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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다>를 보다

시위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는 붓다.

그는 외친다. "나에겐 말할 권리가 있다!"

 

<계속된다>

감독 주현숙

 

외로움으로부터 시작하다

감독의 아버지로부터 들은 사우디에서의 이주경험 “외롭다”는 하나의 감정에서부터 이주노동자에게 다가가는 <계속된다>는 프로파간다로서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이 자칫 즉각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봐온 빠른 속도감의 전투적이고 쎈 듯한 노동영화와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다가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의의 프로파간다는 선전의 목적이 있지만 형식상의 다양함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이건 그야말로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담긴 다큐가 되는데 이른다.

 

두 개의 인상적인 장면

가장 인상적인 화면은 두개였다.
첫째, 방글라데시에서의 인터뷰.
저멀리 밝게 고층의 건물이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더 어둡게 느껴지는 오른편의 실내에서는 뭔가 희뜻희뜻한 움직임만이 보인다. 소리가 없다면 자칫 잘못 찍은 촬영장면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 대조적인 시각효과는 인터뷰대상자의 감정을 드러내기에 아주 적절한 표현기법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좋은 화면구성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주변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의 나라에 있기보다는 한국에 더 가길 희망한다는 인터뷰어.

그는 일자리가 없이 놀고만 있게 되는 지금의 상황이 싫은 거고, 어딜 가든 일만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좋다는 거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없는 상황.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해야 하는 그에게 조국의 의미보다는 생존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거다.

 

둘째, 마지막 구출버스 장면.
시위현장에서 어이없이 끌려가는 이주노동자들을 한명한명 보호하는 차원에서 버스를 대절해 그들을 구출하듯이 어렵게 데려가는 장면이었는데 보면서 시의 적절한 촬영에 감동하며 여성의 힘으로 밀리고 밀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잘 찍었구나 모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촬영은 이주노동자의 작품이었던 것이다.(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굽다"가 버스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채택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감독과의 대화중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요?”
모..아주 공격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주현숙 감독 아주 재치있고 훌륭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혼자말하듯 얘기한다.
내 생각은 “그걸로 족하다!"이다.


<계속된다>의 선전방식은 구호를 외치고 구체적인 대안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그들이 이주노동운동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지금 그걸 현실화시켜 만들고 있다는 처절한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우리도 생각하고 그들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 구체적인 방법은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만드는 다큐.

그러니 설명은 괜찮아! 라는 것...

버스앞의 길을 겹겹으로 보호하고 이주노동자에게는 그 길을 튼뒤 어렵게 어렵게 그들을 버스안으로 거칠게 잡아당기는 행위는 왠지 전세계적으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인권의 개념은 보이지않는 반인간적 이주 노동자정책, 이주노동자시스템(고용허가제 EPS)으로 고통받는 그들을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그래서 그들에겐 투쟁에 대한 감정을, 우리에겐 이해의 감정을 끌어내고 싶다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었다. 특히 느린 속도감의 편집과 단백한 음악은 감정적으로 치우침이 없이 담담하게 그들의 현실을 보는 것같아 감동적이었고 그래서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다

샤말의 말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컴퓨터, 자동차안의 부품을 만드는 우리산업의 근간인 3D업종에서 노동을 한다. 실업자 100만이지만 우리가 기피하는 일들, 더럽다고, 월급적다고, 폼 나지 않아서 라고 하지 않는 일들을 그들이 하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일 뿐이다.
그들에겐 말할 권리가 있고 부당함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입막임 당하고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하며 강제 출국당한다. 왜?
처음 와서 배워야만하는 단어가 “개새끼”라니?
왜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때리고 임금체불에, 심지어 강제로 그들의 국가로 떠미는가?

명동성당내 농성장의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디선가 이주노동조합을 만들고 정당한 권리쟁취를 소리높여 외칠 것이다.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영화.<계속된다>

그들의 권리찾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들의 생존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도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 미술
다큐가 주는 거칠거나 미완성된 느낌의 테크닉보다는 밤촬영을 의도적으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화면이 회화적이면서 느린속도감의 편집방식은 감독이 말하는 “분노”라는 감정을 절제하게 만들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또한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내용을 나누면서 영상을 이어가다 정지하며 그 위에 텍스트를 얹는 방식. 익숙한 방식이긴 하나 신선하게 와닿는 이유는 적절한 그림의 화면캡쳐, 그 위에 어울리게 올라간 폰트들...

그런면에서 <계속된다> 다큐는 한국 독립다큐의 기술적 한계(자막의 미숙함, 6mm 필름이 주는 화면분위기의 가벼움)를 살짝 한단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주고 싶다.

미술이 보이는 다큐라고 할까? 흐흠…


주 감독!
좋았어! 아주아주~~

 

>>사족
주 감독한테 이뿌게 보여서 다큐의 비법전수를 쟁취해내고 싶다는거... 흐흐흐...
글고 주감독에게 받은 초대권5장. 서독제 어떤 영화도 볼수 있는 행운의 티켓.
고마워~ 지아장커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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