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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내다.

* 이 글은 알엠님의 [횡설수설 보충설명] 에 관련된 글입니다.
* 이 글은 schua님의 [이번엔 꼭 해야지 ^^] 에 관련된 글입니다.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내 성격이 극도로 갈등을 피하는 유형이라고 뜨끔했다. 진짜로 그랬기 때문이다. 부당하다고 느껴도 살짝 돌려말하거나 아니면 유머로 넘어간다. 그리고는 될 수 있으면 빨리 잊는다. 예전에는 화도 많이 내고 친한 친구에게 분이 풀릴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분해하지 않는다. 그냥 잊는다. '다 그런데 뭘...' 그렇게 피해 다녔던 것 같다. 점점.... 한번은 회의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그런다 "은근히 예민해" 난 잘 웃고 번잡스럽다. 그래서 실 없어 보인다. 그래서 가끔 속내를 내보이면 그런다. "예민해" 라고..


알엠님이 고백을 해보자고 했을 때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또 시작이구나'가 하나였고 '내겐 고백거리가 있나' 가 다른 하나 였다. 자신의 상처에 대한 혹은 자신의 우매함에 대한 고백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서 끊임 없이 반복해서 부정했던 자신에 대해 긍정하게 하니 투명한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다. 사실 자주 있다. 서로 상처를 공유하다. 결국 그게 다시 상처가 된 경험. 그래서 두려웠다. 그리고 내겐 고백거리가 없다라는 생각에 이르자 '난 명예남성이였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위기소침해졌다. 하지만 한 술자리에서 어이 없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난 생각했다. 난 명예남성이 아니었구나. 다행이었다. 명예남성이였다면 그 상황에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동안 내가 참아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세상은 내가 한번 화를 낸다고 바뀌지 않으니 괜시리 미친년 같이 화를 내봐야 나만 미친년 되는 게 너무 힘들고 나만 핑계를 내는 것 같이 주절히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러면서 목이 메이는데 매번 누군가에게 그걸 털어놀수도 없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빨리 잊는 것이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서글펐다. 그러면서 조금씩 화를 내자고 맘을 먹었다. 얼마전 버스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화를 낸다. 빨리 빨리 안온다고, 차가 역에 안서고 그냥 지나치려고 해서 주춤한 것이 이내 못 마땅했나 보다. 배차시간도 맞춰야 하고 바쁘시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빨리 좀 타주세요." 그럴수도 있지 않나? 내가 여자가 아니고 내가 어려보이지 않았다면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런 생각에 이르자 화가 났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역이니까 세우셨어야죠." 크게 한 소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썰렁해졌다. 버스 안이 불편하다. 그러다 내 뒷자석에 앉은 아줌마 두분이 소근대는 소리가 드린다. "뭐라는거야?" "역이면 서야죠. 그러네" "그래, 맞아. 저번에도 그냥 가서 고생했잖아." 갑자기 편안해졌다.. 알엠님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왜 여자라는 이유로 투쟁해야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냔 말이다. 왜 누구는 태생적으로 누리는 그 권리가 그리고 가끔은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누리는 권리가 당연한 듯이 부여되는데 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가? 왜 싸워야지만이 얻을 수 있는가?" 하지만 부탁하고 싶지는 않다.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는 않다. 서로 다른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고 사는 익히 가진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세상의 반을 아니 세상의 다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불쌍은 하지만 그렇다고 부탁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부당하게 내게 행동하면 난 이야기할 것이다. 니가 내게 부당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나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불쌍하다고 웃어주고 말 것이다. 그러고 싶다. 지금까지 충분히 자기 부정을 했고 충분히 불안해 했고 충분히 외로웠고 충분히 설명했으며 충분히 부탁했고 충분히 노력했으니까 이젠 좀 그만하고 싶다. 이젠 자기 스스로 긍정하고 주변에 있는 끊없이 예민해져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알아 보고 웃고 함께 떠들고 싶다. 자기 긍정에 긍정을 끊임없이 해가며 충분히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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