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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7호> 대학구조조정,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은폐하다

대학구조조정,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은폐하다

 

 

 

97년 이후로 우리 사회에서 ‘구조조정’은 공포의 대상이다. 대학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최근 몇 년동안 그 칼날은 대학생들을 향하고 있다. 똑같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생들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비효율’과 ‘낭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다. 멀쩡히 다니던 학교가 없어지고, 학과가 없어지고, 열심히 냈던 등록금은 간 데 없이 사라진다.
대학 못가면 변변한 직장 구하기도 힘든 이 사회에서, 이젠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미명 하에 대학생들이 퇴출당하고 있다.
 
 
대학 만들어 돈 좀 벌자, 그 결과는?
 
1996년, 대학설립이 자유화되면서 사립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립대학의 배후에는 사학자본이 있었고, 이들은 ‘자유롭게’ 등록금 장사를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국공립대에 대한 정부의 법인화 계획(실질적으로 사립화 계획)이 수립되면서 대학교육부문에 대한 본격적 시장화가 시작되었다. 사립대를 세워 마음껏 돈을 벌게 해 주고, 그나마 있던 국공립대마저 사립화하겠다는 계획을 통해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 즉 개별 기업들의 무정부적이고 경쟁적인 생산이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들의 파산을 낳듯이, 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고 “대학 입학정원이 학령인구보다 많은” 상황이라는 이유로 상대평가를 통해 일부 대학들의 정원을 줄이고 일부는 퇴출시키는 방안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난 2월 1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2기가 출범하여 2014-15년도의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사립대학의 설립을 허가해주고 돈을 벌게 해 준 결과, 이제는 대학이 너무 많아져서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쫓아내는 자본, 쫓겨나는 학생들 
 
문제는 이 상황의 책임이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없어져도 사학자본의 피해는 최소화되도록 정부가 보장해주고 있지만,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학과 구조조정의 경우,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기업과 연계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학과를 제외한 일부 ‘비인기학과’들은 통폐합해버린다. 역시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권리를 박탈당한다.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문제, 부실경영의 문제 등의 책임자는 무분별하게 사립대학을 세우고 사학자본의 배를 불려 준 정부와,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한 사학자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위기는 책임전가를 통해 ‘간편하게’ 해결되고 있다.
 
 
부실사학 몰수 국유화!
 
부실한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은 분명 시정되어야 한다. 학령인구를 초과할 정도로 많아진 대학의 수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보편적인 권리를 정부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에서 공공책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학자본은 배를 불린 채 빠져나가고, 정부는 학생들 앞에서 뒷짐지는 형국이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부실대학’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부실사학자본을 몰수 국유화하고 국가가 공공책임으로 운영해야 한다. 교육시장화의 폐해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학과 함께 대학생과 학문까지 ‘구조조정’ 시켜버리는 대학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해 나서야 한다. 
 
이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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