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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떨어지고

낙엽도 나이테와 같이

나무가 성장하면서 흘리는 눈물같은 것이렷다,

물기도 영양분도 다 알뜰하게 소진했으니

남은 것은 마지막 안간힘,

천지인의 한 가운데서

나부끼고 흔날리며 살아온 날을 경배한다.

나는 과연 마지막 순간에

기쁨에 겨운 눈물로 내 삶을 돌아다 볼 수 있을까,

바람에 나를 맡겨

낙엽처럼 회귀할 수 있을까.


 

 

어제,

10시에 기획예산처 앞에서 집회가 있었고

12시에는 팔레스호텔에서 광주, 전남지역으로 이전하는 15개 공공기관 대표들과

입지선정위원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여섯 군데의 예비 후보 중에서

장성, 담양, 나주가 최종 후보지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집회와 간담회 사이에 20분쯤의 여유가 생겼고

길을 걷다가

기획예산처와 팔레스호텔 사이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내 발 아래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이 가을에는

유난히 단풍의 색깔이 고와 보이고

뒹구는 낙엽에도 전에 없이 그윽한 눈길이 가는 걸까.

새벽 어스름 푸르스름한 하늘빛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귀가길에 건너다 보이는 갑천 저편 둔산 지역의 야경에

아련하고 아지 못할 향수가 어린다.

 

내 마음 이리도 어리고 어리석은데

모습은 이미 엉거주춤한 어른이 되어 버렸네.

생각은 날로 넘치고 하는 짓은 철들 날이 기약이 없고...

 

가던 길 가자,

의심하며 가고 물어서 가고 배우고 익혀서 가고

가다가 아니면 되돌아 와도 좋고

기어이 가던 길의 끝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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