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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9/30
    아내의 전근(7)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7/09/10
    그냥(16)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7/09/05
    비정규직의 나라, 비상구는 없다(2)
    손을 내밀어 우리

아내의 전근

1.
비가 온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주방의 창을 열어놓고 들으면서 돌솥에 밥을 지었다. 씹히는 질감이 살아나 밥맛이 좋다. 반찬없이 밥만 콕콕 씹어도 될 듯하다. 추석선물로 동생이 보내준 옥돔을 굽고 냉동한 성게알을 찾아서 미역국을 끓인다. 김치, 물김치, 어제 남은 김치찌개와 함께, 제법 풍성한 아침밥상을, 일요일 낮 12시에 차려낸다. 돌솥에서 아주 적당히 눌은 누룽지를 긁어내 아이들의 후식으로 곁들였다.

 

2.
홍차에 레몬조각을 두개 넣어 마시며 오늘 내가 할 일들을 생각한다. 일이 넘치게 밀려 있으면 괜히 딴 생각부터 난다. 컴퓨터 폴더에 비올 때 듣기 좋은 노래가 있다. 되풀이해서 흘러가도록 해두고, 책 한권 집어든다.

 

실직 한 달 만에 알았지 구름이 콜택시처럼 집 앞에 와 기다리고 있다는 걸

 

하고 시작되는 시를 읽는다. 김륭, 구름에 관한 몇 가지 오해. 구름이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소란스러울까...(동감)...아주 드문 일이지만 콜택시처럼 와 있는 구름의 트렁크를 열어보면/ 죽은 애인의 머리통이나 쩍, 금간 수박이 발견되기도 해/ 초보들은 그걸 태양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지//

 

기타 등등...

 

3.
진보넷에 들어갈 수가 없다. 오전에 메일을 읽으려니 점검중이라고 나오더니, 블로그에 접속하려고 해도 한참을 모래시계만 돌아가다가 알 수없는 메시지가 뜬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정통부가 엊그제까지 북한 게시물들을 삭제하라고 난리를 쳤는데 혹시 이 시간 그런 문제로 서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온라인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쓰려고 했다가, 그냥 메모장에다가 써내려 간다.

 

4.
아내가 서울로 발령이 났다. 실은, 9년 전에 처음 임용이 되었을 때 아내의 첫 발령지는 서울이었지만, 남편이 대전에 있다고 이래저래 애를 써서 대전으로 왔던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서울로 올라오라는 요구가 이어지긴 했었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승진이고 뭐고, 이렇게 살다가 죽게 좀 놔두라고 응수했고, 다행히도, 내가 서울로 오가던 2년 동안은 서울로 전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미리 소문은 돌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미리 알수가 없었다. 아내가 10월 중순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어떤 학회에서 아내가 했던 일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그 모든 준비와 행정절차의 마지막 날짜가 금요일이었다. 목요일 오후에 아내가 서울본청의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약에  인사발령이 예정되어 있다면 스위스 출장을 포기해야 하니까 언질이라도 달라고 했을 때, 상대방은 딱 잘라서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사문제를 미리 얘기해 줄수는 없노라고.

 

금요일 오전에, 아내는 바빴다. 예약한 비행기표에 대해서 결제를 하고, 발표할 내용을 학회에 보내고, 스위스에서 머물 호텔과 거쳐야 할 일정들을 모두 재확인하고, 그리고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공문을 만들어서 상급자에게 결재를 올렸다. 그리고 그 날 오후 5시 50분에, 아내는 서울로 발령이 났다. 다시 아내는 그 날 오전까지 했던 모든 일을 취소해야만 했고, 스위스의 학회측에 사정을 설명해야만 했고, 이제 월요일 아침이면 서울로 가야만 한다.

 

5.
처음에 아내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건데 무얼 그리 힘들어 하시나. 아이들한테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만 챙기는 시간으로 삼으면 되겠구만, 하고 말했다. 나처럼 출퇴근하는 일은 힘들테고, 방을 구하든지 기식할 곳을 찾든지 뭔가 수를 내야 할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전화도 해보더니, 아내는 좀 차분해졌다. 이왕 가는 거 죽어라고 일만 하다가 빨리 되돌아오도록 해야겠다는 전략을 얘기한다. 아예 1년쯤 외국간 셈 치자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는 간섭이나 참견이 줄어드는 것이니까, 아직은 별다른 걱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나로서는, 주말부부가 되든 월말 부부가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찬모 수준에 머물던 내 역할이 아이들의 교육문제, 이를테면 학교 시험이라든가 아이들의 과외 일정까지 챙기는 것까지 확대되는 것이 좀 걱정이기는 하다. 어쩌면 확실히 직장 가진 주부의 노릇으로 본격 진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6.
여기까지 쓰고, 다시 진보넷을 클릭했더니, 된다. 그리로 옮겨가야겠다.

 

7.

(블로그로 왔다) 내일 오전에 나는 전북의 어떤 대학의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과학기술자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기로 되어 있다. 어린 학생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지만, 내가 하는 얘기가 그들에게 어떤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을까. 나를 부른 교수는 그랬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인데,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이 약국을 개업하려고만 한다, 약국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얘기해 달라. 참, 어려운 주문이다.

 

지난 여러날 동안 틈틈이 읽은 한 권의 새책과 여러권의 오래된 책들을 교재삼아, 그리고 오래된 나의 강의록들을 다시 챙겨보면서, 모처럼 강의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오늘 중으로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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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1.

일요일은 이상해.

 

아침부터 아무리 부지런하게 움직여봐도

결국엔 또 이렇게 새벽이 와서야 잠자리에 든단 말이야.

 

서울로 출퇴근할 때는

밀린 일들을 주말에 한꺼번에 해치우느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서울행을 멈춘지 벌써 7개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대단히 고질적인 버릇이 새로 생긴 게 틀림없어.

 

2.

내가 이상해.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밤이면 자리에 눕고 싶지가 않단 말이야.

 

그렇다고 날마다 생산적인 일을 하느냐 하면

하는 일마다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어.

 

올 한해의 자기 평가서를 쓸라치면

참 끔찍한 내용으로 도배가 되고 말 것이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자고.

 

그러면 잠을 자야 될 게 아니겠어?

자자.

자.

날마다 이게 뭐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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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나라, 비상구는 없다

대전참여자치연대에서 펴내는 "참여와 자치"에 기고한 글이다.

그저께 집으로 배달된 책을 보고서야

내가 거기에 글을 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정도로

8월에, 나는 정신이 좀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쪽팔리고 민망한 것도 있고

모든 걸 설명하기엔 주어진 지면이 부족한 사정도 있어서

비정규직 투쟁을 둘러싼 우리 노조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썼다가 다 삭제해 버렸다.

 

그러고보니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복지센터분회의 투쟁이

특구지원본부 이사장실 점거를 거쳐 4일만에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여기엔 올리지 않았구나.

 

8월 31일자로 해고예고되었던 것은 철회시켰지만

10월말까지 교섭을 통해 이른바 경영합리화방안이라는 것을 논의하기로 했으므로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닐 뿐더러

이 투쟁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집행부의 출범으로 인해

갈 갈이 첩첩산중이다.

 

그 첫번째 교섭이 이번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새 집행부가 중집위를 구성해서 새로 교섭위원을 구성할 때까지는

지난 번 교섭위원들이 교섭을 맡기로 했으므로

아직까지 나는 이 교섭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지만,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가령 사용자가,

우리 교섭위원들의 교체를 기대(확신?)하면서 교섭을 연기할 수도 있는 거고...



 

이랜드그룹 산하 홈에버와 뉴코아에서 발생한 집단해고에 저항하는 투쟁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의 이랜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힘으로 밀어부친 비정규법(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제정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개정법률)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보다는 비정규직의 대대적 확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노동계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비정규법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믿습니까?


정부가 비정규‘보호’법이라고 포장한 법의 핵심내용은, 차별금지를 명문화하고 차별시정절차를 도입한 것과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고용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불법파견인 경우에는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노조를 제외하고 비정규 노동자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사실상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차별은 기본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 노동자가 있어야 하는데 사용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군과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면 차별의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하는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고 단지 2년의 기간만을 설정함으로써 2년마다 해고되는 기간제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이랜드그룹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이유가 바로 차별시정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보다 약 15만원 더 받는 정규직 캐셔노동자들은 다른 업무로 배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하고 외주용역화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가 없기 때문에 비정규‘보호’법은 아무도 보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홈에버나 뉴코아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정규직노조와 힘을 합치고 많은 노동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전국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지속적인 투쟁이 가능할 것이기에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무수히 많은 곳에서 비정규법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칼날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사례를 한번 봅시다. 대덕특구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연구단지 종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스포츠센터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수영강사, 골프강사, 헬스강사, 스쿼시강사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강사들은 스포츠센터에서 필수핵심인력에 해당되므로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일하게 해야 하지만, 사용자는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을 어기면서까지 마음대로 부렸습니다. 급여일은 매달 바뀌고, 연차휴가도 쓰지 못하고, 각종 수당도 없이,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채,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하루 12시간 일주일 60시간 가까이 오로지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용자가 나가라고 하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들 강사들에게 노동조합은 꼭 필요했습니다.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우여곡절 끝에 복지센터분회로 출범한 이들에게는 곧바로 시련이 닥쳤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비정규법이 발효된 것입니다. 사용자는 비정규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의 부담이 현실화되기 전에 적자경영을 이유로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자가 문제라면 복지센터 경영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마땅한데, 정작 경영합리화방안은 강사들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아웃소싱(외주용역)만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강사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근거도 참 미흡했습니다. 사용자는 적자의 주된 원인을 고정비와 노무비(강사 인건비)의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들었지만, 2005년에는 강사들의 인건비가 대폭 감소하였고, 2006년에는 겨우 1% 남짓 인상되었을 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사용자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강사들을 집단으로 아웃소싱한다고 하더라도 적자가 감소한다는 전망을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강사들의 아웃소싱만이 복지센터를 정상적인 경영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주장만 막무가내로 할 뿐이었습니다. 급기야 7월말에는 아웃소싱에 동의하지 않는 강사들에게 8월 31일자로 해고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했습니다.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던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사용자의 양보를 촉구했고, 노동위원회도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사태는 악화되었습니다. 마침내 강사들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나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요구는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웃소싱 계획을 철회하고 현재와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주된 요구였습니다. 홈에버 노동자들이 79만원을 받아도 좋으니 지금처럼 일만 하게 해달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파업 나흘만에 극적으로 노사간에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해고예고는 철회되었고 파업은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0월 31일까지 노사가 경영합리화방안에 관한 교섭을 재개하기로 함으로써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닙니다.


현행 비정규법이 폐기되고 비정규권리보장법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비정규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이 모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라는 것을 아는 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홈에버, 뉴코아, 대덕특구복지센터..., 이 땅의 860만 비정규직의 눈물을 멈추게 하는 길은 비정규법을 폐기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앞서, 비정규 노동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온갖 차별과 멸시와 핍박에 대해, 당신이 함께 맞서고 투쟁한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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