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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는 마녀.

오늘 드디어 보았다. 그 유명한 친절한 금자씨.

사람들 말처럼 이영애 참 예뻤다.

하지만 정말 놀라웠던 것은, 이런 불편한 영화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찾아와서 거금을 내고 본다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이 700만은 들거라고 했다.

세상에, 700만명이 이 영화를 보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멋지다.

어쨌든 나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유명한 영화를 봤다.



1.

복수 완결편이니, 그런 건 사실 잘 모르겠다.

금자씨가 하는 게 복수인가? 뭘 위한 복수지?

'복수'라는 것 자체의 문제겠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잖아.

누구의 말처럼, 그런다고 애가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 복수가 그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복수는 올드보이쪽이 훨씬 더 잔인했다구.

 

2.

금자씨를 주축으로 한 여성들의 연대는 굉장하다.

홍콩 느와르에나 나올 법한, 갱들의 우정 같은.

각자 나름대로 신세를 지긴 했지만, 그래도 멋졌다.

(하지만 사실 나는 '마녀' 역시 금자씨의 친절한 연대에 합세하길 기대했는데. 흑.)

 

그녀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친절한 금자씨.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날 때는 정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는데,

영화관 사람들은 웃음에 너무 인색해서 많이 웃지 않았다.

아니, 사실 웃어야 할지 심각해져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영화이긴 하다.

(예를 들어 금자씨의 말을 고대로, 심지어 감정을 실어 통역해 주는 백선생의 모습은 진짜 최고로 웃긴데도, 크게 웃을 수가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나레이션.

예전에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마법의 쿠루쿠루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나레이션과 금자씨의 나레이션이 너무 비슷하다.

목소리 톤이나 어투, 그리고 들어가는 부분까지.

난 자꾸 그 만화가 오버랩되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ㅎㅎ

찬욱씨도 그 만화를 알고 있을까?

 

 

4.

이 영화를 보면, 게임처럼 카메오를 찾아보게 되는데,

내가 찾은 사람들은 모두 넷.

앵커 역할의 강혜정,

분위기는 잡지만 띨띨한 두 킬러 송강호, 신하균,

줄넘기하는 교도소 수감녀 윤진서,

류승완 찾으려고 눈알빠지게 쳐다봤는데 실패했다. 젠장.

 

5.

이 영화의 복수가 뭔가 뒤가 심심한 것은,

백선생이 너무나 악한 존재여서인 것 같다.

(아침먹다 부인에게 하는 꼴을 보니 정말 웩. )

더욱 잔인하게 죽여줘, 라고 관객들이 원할 정도로.

(아니, 나만 그랬을지도...-_-;;)

백선생은 어떤 인간적인 모습도 없고, 아니 아예 캐릭터 자체가 없고,

그냥 나쁜 놈, 죽일 놈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는 매우 재미없어지는데,

그래도 재밌게 만들어 낸 건 찬욱씨의 내공인가 보다.

 

사실 금자씨가 백선생을 좋아하는 것일까 걱정됐다.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가 가르쳐 준대로 엎드려 심호흡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얼굴에 구멍을 내 주어서 좋았다. (아 잔인해)

 

6.

기억나는 대사들.

- 개나 소나 집에 찾아오는 거 싫다고 했잖아요!

- 주님의 사업에 잘 쓰겠습니다.

- 넌 여자가 이렇게 하면 정 떨어지니?

- 당신의 관대하지 못한 딸,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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