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록 어려워지는 이라크 생활

나의 화분 2006/01/22 00:53

바끼통에서 퍼온 살람 아저씨 소식입니다.

2006년 1월 14일에 사바님이 올린 글이에요.

지금 이라크 상황을 알 수 있죠.

평화가 어디 있냐고 낮은 목소리로 물어볼 살람 아저씨의 큰 눈망울이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 글을 퍼나르기가 고통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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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아저씨 소식] 갈 수록 어려워지는 이라크 생활

 

모두 다 잘 지내고 있지요?
우선 이라크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이라크 사람들은 아직도 평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상황은 갈 수록 나빠져만 갑니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 나쁠.
아직도 죽음과 피냄새가 가득합니다.
최근 이라크에선 이라크인만 죽이는 일을 하는 단체가 여러 군데 생겼어요.
알 후리아에선 매일 1명 혹은 2명이 죽습니다. 그렇게 죽는 사람들은 모두 민간인이에요.
이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다니는 상황이 됬어요. 자, 그럼 바그다드 가게들 모습이 어떨지 그려지죠? 바그다드 상점들 주인은 모두 총을 들고 있어요.
만일 친구가 죽어, 그 집에 조문이라도 가면, 다음 날 조문 갔던 사람 집에 폭탄이 터져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이라크에서 사는 건 정말 너무너무 어렵고 힘겨워요.
알다시피 현 이라크 정부는 힘이 없고 이란 정부나 다름 없어요. 그래서 이라크 사람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 미국만 돕죠, 어떻게 돕는진 당신도 잘 알 거라 생각해요.
문제는 당신에게 이라크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아요, 나 역시 이라크 상황을 이해해야 해요. 이라크인으로서 우리 스스로도 이라크 상황을 이해하고 바로 볼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래야 앞으로 어떻게 우리 삶을 꾸려나갈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좋아질 날만 기다리며 살 건지, 아니면 많은 이라크인들이 그러듯 이라크를 떠날 건지...

요즘엔 가족들과 한 주에 4-5일 정도는 같이 있어요.
내가 거리를 걸을 때마다 어떤 심정인지 굳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이 말만 하고 싶어요, 난 그저 늘 죽음과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내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 가족들 없이는, 내 가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은 늘 일자리에 가 있어요, 혹시 들었나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석유와 음식 값을 조정했거든요. 그래서 우리 삶은 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이들을 먹이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해요. 그래서 요즘은 2교대 동안 근무합니다. 하루에 10시간 동안 일해요.

언제나 우리 활동에(이라크 아이들, 그 학교, 편지들, 그간 했던 모든 일) 대해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했던 모든 걸 떠올릴 때면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요, 이젠 아무것도 못 해주니까요. 진심으로 지금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지금 당장 이라크 아이들을 위해 뭘 하고 싶은데... 하지만 이 모든 죽음과 납치사건 속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더 이상 아이들을 돕지 못해서 큰 걱정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을 테러위협에 빠뜨리느니 그만 하는 게 훨씬 낫겠지요.

울진에서 모든 친구들과 아이들을 만난 게 어제 같아요.
이젠 언젠가 다시 만나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꿈이 되버렸어요.
우리가 한국 아이들과 이라크 아이들을 위해 했던 일들, 과연 다시 할 수 있을까... 이젠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맺어준 어린이들 가운데 누가 커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제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입니다.... 다른 전쟁과는 달라요...
많은 이라크 인들이 친구와 가족을 잃었습니다....

우린 매일 내일을 기다리지만... 태양을 기다리지만....
이라크에는 태양이 없어요. 이제 아닌 게 아니라 내 모든 꿈과 희망을 잃고 있어요.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라크 인들이 그런 상태에요, 그저 뭔 일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어려운 시간들이, 이 모든 힘든 시간들이 내 생각에 변화를 가져왔어요.
이젠 아무리 눈물을 멈추려 해도, 울음이 더 나와요. 내 아픔이 감당이 안 되요...
만일 언젠가 혹시라도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평화는 어디있나요?
이라크에 곧 평화가 올거라고 했잖아요.
어디있어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사랑해요.
한국의 모든 친구들을 사랑해요.
늘 사랑합니다.



살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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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2 00:53 2006/01/2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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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마귀 2006/01/27 19:24 Modify/Delete Reply

    단지 컴퓨터로 인터넷을 통해 보는 글자들이지만,
    마음이 아프군요. 그동안의 저에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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