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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택시노동자들,“민주노조 사수투쟁, 정말 징그럽다”

택시노동자들,“민주노조 사수투쟁, 정말 징그럽다”

노조인정 요구하며 철탑농성, 돌아온 건 탄압과 구속...

 

이삼형, 신동기를 석방하라!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3년 1월 4일 새벽 4시, 한 택시노동자(천일교통 김재주 분회장)가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전주 종합경기장 야구장 철탑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된 69일간의 철탑농성 투쟁은 노동조합을 인정받으며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5차례나 행해진, 최소한의 법·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한 폭력적 침탈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 이삼형과 완산교통 분회장 신동기가 5월 31일 구속되었다. 13일 후 구속된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과 같은 죄명이다. 이른바 ‘특수공무집행 방해.’
이들이 대체 얼마나 특수하게 공무를 방해했단 말인가. 2월 1일과 2월 6일의 1, 2차 행정대집행을 예고조차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 8명에 불과한 조합원들은 250명 이상의 압도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 인력과 맞닥뜨렸고, 막무가내의 대집행 과정에서 부상자가 5명이나 발생했다.
노동자, 그 노동자 중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철탑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택시노동자들에 대한 행정관청의 폭력에 손가락이 부러지고, 전치 4주의 다리 부상을 당했던 택시지부장과 분회장은 구속되었고, 폭력을 자행한 공무원들에게는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고무줄 법

단 한 번의 사전고지도 없었던 5번의 행정대집행에, 관할도 아닌 장소의 집회물품에 대한 강탈, 합법적 집회 장소에 대한 침탈이 동반하는 스스로의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무리하게 구속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저들은 스스로 만든 법조차 휴지 조각처럼 여길 뿐이다. 대한문, 재능 환구단 농성장, 양재동에서는 심지어 길바닥에 나앉은 노동자들의 깔판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농성천막에서는 비닐 한 장으로, 이제는 그 비닐 한 장마저도 덮을 수 없는 노숙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에도,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온전한 자유는, 국가와 자본이 동원하는 관제 데모에나 적용될 뿐이다.
택시노동자 이삼형과 신동기의 구속은, 막대한 비용으로 용역들을 떼로 고용해 집회신고를 선점하고, 양재동 본사에서 웃기지도 않는 위장집회를 하는 현대자동차 사측의 모습과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노동자주머니 털어 카드단말기 설치

상대적으로 더 억압받는 노동자들은, 더 싸우기가 힘들다. 당장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택시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사안에 대해 모여서 토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은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 택시자본가들과 지방정부는 투쟁의 사안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 전주 택시자본가들이 카드결제단말기 설치대금을 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가. 금속노동자들의 임금을 털어 자동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주 시청은 이런 택시자본가들에게 그들이 부담해야할 카드수수료까지 보조해 주겠다고 한다. ‘비용은 택시노동자에게! 이윤은 택시자본가에게!’ 맑스의 말처럼 자본은 처음부터 피와 오물을 흘리며 이 세상에 나오고,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집행위원회’라지만, 정말 노골적이어도 너무 노골적이다. 택시노동자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민중가요 가사처럼, ‘투쟁, 영원한 투쟁’이다.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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