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9/11

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1/27
    안개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9/11/26
    고 김준 동지 1주기 추모식(4)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9/11/13
    김 준 동지를 추억하며(6)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9/11/09
    늦가을...(2)
    손을 내밀어 우리

안개

 

안개 속에서 긿을 잃다.

 

그저께, 밤 늦은 시간,

강남에서 유성으로 오는 고속버스를 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 20분,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불과 5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차가 서 있는 사무실 앞까지

유유자적하게 걷기로 했다.

인적 드문 거리에는 택시들이 주로 달리고

24시간 노동하는 편의점, 해장국집, 족발집들과

밤에만 반짝하는 노래방들이 안개 속에 깨어 있다.

 

혹시라도 달리는 차가 나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짐짓 걱정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사무실 앞길로 접어들자 안개 속 아경이 몽환적이다.

왼쪽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원룸형 빌딩,

오른쪽으로는 청계천을 꿈꾼다는 유성천,

그 사이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안개의 땅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고 곧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랍쇼,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낯설다, 아니

익숙한 곳이기는 한데 내가 도달하고자 한 곳은 아니었다.

이게 웬 일이람?

그곳은 사무실을 한참 지나친 곳이었다.

 

되돌아 보았다.

사무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보이지 않고

길 가에 세워둔 내 차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이냐?

오던 길을 다시 걸었다.

곧 백설공주가 사는 성처럼 안개 속에 우뚝 선

사무실 건물을 만났다.

길을 잃을 수도 없는 직선도로 위에서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내가 몽유병이라도 걸렸다는 말인가?

 

길은 언제나 걷던 그 길이었고,

차는 곧 쉽게 찾아서 움직일 수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안개 속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에는

물에 반사된 건너편 모텔의 네온사인과 가로등,

사무실 앞 가로수, 낙엽이 덮인 길가 잔디밭,

아스팔트를 떠도는 마지막 잎새들,

그런 새벽 풍경들이 맘 편한 자세로 누워들 있고,

저 앞 길 건너편에는

세웠던 그 자리에 내 차가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어디를 걷고 있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 김준 동지 1주기 추모식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김 준 동지를 추억하며] 에 관련된 글.

 

1년전,

장례식을 치르던 그 날만큼 폭우는 아니었지만,

어제도 비가 내렸다.

 

1부. 제1주기 추모식

 

2부. 식사 및 추모사업회 출범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 준 동지를 추억하며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했던 동지여...] 에 관련된 글.

 

김 준 동지가 떠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11월 25일 오후 3시에 갑산공원묘지에서

동지의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아래 글은

동지들에게 미리 보낼

리플렛에 담겠다고 해서 썼다.

 

동지를 땅에 묻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모두가 오열했던 작년의 기억이 생생하다.

 

------------------------------------------------------------------------

 

김 준 동지를 추억하며

 

2008년 11월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늦가을에
동지는 두물머리 너머 고즈넉한 산기슭으로 가고,
어느 덧 1년이 지났습니다.
 
동지의 호탕한 웃음
동지의 형형한 눈빛
동지의 거침없는 논리
동지의 유려한 언변
동지의 한결같은 투지
동지의 의연한 투병
 
어느 것 하나 과거형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 살아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에
동지를 추모하는 것은 참으로 낯설기만 한 일입니다.
 
삶과 죽음의 길은
누구한테나 똑같이 열려 있지만
먼저 간 동지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참으로 뜨거운 사랑에
이 가을에는 비가 더 자주 내립니다.
 
바람 불고 눈 내리고
잎 피고 단풍 들고 다시 또 지고
갑산공원묘지의 키 큰 나무들이
1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동지를 지키고 있듯이
우리 이제 다 함께 동지에게 가려고 합니다.
 
슬픔의 노래들과
하염없는 눈물은 걷어버리고
동지가 살고자 했던 세상
동지가 꿈꾸었던 세계
동지가 가고자 했던 미래
우리의 꿈과 소망과 포부로 이어받겠다고 했던 약속,
잘 지키고 있는지 잘 살아가고 있는지
가서 동지와 서로 보듬고 어루만지며 살펴볼 것입니다.
 
모두 오소서.
김 준 동지, 어서 오소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늦가을...

 

하나씩

잿빛으로 변해 간다.

 

아침 안개도

말없이 흐르는 저 물빛도

다시금 팔딱거리며

날 것들의 혈색으로 돌아오는 날,

 

오겠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