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한양주택 죽이기

나의 화분 2005/10/03 05:49

[시민칼럼] 이명박의 한양주택 죽이기

 ▲ <출처-한겨레>
서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울은 과연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메갈로폴리스 서울은 과연 시멘트와 스모그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것인가? 이명박 시장은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시장이 추진한 정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단연 ‘청계천복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시장의 시정을 평가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복원’이라는 말은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청계천복원사업’은 영조 때 완성된 옛 석축을 복원하고, 내사산을 비롯한 여러 산에서 흘러내려 온 물줄기들을 복원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아스팔트 아래에서 어렵게 보존되었던 옛 석축들마저 완전히 밀어 없애 버렸다. 그리고 물줄기들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강에서 물을 강제로 퍼 올려 거꾸로 흘려 보내고 있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복원사업’은 복원을 빙자한 개발사업이었다. 아스팔트 아래에서 견디고 있던 귀중한 유적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것은 단순한 개발사업을 넘어선 악랄한 파괴사업이었다. 이제 이명박 시장은 60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광통교마저 상류로 옮김으로써 파괴사업의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모질게 파괴된 것은 청계천만이 아니다. 애초에 ‘청계천복원사업’은 ‘청계천주변재개발사업’과 한몸뚱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주변지역을 이를테면 테헤란로와 같은 초고층건물지역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무리한 개발계획으로 말미암아 소중한 삶터와 유적이 파괴될 처지에 놓였으며, 막대한 개발이익을 둘러싸고 양윤재 부시장이 구속되는 등 벌써부터 돈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의 시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강북의 강남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강북의 곳곳에서 강남과 같은 아파트며 초고층건물들을 지으려고 한다. ‘청계천복원사업’이 그 상징과 같은 사업이라면, ‘뉴타운사업’은 훨씬 더 실제적으로 ‘강북의 강남화’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이명박식 새마을사업이라고 해야 할 ‘뉴타운사업’은 이미 서울 곳곳에서 ‘청계천복원사업’과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은평구의 ‘한양주택’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은평 뉴타운지구는 ‘뉴타운사업’의 시범지구로 가장 먼저 선정된 곳이다. 서울시가 이곳을 뉴타운지구로 지정하자마자 주민들은 지주와 세입자로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 지구의 한복판에 한양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한양주택지구는 시멘트와 스모그를 벗어난 도시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명한 곳이다. 몇 해 전에 서울시는 이곳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은평 뉴타운지구를 지정하면서 이곳을 깡그리 밀어내 없애버리기로 했다. 한양주택의 주민들은 서울시의 계획에 맞서서 자신들의 소중한 삶터를 지키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주민들이 더 많은 보상비를 받기 위해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한양주택이 평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개발이익을 내기 위해 서울시가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한양주택을 없애려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은평 뉴타운을 생태적 아파트단지로 만들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말로 생태적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한양주택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다. 또한 서울시가 정말로 개발이익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역시 주민의 뜻대로 한양주택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다. 서울시는 잘못된 계획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한양주택의 주민들을 모욕하고 있기도 하다. <한겨레신문>이 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재개발아파트의 원주민 입주율은 불과 5%밖에 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터를 빼앗아 중산층과 투기꾼에게 넘겨주는 일을 서울시가 하고 있는 셈이다. 한양주택의 경우에 잘 알 수 있듯이 서울시는 이른바 ‘불량주택’뿐만 아니라 ‘최우량주택’까지도 없애 버리려고 한다. 이렇듯 이명박 시장의 시정은 반생태적이고, 반문화적이며, 반시민적이다.

얼마 전에 한 외국 신문은 이명박 시장이 서울을 멋지게 바꾸고 있다는 기사를 크게 실었다. 그 신문은 왜 이런 기사를 실었을까? 관련 보도를 접하고 얼마 전에 영국의 다큐멘터리 전문방송인 디스커버리 채널의 한국 협력사에서 내게 연락을 해 와 사람들을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들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청계천복원사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은 서울시가 제안을 해서 서울시의 돈을 받고 만든다고 했다. 이명박 시장이 역대 시장에 비해 가장 공을 들이고 능란하게 한 일은 아마도 ‘홍보’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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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초록정치연대]에서 칼럼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홍성태씨의 글입니다

2005/08/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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