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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꼭.

이주동지들이 강제출국 당했던 날 부터 쓰던 건데 마음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이제서야...

 

 

 

1.

어제 농성장에 갔었다.

이런 저런 일을 같이 처리하기 위해 사람들 약속을 몰아 몰아서 농성장에서 보기로 했다.

M씨가 방글라데시에 간다길래 이것 저것 챙겨 주려고 미리 만났는데 점심을 안 먹은 M씨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식당에서 그 동안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고 M씨는 "마숨씨랑 통화했어요?" 한다. 나는 대뜸 "시러요. 눈물 날거 같아 안할래요." 그랬다.

뭐라 뭐라 한참 이야기를 하고 마숨씨 이야기를 했다.

바로 출국 당하면 안될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데 한숨이 나왔다.

 

2.

2003년에 방글라데시아에 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래 저래 내가 방글라데시아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사람들은 100달러에서부터 이것 저것 전해달라고 물건들을 전해줬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고 겨우 휴일을 맞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내게 왔다. 전해달라고 했던 쇼핑백 중 하나는 유난히 무거웠다. 받아 들고 오는데 약간 짜증이 났다. 안그래도 짐이 많아서 짐 싸는데 고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집에 와서 짐을 싸려 쇼핑백을 열었는데 참 먹먹했다. 그 안에는 머리핀에서 부터 그동안 모았을 화장품 샘플, 치약, 샴푸 등이 그득하게 들어 있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주기 위해 하나씩 모았을 생각을 하니 아까 났던 짜증이 민망해졌다. 그 마음이 참 싸해서 내 짐을 좀 빼고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짐 가방에 넣었다. 

 

그렇게 가져간 물건들을 방글라데시아에 있는 식구들에게 전해줄때 난 좀 뜨아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받아드는데 그 손이 참 야속했다. 한국에서 보낸 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인데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물건만 받아드는 사람들이 참 야속했다.

 

그런 느낌을 M씨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그 느낌이 뭔지 안다고 하면서 고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이주노동자들이 편하게 지내고 넉넉하게 살고 그 것 중 쓰고 남은 것을 보낸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그게 참 문제라고....

 

 3.

농성장에 들어서니 2004년 얼굴 그대로다.  새로운 얼굴이 몇 있었지만 대부분이 이전 얼굴 그대로. 내게 농담도 한다. "우리 농성하니까 비즐리(이주동지들이 만들어준 나의 이름)가 오네. 비즐리 보려면 농성 계속 해야겠네..."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까지만 동지한테 전화 왔다며 내게 전화기를 내민다. 눈물 이야기를 하며 안 받겠다고 하니 "전화로는 안보이니 받아요." 한다. 겨우 전화기를 들었는데 목소리가 울리는 게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다. "까지만씨, 감기 걸렸어요?", "그런거 같에요.", "약 달라고 하셔서 약이라도 먹어요. " 하니 "누가 약을 줘요?" 한다. 아차....거긴 약 안 주지...이전에도 단식하는 동지에게 마그밀을 넣었는데 출입국에서 그걸 안 전해준 적이 있다.

"그럼..거기서 심심하니까 약달라고 시위라도 하세요. '약 줘라~' 하면서 아침에 한번씩 시위하세요. 그냥 재미 삼아서요. 심심하잖아요. 이게 얼마만이에요. 이렇게 쉬는게.."  하니 "그러게요. 이렇게 쉬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한 16년 만..."

한국에 온 게 16년이 된거다. 그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고 지낸거다. 고향에서는 돈 보내는 은행 정도로 알고 그래서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그렇게 일만 하고 지낸거지.

"사람들이랑 일정 맞춰서 같이 갈께요. 뭐 필요한거 있음 이야기하세요." 하니

"괜찮아요. 일부러 오지는 말고 시간 되면 오세요. 바쁘잖아요." 한다.

에고...사람아...

 

4.

농성장에 있는 이주 동지들은 다 아는 얼굴인데 한국 활동가들은 다 새로운 얼굴이다. 그 중에 한명 2004년에도 같이 있었던 한국 활동가 얼굴이 있어 너무 반가웠다. 그 동안 어찌 살았는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얼굴이 안 변했다느니 하면서 농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긴급회의가 있단다.  회의실로 다 모이라고...

 

나중에 회의에 들어 갈 수 있었는데

보호소에 있는 라주씨 신변을 네팔 대사관이 한국 법무부에 넘겼다고 라주씨 신변을 맘대로 하라고 했단다.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손을 털고 한국 법무부에 사람을 맘대로 해도 되는 면제부를 준다.

 

다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하자고 하면서도 법적으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에 황당한 모습이다. 회의 마치고 나와 밖으로 나 있는 계단 쪽에 모여 있는데 2004년에 같이 농성했던  활동가랑은 안 말도 못하고 그냥 담배만 피운다. 그런데 다른 활동가 한 명이 오면서  "뭐 법적으로 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너무하네...참. 무기력하네..." 그런다.  아픈 곳이 이미 딱지가 된 2004년 활동가는 그냥 그곳을 피한다. 이제 그런 말을 한다한들 뭐가 달라질까하는 그런 느낌이다. 무기력...

 

5.

얼마전 '계속된다'를 상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 입에서 이주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잡혀 가고 밀려 나고 그런데 어찌 운동이 될까 뭐 그런 이야기...나는 내가 놀라워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다시 뭐라 부연도 못하고 얼른 화제를 바꾸고는 유체 이탈한 상태로 대화를 이어갔다.

 

슬퍼하는 것도 짜증 나는 것도 너무나 지쳐버린 마음이 어느새 날 그렇게 되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어떤 것인냥 생각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야 덜 아프니까. 어찌 보면 그 시간 동안 난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도 같다. 무기력증.....

그 시간 동안 살기 위해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하는 마음.....

 

6.

돌아간 사람들은 지낸다.

다들 나름의 경험으로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 안으며 산다.

샤말도 그랬고 비두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산다.

자신의 시간이 가치 있음을 말해주듯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한국사회, 한국 정부의 행동들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산다.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해서 살고 있다.

 

보내는 사람은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만 그래도 그 동지들은 산다.

무기력함은 우리 몫이다.

 

7.

문득 그 두가지를 혼돈하고 살았구나 싶다.

이주노동자는 산다. 여기서도 거그서도 산다.

 

그런데 그냥 무기력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일은....복수의 똥침을 날리는 것!

한국 정부가, 이 사회가 얼마나 찌질한지, 얼마나 후진지 알려주기 위해서

복수의 똥침을 날리는 것!!!!

 

찐하게 한번 날려봐야지. 그래야 속이라도 시원하지.

발랄하게 찐하게 그리고 찬란하게 복수의 똥침을 날려야지.

기둘려 니들!!!

 

다짐했다.



분노를 담은 자세로 거만하게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의상이 영 아니라 싶어서 그냥 그림을 그려 봤는데 영 사진 보단 아쉽다.

그래도 이거라도 올려 분노를 나누련다.

기둘려 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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