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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새해 첫날밤이다. 구랍 31일까지 교섭 일정에 매달리는 바람에 오늘은 오전에 잠깐 갑천변을 달리면서 바람을 쏘인 것 말고는 하루 종일 지난 2년의 흔적을 지우는데 매달렸다. 우선 컴퓨터, 내가 남긴 작업 파일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파일은 이동식 하드디스크에 옮겨넣고 내가 깔았던 자잘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지웠다. 책상서랍, 제대로 활용도 못했지만 단체협약 부속합의서, 잡다한 문구류 따위가 가득차 있다. 비우고 버리고 옮기고, 몇 가지만 남겼다. 책장을 가득 채웠던 갖가지 자료들, 이건 언제나 골칫덩어리들이다. 그냥 버리기에는 괜히 개운치가 않고 하나씩 들여다 보면서 남길 가치가 있는 것들을 가려내는 것은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오후 한 나절 끙끙거리다가 저녁 밥 먹고 다시 나와서는 지금껏 대강의 분류만 마쳤다. 일단 박스와 노끈으로 묶어서 한쪽 벽면에 쌓아둔 것, 아직 한번 더 챙겨보고 버리거나 챙기거나 할 것, 그렇게 두 무더기가 내 앞에 대책없이 놓여있다. 내일 잠깐이라도 나와서 마저 해치우기로 한다. 이렇게 보이는 것들이야 그냥 두거나 버리거나 하면 그만이지만 2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기록하지 못하고 남기지 못한 일들 속에 남부끄러이 녹아있을 내 과오와 불민과 미력함의 흔적들은 두고두고 반성과 깨달음의 심지로 삼을 일이다. 허허, 반성? 깨달음?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 조합원들과 간부들에게 이별의 인사말도 남기지 못했고, 끝까지 정리하지 못하는 일들도 더러 남아 있는데, 매사 제 때에 말끔히 일을 정리하지 못하여 새로운 일거리들은 벌써 체증을 일으키니 또 다른 2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또 반성만 할 것인가. 에고, 오늘은 일단 집에 가서 자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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