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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경계, 그 경계를 경계한다

* 이 글은 미갱님의 [<계속된다>를 보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 이 글은
미류님의 [<계속된다> 참 좋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미갱님과 미류가 와줬고요. 그래서 넘 기분이 포근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감기에 넘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야기를 제대로 했는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미갱님과 미류의 글을 보니 기분이 넘 좋습니다.

 

미갱님은 아주 오래전 부터 알고 지냈는데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정말 오래전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다큐를 시작하기 전이고 너무 다큐가 하고 싶었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무척 오래전의 일 처럼 느껴집니다. 여하튼 오래 전부터 저를 알고 있던 분인지라..뭐랄까 성장? 제가 성장했는지 안했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 인간의 미덕 중에서 성장할 수 있다란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거든요. 제게는 무지 중요한 부분입니다.)그래서 그런 분들이 상영회에 오면 넘 긴장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제도 미갱님 말고도 10년 전에 16m 워크샵을 같이 했던 언니가 왔드랬는데요. 그 언니에게는 전 여전히 어린 아이니까 좀 떨리더라구요. 반면에 기분도 좋고요. 여하튼 미갱님이 오셔서 영화도 보시고 이렇게 포스트도 써주셔서 넘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미갱님이 영화가 좋다고 하시니까 뭐랄까? ^^ 내가 성장했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마음이 벅찹니다. 고맙다는 말을 그냥 덧글에 남기는 것이 넘 약한 것 같아 이리 적어 봅니다. 고마워요. 꾸벅 ^^

 

미류도 고맙습니다. 블로그를 뭔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몰지만 블로그에서 반갑게 만난 사람이 정성을 담아 영화를 보러 와줘서 사실 넘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워낙 감기에 그리고 상영회 말미에 제 영화를 보고 화가 난 관객 때문에 맘이 좀 상해서 제대로 인사를 못했습니다. 낼 만날 기회가 더 있으니 그 고마운 마음을 전해볼까 생각 중인데...이미 초대권을 가지고 계시다니 고민이네요.

 



순진한 사람,

가끔 상영회 끝나고 나서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실의 문>이란 다큐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왜 그렇게 학식도 높으신 학자들이 그렇게 양심 없이 그런 말을 하죠?" 라고 누군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감독이 웃어 버렸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착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어제 <계속된다>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도 "그렇게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면 정부는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위의 질문과 내용은 다르지만 그 안의 논리는 비슷하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의 권위, 국가는 항상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환상 등이 그대로 내 것이 된 경우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가끔 이런 두려움에 휩싸이는 데요. 내가 결정한 것이 정말 나의 의지인가? 내가 선의로 한 짓이 다른 이에게는 선의로 다가갈까? 그런데 정말 나의 선의가 진정 선의인가? 이쯤 되면 철학서 한권쯤은 필요한데요. 깊이 가지 않더라도 전 나의 결정이 나의 의지인가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무서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도권 교육을 통해서 경쟁에 살아 남는 법을 배우고 국가에 충성하는 법을 배우고 학식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배우는데 저도 거기에서 예외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정정도 이부분에서는 자아가 없는 사람이다 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웃기죠. 남이 자아가 없는 것에 왜 화가 날까요. 근데 화가 납니다. 미운 것은 아닌데요. 화가 납니다.

 

어제도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이 분은 좀 독특했습니다. 순진함을 넘어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있다면 왜 그런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그게 빠졌다." 전 "네, 그것도 해야 할 일이긴 한데요. 이번 영화는 그게 주제가 아니라 정체성이 주제입니다.  ...." 그 분은 다시 뭐라 했는데 그때 부터는 아...이 사람이 화를 내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길어지자 사회 보시는 분이 잘랐습니다. <계속된다>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은....처음 봤습니다. 하지만 늘상 그런 분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대중매체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른 이주노동자의 모습, 한국 사람들의 천박하고 무관심한 무시를 허허 웃으며 비웃어 주는 이주노동자, 한국사람의 구타에 당당히 항의하는 이주노동자, 대로 한 복판에서 경찰들에 휩싸여서도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 외쳐되는 이주노동자,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한 모습이지요. 이주노동자가 나와 한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한 불편함이 있겠죠. 이주노동자는 한국사람의 울타리 밖에서 그 울타리 안으로 끊임 없이 들어오려 안간힘을 쓰여 울타리 안의 한국 사람들을 부러워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강박에 떠는 한국 사람들을 웃어 넘겨 버리니...그런데 정말 한국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떠밀려는 걸까? 전 아니란 생각이 들거든요. 한국 정부가 그걸 원하는 거고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 정말 난 그걸 원하나?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줬으면 좋겠거든요.

 

그 분이 화를 낸 이유가 이것인지는 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분이 뭐라 하는 지 듣고 대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도 모른체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결론에 도달했네요. 어제 밤에 몇번을 깨어서 다시 생각을 했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이렇네요. 그런데 이런 결론이 내려지니까 막 드는 생각은 참 편합니다. 그래서 독립다큐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사람들이 불편해하지만 일정정도 현실에 존재하는 부분이니 알리는 것.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들고 그런 분을 만나면 나도 한번 화를 내봐야겠단 생각도 듭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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