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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능동성을 복원하는 게 민주노조 사수의 길입니다”

[인터뷰]    “능동성을 복원하는 게 민주노조 사수의 길입니다”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 이화운 지회장을 만나다

 

 

자본의 노동탄압 회오리가 지나고 폐허가 된 현장들이 많다. 그러나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그 폐허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을 다시 복원하려는 노력들이 적잖게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다. 복수노조가 생긴지 1년 6개월. 380명의 조합원이 있었던 보쉬전장에 노조탈퇴가 이어지면서 올해 초에 38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남았었다. 집행부도 사퇴하면서 혼란이 거듭됐다. 과연 민주노조 깃발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집행부가 새롭게 선출되고 6개월이 지난 현재, 꾸준한 현장활동으로 조합원이 2배로 늘었다. 재가입이 늘어나면서 조합 활동도 점점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벽은 여전히 거대하다. 민주노조 복원!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노동자들의 고민을 엿보기로 했다.

 

어용(기업)노조가 생긴 후에 자본의 변화 양상에 대해 얘기해달라.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질문부터 어렵네요. 기업노조 만들자마자 회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한 게 외주화예요. 노조와 상의하고 말고도 없어요. 그냥 해버리는 거죠. 이걸 우리 사업장에서는 이원화 전략이라고 말하는데 특정 부서가 아니라 전체부서에서 일부 물량을 각기 다른 외주업체에 맡기는 거죠. 그래서 얼마나 외주화 되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결과로 잔업특근이 엄청 줄었죠. 조합원들은 회사가 이걸 하려고 어용노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주화가 핵심이었던거죠. 외주업체에 넘겨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겁니다. 
물론 시간당 생산량도 올렸습니다. 이를 효율로 따지는데 부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은 85%까지 올라간 상태예요. 생산효율이 안오르는 부서는 아예 사람을 빼버려요. 그럼 일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여기에 근무시간 준수를 엄청나게 강요해요. 근무 시간 중에 화장실 가는 걸 규제하기도 하죠.
또 ‘시키면 시키는데로 찍소리 말고 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죠.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인간적인 모멸감 같은 걸 느낍니다.

 

보쉬전장지회는 복수노조 이후 집행부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전직간부들도 모두 어용(기업)노조로 넘어갔다.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2012년 2월에 복수노조가 생겼죠. 그리고 지회장이 해고된 후에 사퇴를 하고 집행부가 새롭게 구성됐어요. 그리고 얼마 안있다가 집행부가 단협 개악안을 잠정합의했어요. 이걸 조합원들이 부결시키고 집행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다시 집행부를 선출했어요.
이 과정에서 전직 간부들 대부분이 노조를 탈퇴했죠. 현장활동가 그룹 중 대부분이 어용노조로 넘어갔습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충격이었죠. 회사가 직장폐쇄를 한 것도 아니고 용역을 투입해서 노조를 박살낸 것도 아닌데 노조간부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니까 일반조합원들은 오죽 했겠습니까.
그럼에도 금속노조를 지킨 조합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민주노조를 지켰다는 자긍심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합 활동의 변화라는 게 자연스럽게 조합원 중심으로 흘러가는 거죠.

 

노조활동의 변화도 있을거 같은데, 재가입도 많이 늘었다.
사실 어용노조에 있는 사람들은 자포자기하는 것도 있어요. 워낙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 사측의 무언의 강요에 의해 노조를 탈퇴한 거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저항하지 못할 바엔 순응하고 살자’는 생각을 하는 것같아요.
그에 비해 우리 조합원들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정치파업 왜 하냐’는 반발이 일상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조합원들 스스로 이런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합니다. 매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조합원 간담회를 하는데 자기 시간 뺏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조합활동도 유급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아예 없습니다. 간부들도 마찬가지구요. 이제는 당연하게 자기 시간 빼서 조합 활동에 참여합니다.
재가입이 늘어난 것도 조합원들 활동 덕분이죠. 노조가 조직화 사업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 성공률은 조합원들이 다 높인 겁니다. 어떻게 조직해왔냐고 물으면 조합원들은 그저 웃기만 하죠. 우리 사업장만 그런 게 아니라 소수노조 사업장들은 비슷할 겁니다.

 

노조활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소수노조가 되니 장점도 있어요. 우선 집행부의 생각과 조합원들의 생각 사이에 괴리가 없어요. 또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편이죠. 예전에는 대의원회의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대의원이 조합원들에게 얘기를 안하면 알 수 없는 게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직통이죠.
어려운 점은 조합원은 70명인데 조합 활동은 400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거예요. 복수노조로 있으니 늘 재가입을 조직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선전물도 더 자주내야 하고 현장순회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비교할 거잖아요(웃음). 그래서 모이기만 하면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궁리가 많죠.
활동변화요? 제가 뭘 알아서 거창하게 말할 자신은 없구요. 음...금속이 산별노조지만 지회는 실질적으로 교섭권과 파업권을 가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할 수 있는게 많은 거죠.
그런데 산별노조로 와서 간부들은 이리저리 많이 불려다니는데 정작 현장활동은 너무 약해졌던 것 같아요. 현장은 능동성이 사라지고 자기 활동이 오히려 없어진 거죠. 현장활동 내용도 그래요. 자기 사업장 문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 담벼락을 넘는 자발적인 활동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부터도 담벼락을 넘는 활동은 금속 지침이 없으면 안한단 말이죠.
사노위는 정치세력이잖아요. 현장에서부터 계급적인 문제들, 담벼락을 넘는 활동들을 같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현장 정치라면서요(웃음).
내 임금, 내 노동조건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전체 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현장에서의 활동이 없는데  어떻게 의식의 발전이 있겠어요. 그런 건 다 바깥 일이고 외부세력들의 일인거죠. 그게 또 회사 논리였구요. 그래서 사실 조합원들이나 간부들의 의식은 기업별 노조 때보다도 더 낮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형식은 산별인데 우리는 기업별노조 때보다도 못한 상태까지 간거죠.

 

앞으로 활동방향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우리 조합원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예요. 교섭을 해서 성과를 내오지 못하는데 조합원들이 욕하지 않아요. 미안할 때가 많죠.
그런데 조합원들이 민주노조를 복원하는 게 교섭에서 뭔가를 따오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진짜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은 현장의 주도력을 찾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예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노동자다운 의식과 활동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금속노조와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그런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구체사업으로 만들지 또 궁리해봐야죠.

 

정리 :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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