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떼잔차질

경계를 넘어 2005/09/30 14:35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운동 아시죠?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발바리'의 떼잔차질 같은 것이 전 세계 각 나라, 각 도시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석유를 먹어치우는 자동차들이 점령해버린 길과 도로를 자전거를 탄 인간들이 되찾아오자는, 그래서 죽어가는 또는 이미 죽음의 문턱에 이른 지구의 환경을 조금이나마 살려보자는 운동이죠.
세계 각지에서 매월 떼거리 잔차질이 열리는데 크리티컬 매스는 중앙집중화된 단체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개인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크라고 보시면 됩니다.
발바리와 매우 흡사하죠?

2005년 9월 22일 목요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떼거리 잔차질이 열렸는데, 한 마디로 감동의 물결이었다고 합니다.
헝가리에서 크리티컬 매스 운동이 벌어진 이래 사상 최대의 인파가 잔차를 타고 부다페스트 도심을 누볐다고 해요.
그리고 전 세계에서 크리티컬 매스 운동이 벌어져온 것을 모두 따져봐도 거의 이번이 최대의 떼거리 잔차질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부다페스트에 잔차를 타고 참가한 인원은 대략 2만4천-3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정말 대단한 힘을 내뿜었으리라 추측합니다.
또한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자동차들이 점령해버린 도로를 이제 더이상 그대로 기계들이 활개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고귀한 인간선언이었을 것입니다.

헝가리에서 크리티컬 매스 떼거리 잔차질이 획기적인 도약을 맞이한 것은 2004년부터였다고 해요.
2004년 '차 없는 날'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4천여 명이 모여서 잔차질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무려 만 명이 모여서 떼거리 잔차질로 부다페스트의 길거리를 누볐답니다.
지금 헝가리는 가히 자전거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렇게 떼로 잔차를 타는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자전거 배달부(슬로우 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9월 22일에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떼거리 잔차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부다페스트 시내를 돌아다니는 많은 '바이크 메신저들'이 도시 골목골목을 누비며 이 행사를 알리는데 힘을 쏟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네요. 물론 헝가리의 환경운동 단체들도 이 행사를 조직하고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비교적 자전거 도로망을 잘 갖추고 있는 편인데, 그에 비하면 부다페스트는 자전거 도로나 자전거 주차장 등의 자전거 기반시설이 취약한 편이라고 해요.
게다가 부다페스트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헝가리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나와 함께 타면서 '자전거권'을 외쳤던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대도시들에서도 대규모 떼거리 잔차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 천명을 넘어 수 만명이 떼거리 잔차질을 벌이고 있다니, 발바리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인데요, 앞으로 발바리의 떼거리 잔차질이 이렇게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러분들과 함께 말이죠!
자전거면 충분하다!

이 소식은 대안매체인 인디미디어 http://www.indymedia.org 에서 가져왔습니다.
영어로 된 기사 원문 보기 : http://www.indymedia.org/or/2005/09/825163.shtml
부다페스트 떼거리 잔차질 사진 더 보기 : http://www.criticalmass.hu/
크리티컬 매스 웹사이트 http://critical-mass.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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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30 14:35 2005/09/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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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코 2005/09/30 15:27 Modify/Delete Reply

    와..멋지다. ㅋㅋㅋ 사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가는 자동차 행렬에 다른 존재의 끼여듬을 방해하는 흉기난동자들을 볼때마다 어쩐지 속이 뒤집히던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는 폭력의 재생산이라면 그에 반해 자전거 행렬은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 아닐런지..ㅎㅎㅎ 암튼 생활 속에서 개인 각자가 이런 운동에 참여한다면 언젠가 빼앗긴 길에도 봄은 오겠죠? 도로를 자전거가 덮는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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