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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쓰는 편지

1.

그대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나는 끝없이 얘기를 합니다.

 

얘기가 되풀이될수록

나는 시나브로 얘기들 뒤로 사라지고

 

침묵이 오래 흐를수록

그대는 반달같이 단아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내 얘기는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그대는, 참인 명제입니다.

 

2.

늦은 밤에 간신히 잠들었다가

이내 가위에 눌렸습니다.

 

어두운 길에서 괴한이 나를 꼼짝못하게 하고

칼을 들이대면서 가진 것 모두 다 내놓으라고 합니다.

 

내 몸이 조금만 뒤틀려도

괴한의 칼이 내 옆구리로 날카롭게 파고 듭니다.

 

절체절명,

위기의 상황이거늘

나는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복잡한 셈을 하고 있습니다.

 

다 버리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숨을 헐떡이면서 내가 취한 행동은

눈을 부릅뜨는 것이었습니다.

 

캄캄한 새벽,

장맛비,

세상은 빗소리가 그윽합니다. (2009.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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