3인, 노조1인으로 구성 - 을 인정한다면 4월 안에 교섭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게다가 중노위 판결로 회사와 지부는 최병승 개인의 판결이며, 이에 따라 일단 최병승 1인만 정규직 전환한다는 과거의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중노위 판결은 박현제 지회장의 지적처럼 “현대차가 교섭장에서 주장하던 불법파견은 최병승 개인의 판결이라는 것을 단숨에 뒤집는 판결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비의장에 대해서 GM의 대법판결과 최병승의 대법판결을 위배하는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와 지부의 주된 논리를 깰 수 있어 교섭에 일정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다시 재개될 교섭에서 회사와 지부는 최병승 개인의 판결이 아닌 의장, 차체, 도장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회사는 교섭에서 품관, 생관 등 불법파견 미적용 부서를 집중 부각시켜 정규직전환 최소화로 대응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부가 보여준 태도라면 회사와 유사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지회의 8,500여명의 정규직 전환투쟁은 교섭만으로 끝내기 힘들다. 이제 지회는 다른 수준에서의 지부와 금속노조와의 투쟁도 병행해야 한다.
 
 
7인 교섭단, 치명적 유혹   
 
작년 12월 비정규직 문제를 교섭단 다수결로 정리하겠다는 지부의 입장을 막기 위해 교섭장을 봉쇄한 후 특별교섭은 중단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회 조합원들은 교섭에 목말라했다. 금속노조는 지부와 지회의 갈등을 중재한다며 7인 교섭단을 제안했다. 지부의 불법파견 정규직전환을 교섭단의 다수결로 정리하겠다는 입장과 3지회의 동의 없는 (잠정)합의안 도출 반대 입장에 대해, 7인 교섭단에게 잠정합의안을 내올 전권을 주자는 것이다. 지회가 지금껏 7인 교섭단을 거부해온 것은 지부와 금속노조를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하청 공동투쟁은 배제한 채 사측입장을 대변하는 지부와 그런 지부에게 끌려다니는 금속노조를 믿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회 조합원들은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투쟁 10년 동안 지부와 금속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보다 지회를 상대로 한 힘겨루기를 경험해왔다. 그래서 교섭에 목마른 조합원들조차 금속노조 7인 교섭단에서 3지회의 입장이 관철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3지회의 동의 없는 (잠정)합의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거나 일부는 ‘5인 교섭단(지부1, 노조1, 지회3)’을 지지해왔다. 회사 역시 지회의 직접교섭 요구는 묵살한 채 특별교섭을 주문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해왔다. 
이러한 논란속에서 지난 4월 8일 박상철위원장과 3지회장의 간담회에서 불법파견 교섭재개를 위해 5가지 합의를 했다.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 ② 교섭재개를 위한 불파교섭단 회의를 조속한 시일에 소집한다 ③ 불파교섭단 회의에서 교섭재개를 결정하며 교섭내용은 3지회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 ④ 각 주체들의 의견을 모아 7인 모임에서 의견접근안을 결정한다 ⑤ 의견접근안은 3지회 조합원 총회에서 상정한다. 
그 중 ④항은 금속노조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항의 중요성은 지부와 지회의 입장이 다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상 우리는 이미 3월 19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3지회 간담회에서 대상, 전환방식, 조합원 조항에서 조율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음을 확인왔다. 
예를 들어 ‘대상’에서 ‘직접생산공정으로 한다’의 해석이 상이하다. 지회는 2, 3차도 직접생산공정에서 일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지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디까지 직접생산공정으로 볼 지도 상이하다. ‘조합원’항은 더 심각하다. ‘조합원 배제 없이 하되, 조합원을 최대한 반영한다’로 문구합의를 했는데 이는 문구 자체로 충돌하고 있는 지경이다. 지부와 지회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④항의 7인 모임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껏 보여준 모습과 비교할 때 5가지 합의사항에서 ①③이 이채롭다. 
그러나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고 합의했지만 투쟁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호하다. 3지회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조항도 ‘최대한’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④항이 되며, 나머지 조항은 ④항을 방침으로 확정하기 위한 주변 항목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특별교섭 중단이후 어렵게 비정규지회는 지회 직접교섭을 선택했지만 3지회의 투쟁력 미비로 교섭 한번 하지 못한 채 다시 특별교섭재개로 선회했다. 특히 7인 모임 합의는 의도하든 안하든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투쟁을 마무리 짓자는 것까지 내포하고 있다. 
 
 
교섭과 전면파업
 
금속노조-현대차지부-3지회의 교섭과 투쟁을 병행한다면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 이미 지회는 중노위 판결문이 도착하는 19일부터 본격적인 현장파업에 돌입할 것과 상경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승리를 위한 대책위도 준비 중에 있다. 만약 금속노조-현대차지부가 지회와 공동으로 파업과 정치투쟁을 병행한다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반면 7인 모임으로 적당히 정리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내부투쟁에 다시금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금속-지부-3지회의 공동투쟁으로 정몽구를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노조내부의 새로운 갈등이 재현될 것인가는 지회투쟁에 대한 금속-지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정원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