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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후, 주절주절...

17일에 공식적인 임기를 마치고 다시 현장에 돌아간 수석부위원장은 곧바로 사업관리팀장이란 직책으로 발령이 났고, 어제 회의에는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오전에 남은 짐을 박스에 챙겨서 진짜로 사무실을 떠났고, 2년 동안 그가 쓰던 노트북 하나와 전화기 한대 뎅그라니 놓여있는 책상이 내 눈 바로 앞에 낯설게 남았다.


얼마 전에 새로 출범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지부의 기본협약이 20일 저녁에 극적으로 타결되었고, 그 조인식이 어제 오전 11시 30분에 있었다. 조합활동 보장, 전임자 인정, 인사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 참관 등 비교적 성과있고 의미있는 결과를 따냈다. 오후 2시부터 있었던 마지막 중앙위원회(전국지부장회의), 4시간 남짓 진행된 이 회의는 한 지부의 현안을 둘러싼 위원장과 지부장들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인하여 참 힘들게 진행되었다. 비애... 어쨋거나 오늘아침부터 지금껏 그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고, 원장과의 마지막 담판만 남기고 지금 사무실에 돌아와 있다. 참 임기는 17일로 끝났지만 아직 다음 집행부를 뽑지 못해서 어제 회의에서는 규약에 따라 위원장의 권한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임기 마치면 얼마라도 여유를 가지려고 여름휴가도 쓰지 않고 지나갔는데 쩝..쩝...이다. 어제 회의를 마치고 모처럼 물처럼 술을 마셨고, 당연히 취했다. 뒷풀이에 참석한 거의 모든 동지들과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아침 5시 30분에 잠이 깬것은 정상이 아니라 취기 때문이었을 게다. 20일, 월요일, 10시까지 연맹 사무실에 도착해야 하는데 잠들기 전에 가문비가 부탁한 반찬을 해두고 나오고 보니 출발부터 늦었다 싶었는데 월요일 아침의 교통체증 때문에 차를 놓쳤다. 다행히도 그 다음 기차의 자유석이 한석 남아 있어서 15분 지각하는 것으로 그쳤다. 연맹의 임원 당선자들이 모여 마석 모란공원을 참배했다. 전태일(1970), 유구영(1996), 김시자(1996), 최명아(1998), 김종배(1999), 최진욱(2000) 우리 연맹에서 가면 우선 찾아뵙는 분들인데, 올해 또 한 동지가 여기 묻혔다. 사회보험노조의 고 박동진 동지, 수배 생활 중에 간암을 얻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지난 2월 40대 초반 나이에 숨졌다. 김시자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다가 대학교 1학년때 나를 학습모임에 이끌고 갔던 경제학과 78학번 선배의 묘소를 우연히 발견했다. 80년 가을에 강제징집되었다던가 해서 못만났는데 재작년인가 친구로부터 선배가 시한부 삶을 산다는 소식만 들었고 그 다음에 신문의 부고란에서 선배의 사진을 보았다. 19살 애띤(?)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오후에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인사차 방문하기로 했는데 나 혼자만 급히 대전으로 돌아왔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본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서 인사위원회 참관을 놓고 사측이 계속 머뭇거리길래 내일 중앙위원회가 끝나면 내 권한도 끝날 것이니 임금협약을 포함해서 내가 있을 때 체결하고 싶으면 다음 날 오전까지 수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렬하겠다고 하고서 다음 일정을 이유로 부리나케 나와버렸더니 금세 전화가 왔다. 인사위원회 참관을 포함해서 나머지 사항들도 우리 요구안 그대로 받기로 했다고. 곧바로 과학재단의 임금교섭 조인식이 있었다. 노사가 함께 저녁을 먹기로 지부장이 얘기하길래 미리 시간없다고 했는데 기초지부 교섭 때문에 당초 약속보다 거의 1시간이나 늦어지면서 엉겁결에 합류했다. 입에 발린 얘기만 하고 억지 웃음을 만들어내는 사용자들과 밥먹는 자리는 정말 피하고 싶다. 그나마 지부의 간부들이 노조의 입장을 분명히 갖고서 적절하게 사용자들을 교육(?)시키는 분위기라면 좀 나은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 저녁에 선거대책본부의 해단식이 있어서 참석하기로 했는데 하루에 두번 서울가겠다고 하니까 다들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저녁에다 술까지 마시다 보니깐 시간도 늦었다. 결국 못간다고 전화하고 사무실에 들러 다음날 회의자료 검토하다가 조용히 퇴근했다. 술마시자고 한 동지가 전화를 했는데 못가서 정말 미안하다. 이 동지는 늦은 밤에 전화를 해서 오지 않은 나를 나무랐고 새벽 5시에 문자를 보내서 또 나를 탓했다. 미안하다. 조만간 술마시자. 19일, 일요일, 창원에 갔다. 배성환 국장의 결혼식 풍경은 작은나무님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사진으로 보시라. 18일, 토요일, 이영태 동지의 결혼식, 임양섭 국장의 아들 평원이 돌잔치, 민주노총의 지역본부 초기 간부들 모임,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갑사에서 있었던 어느 조직의 창립수련회에는 갈 수가 없었다. 조훈 동지가 운영하는 돼지마을에서 민주노총 초기에 고락을 같이 했던 여러 동지들이 정말로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 노조 출신의 정기현, 김예준, 고영주, 김세동, 이성우. 전교조 문성호, 대전대 이수상, 조폐노조(경산) 강승회, 없어진 대광레미콘 조훈, 폐업한 동신전선 장병윤, 현대자동차 황수원, 이용길, 유니레버 황장연, 한통계약직 이승환, 이런 동지들과 오며가며 들린 동지들 함께 골치아픈 얘기들 잠시 제쳐두고 옛 추억들만 되새기다가 난생 처음 대리운전이라는 것을 불렀다. 나이가 들면 18번이라는 게 고정되는 건지 10년 전에 부르던 노래를 여전히 18번으로 섬기는 동지들, 워낙 이런 자리가 드물어서 노래하는 모습들은 사진도 찍고 녹음도 해 두었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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