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배 부르다 2

schua님의 [] 에 관련된 글.

한번에 쓸 여력은 안되고 붙여쓰자니 영 스크롤의 압박을 스스로도 못 견디겠고..

결국...트랙백.

 

여튼 워낭소리 보기 전에 사실 '멘탈', '태백,..'을 보고 싶었으나

눈물을 머뭄고...들었던 것은 마스터 클래스..

 

- 마스터 클래스- 사운드

그 유명한 오가와신스케감독과 관련이 있는 신스케 프로덕션에서 오랫동안

사운드를 하셨다는 아저씨가 오셨다. 말도 무지하게 느리게하고...긴장도 엄청한..

대단한 기술가라는데...한 백오십명 놓고 하는 교육은 첨이라 그 전날 부터 긴장을 하셔서 엄청 조심스럽게 교육이 진행됐었다.

 

교육은 두시간 동안 진행됬는데..

그 분은 신스케 감독이 쌀에 관한 다큐를 만들때 야마가타에 같이 있었단다. 사운드로. 그러면서 한 십년 동안을 소리를 채집했는데...엄청난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단다.

논 한가운데서 눈 오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마을의 소리, 봄이 오는 시기의 땅이 깨어나는 소리...등등...아구구...그 긴 시간 동안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고 눈물나게 징하기도 하고...그랬다. 그런 시간 동안 한기자만 그렇게 한다면 얼매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 분이 한 이야기는 소리가 존재하는 건지...아님 인식하는 것인지...뭐 그런 이야기지 싶었다. 왜 쉽게 표현하면..그런거 평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던 심지어는 있었는지 모르던 소리....들이 내가 어떤 감정일 때, 어떤 상황일 때 그것이 인식되고 내 느낌들이 증폭이 되는 거....그럼 이게 소리가 존재하는 건지..인식하는 건지...음...여튼 난 그렇게 정리했는데....

 

낭중에 방을 같이 썼던 음악감독님이랑도 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참 공감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그림은 어찌 부지런하면 잡아 낼텐데...소리까정...참..어려운 일이라고 했더니...음악감독님 왈, 그것까지 연출이 못하지요. 그건 사운드 관련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다.

 

아구구...좋은 강의를 들을 때 마다 부닥치는 문제다.

다큐를 만드는 사람들도 대부분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막상 작업이 시작되면 모든 고민과 열정은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만드나 거기에 쏠리게 마련이다. 그런데...이럴때 사운드를 같이 고민할 사람이 있다면 촬영을 같이 고민할 사람이 있다면.....그런 고민...그래서 늘상 좋은 강의를 듣고 나면 드는 고민이...지금처럼 감독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어찌 바꾸나....그런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다...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좀더 논의의 장을 만드나...그리고 같이 일할 사람들의 생계문제를 어찌하나...생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한 인건비를 줄 수 있나...뭐 그런거. 그 분이 최근에 작업한 다큐는 사운드만 3개월이 걸렸단다. 우리 현실에 비하면...정말 꿈 같은 일이다. 우린 후반 사운드 작업을 할 때 녹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겨우 3일...사운드 하는 친구가 정말 잘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3개월이란 시간은 어찌하겠는가 말이다.

 

휴우....

그래서 참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음...끙...이건 낭중에.

 

여튼 논 가운데서 눈오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는...장인스럽다는...이제는 좀 촌스럽게 느껴지는 표현이라지만...그래도 장인은....참 좋다.

 

그렇게 마스터 클래스를 듣고. 영화를 두편을 보고 두쨌날은 막을 내리려 했으나.

그날도 무슨 독립영화인의 밤인가하는 모임이 있어서 가서 수다수다. 와장창.

새벽 5시에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역시 10시 영화를 보러 고고싱~~

정말 벌떡 일어나서리...

 

-트랜스 번호 미정

다른 것을 보려다가 5시에 볼 '길'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감정을 아껴야 할 것 같아...왠쥐. 쿨할 것 같은 다큐를 봤다. 근데 이 다큐는 보기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코멘트를 들었다. 대 선배인 김감독님은 '괴물'이란 표현을 썼고 어떤 선배 감독은 그냥 쎄. 그런 이야기를 해 줬다. 근데...난 이상하게 이 다큐가 그냥 쿨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지...여튼 보고 나서도 이상하게 이 다큐는 쿨하구나 했다.

 

아마도 느낌 때문이었을 텐데...같이 봤던 모리는 나의 멘트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난 이 감독이 친구 처럼 느껴졌다. 30살을 먹은 여자, 그 전에는 어디서도 소속시켜주지 않으려 했고 안했어도 그만인 이 사회에서 이제 점점 더 숨이 막히는 나이. 난 그랬다. 그 전까지는 뭘 해도 너무 의미 없이 인식되는 것이 싫었고 반면 그러한 사회가 편하고 자유롭기까지 했다. 김수영 시에도 괘도를 벗어난 자 문득 자유롭다...뭐 그런 표현이 있었는데...난 그 말이 날 말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았었다. 그러면서도 헡헡한..그래서 문득 29살에 여자들이 사춘기를 겪는다는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랬는지 난 너무나 30살을 기대하는지 몰겠다. 왠쥐 그때가 되면 모든 문제가 답을 같을 수 있기라도 한듯...

 

혼자 자유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로 만든 감독은...모리 말대로 아티스트였다. 난 다큐 내내 웃고 공감하며 즐겼던 것 같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에 그녀는 쿨하게 냉소를 보내기도 하고 연민을 보내기도 하고 연정을 품기도 한다. 그래서 참 반갑고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폼새도 좋고...표현력도 참 좋고...그리고 문득 문득 나오는 불어도 사운드로는 아주 효과적이었고.

 

근데 아쉬웠던 것은 넘 매끈하다는 거다. 다큐가 슝하고 내게 와서 그냥 나를 통과해 슝하고 나간다. 난 좀 날 진동하게 하는 다큐가 좋은데 이 다큐는 참 매끈하다.

이 이야기를 영화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던 다른 선배에게 했더니 자기도

이 다큐는 표현이 넘 완벽해서 아쉽다고 그런다. 어쩌면 30대...자신을 찾아가며 지금 자신을 찾은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해답을 얻은 그녀는 너무 쿨하고 남이야 어찌되었든 넘 행복한거다.

 

그래서 난 좀 우습지만 바램을 가져봤다. 그녀가 이 다큐를 만들고 나서 좀 시원했으면 그리고 많이 많이 행복했으면...진짜루..."애인 있어요?"란 허접한 질문을 안 받았으면 싶다. (영화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단다. 참나..)

 

-사랑의 연대기

다큐만 보다가 봤던 극영화, 홍콩 반환 10년에 맞춰 젊은 감독들이(내 생각) 모여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음...그냥 좀 재미나게 봤다. 킥킥 거리면서 설정들이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보이니까..왜 그리 잼나던지...같이 봤던 다큐 선배랑 연신 킥킥 거리다 보니 극장 안을 가득 메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 보더라...왜 그 사람들은 안 웃는거지. 끙...

여튼 마음을 쉬기에 적당했던...그러나 넘 피곤한 몸을 쉬게 하는데는 실패한...좀 자고 싶었거든.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특히나 부산에서는 욕심에 하루에 몇개를 보다가 꼭 한개 정도는 잠을 자기 마련...그래서 무리하게 일정은 잡은 날은 진짜루...좀 쉬기 위한 영화를 리스트에 올리기도 한다는...ㅠㅠ...미안스럽네...그래도 잠은 안잔 영화.

 

-길

이 날은 이 다큐를 볼 생각으로 모든 맘의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

워낙에 보고 싶었지만 매번 기회가 안되서 못 봤던 다큐.

 

역시나...좋았다. 이번 부산 다큐 여행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앞 부분이 좀 더 잘 정리되었다면 기존의 대추리에 대해 대중매체가 했던 방식이 잘 들어났으면 이 다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되었을텐데...마치 평온한 곳의 이야기인양 보이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가끔 다큐는 영화 안과 밖의 상황이 하나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부조리한 현실에 다큐가 뭔가 이야기를 하는...

그런데 다큐가 만들어진 시점이 영화 밖의 상황이 좀 지난 상황이 되면..

안그래도 빠르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몇개월 전의 이야기도 가물가물하게

느껴지는...그래서 다큐의 이야기가 좀 벙뜨는...

그래서 가끔 다큐 만드는 사람들끼리는 다큐는 길어야 2년 동안만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이야기도 한다. 쓸쓸하게...아닌 것도 있지만...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여튼...이 다큐는 당시 대추리 사람들에게 가해졌던 다양하게 질 낮은 비난을 해댄 대중매체를 비꼬기라도 하듯...마을에 사는 사람들, 특히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서 그곳의 일상적인 폭력을...그리고 더 나아가서 공권력의 폭력...을 담아 낸다.

 

영화의 압권은 할아버지가 철조망으로 막혀 못가는 자신의 논을 가기 위해 혼자서 길을 만드는 모습이다. 감독도 길을 만드는 할아버지에게 처음에는 대책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한 여름에 빤스차림으로 해가 지도록 길을 만든다. 경운기가 지나갈 수 있는 길, 그래야 건너편 논에 농약을 뿌릴 수 있다고. 해가 뉘엿뉘엿지도록....그리고...길이 완성된다.

그리고 다음 장면 할아버지의 얼굴 가득한 그 함박웃음, 농약을 뿌리면서 할아버지는 그 누구도 짓지 못하는 그런 웃음을 진다. 명장면이지...

아구구...이 장면은 사람들이 꼭 봐야하는데...이 장면을 사람들이 본다면...아구구..

다시 보고 싶다.

 

이 다큐가 좋았던 이유는...막상 쓰려고 보니 참 여러가지네..

여튼...할아버지가 참 좋았고...묵묵히 일하는 농사 짓는 할아버지가 참 좋았고..그리고 할 말을 하는 할아버지가 좋았고...대추리라는 공간이 좋았고...앞에서 말한 대중매체가 말하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슬슬 그렇지만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그리고 평소에는 악동 같은 이미지를 하고 있는 감독이 다큐에서는 할아버지 앞에서 참 반듯한(?) 청년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았다.

 

워낭소리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프레임 안과 밖을 나누는 것이었는데...보는 사람과 주인공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살고 있다는 듯이...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이....잉...난 그렇게 느꼈다구. 여튼...

이 다큐는 그런 구분이 없다. 그런 구분은 다양한 방식으로 없앨 수 있겠지만 여서는...감독이 참 그대로 들어난다. 할아버지가 주시는 술잔을 카메라가 흔들려도 받아들고 캬 마시고(진짜루...캬 한다), 잘라서 나눠주시는 사과를 작은 것으로 달라고 하면서 예의 바른 청년의 모습을 자랑하기도 하고.....그리고 높은 턱에 힘겨워하는 리어카를 "할아버지 밀어요"(뭐 이런 말이었던듯...기억이 가물)뒤에서 밀어주기도 하면서...맘이 약한...혹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촬영을 의식하지 않는 자의식 없는 감독이라 욕할지 몰라도 난 그런 액션이 좋다. 그 액션엔 강한 주장보다도 강한 장면 보다도 더 강한 뭔가가 있다. 그런 모습이 한결 같다면 말이다. 툭하고 튀어나온다면 불편하겠지만....여튼...그 순간 다큐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그 순간이 순간이 아니라 그 공간이 그 공간뿐인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럴때 다큐가 힘이 난다. 난 그렇다구.....

 

주인공이 달릴때는 같이 달리고 웃을 때는 같이 웃고 쓸쓸할 때는 같이 쓸쓸한...

기회 되시면 꼭 보시라.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이번 여름을 같이 보냈던 다큐, 제작 기간은 짧은데 인물은 많고 촬영기간은 짧아서 이야기는 없고 ㅠㅠ 아주 죽을 똥을 *면서 만들었던...그런 다큐...그래도 같이 작업한다는 것에 대해 알게 해줬고 편집에 대한 공부도 됐고... hdv로 다큐 만드는 것의 프로세스를 알게 됐고...직접해보면 좀 다르겠지만..ㅠㅠ..그리고 다큐를 한다는 것이 뭔지...선배들에게 들을 수 있어서...평소에는 참 거시기해서 못 들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서 참 고마웠고......무엇보다 이제 다시 다큐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해줬던...아구구...그래서 참 눈물 나게 고맙던 다큐...

 

솔직히 한독협 1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니....10주년 행사 때 상영했을 때는 별 걱정을 안했다. 패밀리 영화를 패밀리가 있는 곳에서 상영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저 아는 사람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교육 때문에 상영 끝나고 늦게 갔을 때 느무나 아쉬웠다. 으그그그그그...그래도 그때 다큐를 봤던 다른 동료 다큐 감독들이 "위안이 됐다"는 말을 했을 때는 그래도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구나 싶었다. 처음 이 다큐를 연출한 선배가 구성으로 같이 하자고 했을 때...내 머릿속에는 그 저 빈자리를 만들자...그런 느낌...당신 앉아 쉴 자리가 내 옆이야...그러니 힘내. 그런 느낌을 보는 이들이 받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여튼....그땐 패밀리가 봤으니...그런데 이번에는 나름 대중들이 보는 건데..어떨까 싶었다. 워낙에 재주꾼인 주인공들이 나와서 관객과의 대화를 해서 그런지 나름 반응은 좋았다. 심지어...어떻게 하면 독립영화를 할 수 있는지 힘을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앞에 서 있는 주인공들, 감독이 난감해했다.

 

느낌을 달긴 뭐하고...HD로 상영했는데....땟깔이 좋았다는 거...ㅠㅠ

그리고 주인공들도 스텝들도 다 이뻤다는 거...

이래서 솔직히 다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지만 결국 감독 앞에서는

마지막에 좋았어. 하고 말을 정리하게 된다...아구구...

 

- 총평 ㅋㅋ

이라고는 뭣하고...

그냥 이번에 다큐를 와장창 보면서 드는 생각들은...

시스템에 대한 고민...

더불어 역할에 대한 고민...

카메라에 대한 태도....

태도에 맞는 스타일...

관객과 뭘 나눌 것인가...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다큐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다큐를 할 수 있을까?

무에 자극 받고 나눌 것인가? 그런 시스템은?

그리고 그래도 참 잘한 짓이다...다큐를 한다는 것은.

디지게 힘들지만...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끙.

 

뭐...이런 생각...^^;;

 

배 부르다..

이제 소화 좀 시켜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