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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님의 ['정신'마저 짓밟는 '신종노동탄압'] 에 관련된 글.
*** 노동자감시근절을위한연대모임 2002년 토론회 자료집....(http://gamsi.nodong.net)
최근 노동감시와 노동과정의 특성
이 황 현 아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1. 들어가며
1936년에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통해 작업장 감시 문제를 선구적으로 제기했다. 채플린이 화장실에서 담뱃불을 붙이자마자 화장실 벽면의 화면에서 “빨리 작업대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작업대에서는 다시 “5번열 3번째 작업자, 나사를 더 조일 것”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중앙통제실에 앉아서도 누가 작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라인의 속도가 어떤지 등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작업장 감시가 컴퓨터 기술을 통해 첨단화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을 일방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전자적 감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다. 즉 감시를 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CCTV, IC카드, 네트워크 모니터링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작업장 감시 장치 및 프로그램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용, 현자전주지부, 한국타이어 등 문제가 된 사업장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노동조합에서는 작업장감시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작업장감시 시스템의 본격적인 확산은 결국 노동통제를 강화할 것이고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임이 확실하다. 이는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파괴공작으로 작업장 감시장치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이 입증한다.
그렇다면 작업장감시, 보다 정확하게 노동자감시란 무엇을 말하는가? 노동자감시란, 넓은 의미로 자본에 의한 노동통제 전반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는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이용한 노동자 개인 감시, 노동행태 및 작업관행 감시, 노동자에 대한 정보수집 및 관리를 의미한다. 감시시스템에는 영상시스템(CCTV, 몰래카메라 등), 위치추적시스템(GPS, 핸드폰 위치추적 등), 전자카드(IC칩 카드, 액티브 배지 등), 생체인식기(지문, 홍채, 정맥 인식기 등)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업무용 개인컴퓨터, 전화 등에 대한 무단 열람, 도․감청도 늘고 있고, 생산사무자동화시스템(ERP, DAS 등)도 노동자 감시를 위한 시스템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장감시, 노동자감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전자정보적 통제, 전자감시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과학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눈부신 발달을 보증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ME혁명이다. 극소전자기술의 발달은 노동통제에 있어 현재와 같은 전자정보, 전자감시 통제를 가능케 했다. 이러한 발달은 이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달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발달하였다. 오늘날 감시기술의 특징은 감시대상자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시가 이루어지며(위성에 의한 원격감시, 투시감시 등이 그 예이다), 초정밀 감시가 가능하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시가 가능할 정도로 대량감시 또한 가능하다. 감시결과를 분석하는 기술도 대단히 발달해 빠르고 풍부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무제한 저장도 가능하고 DNA 감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단서로 수천 가지 정보를 분석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값싼 비용만으로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전방위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전자정보적 감시통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다. 감시통제를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범주로만 제한하지 않는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듯 프라이버시 침해나 개인정보유출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응의 관점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침해로서 규정하여 설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모임에서는 작업장 감시통제를 주요한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노동통제, 노동권침해라는 관점에서 대응해가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작업장감시, 노동자감시를 통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자본주의 노동과정의 변화가 야기한 노동통제 기제들을 살펴본다. 또한 최근 작업장감시통제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럼, 현대노동과정의 변화가 야기한 작업장감시, 노동자감시 문제 속으로 들어가 보자.
2. 자본주의적 생산과정과 작업장통제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은 노동과정이자 가치증식과정이다. 그러하기에 절대적 잉여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착취가 강화되고 상대적 잉여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자본가 경쟁이 격화되고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진다. 자본구성이 높아지면 자본은 투하한 자본에 대한 회수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변자본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나간다.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는 주로 시설투자에 이루어지는데, 자본은 이후 회수비용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작업장 통제체제를 구축한다. 맑스는 공장을 ‘노동수단의 규칙적인 운동에 노동자가 기술적으로 종속되어 있고 남녀를 불문한 대단히 다양한 연령층의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병영적 규율이 만들어져 이 규율이 감독노동으로 발전하는’ 공간으로 보았다. 공장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전제가 이루어지는 불가피한 장소로 여겨진 것은 근대적 생산의 중심으로서, 노동자의 잠재적인 노동력이 특정한 방식의 분업체계와 노동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노동행위로 전환되는 장소이자 노동과 자본간의 이러한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조직화된 장이 되면서 이다. 작업장이 이렇듯 노동통제가 일어나는 구체적인 장소라고 한다면 이는 한편, 정보기술이 도입됨으로써 감시가 일어나는 구체적인 장소로도 파악할 수 있다. 감시의 주체는 당연히 자본가이다. 자본가는 생산성과 이윤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노동자의 인권문제와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노동자는 정보기술을 프라이버시, 인권, 작업조건과 통제라는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3. 자본주의 노동과정과 노동통제
자본주의 노동과정 발달과 함께 변화되어온 노동통제기제의 내용을 살펴보자. 생산방식은 대량생산체제, 공장자동화, 전산화, 다품종소량생산에서 신기술과 유연한 노동조직의 결합, 유연한 생산방식의 확산으로 변모되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노동의 불안정화로 인해 광범위한 반숙련, 탈숙련 노동자들이 실업과 반실업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시기별 통제기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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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제수공업시기 |
기계제대공업시기 |
근대정보화시기 |
주요 노동자군 |
숙련노동자 |
반숙련, 미숙련노동자 |
다수의 미숙련노동자,
소수의 전문노동, 숙련노동자 |
자본의 통제변화 |
위계적 통제 |
기계에 의한 기술적 통제,
위계와 직제에 의한 통제 |
자동화기기계시스템,
전자정보적 감시통제 |
통제기제 |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의 분할, 탈숙련화
위계, 직제에 의한 통제(감독자에 의한 인격적 통제, 위계서열)
헤게모니적 통제(노동자들의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지배력 행사)
이데올로기적 통제(경쟁과 효율, 생산성 향상, 성과주의, 기업문화) |
<생산방식의 변화>
수공업 생산방식 |
대량생산방식 |
린 생산방식 |
고도로 숙련된 작업자 |
비숙련 또는 반숙련 작업자 |
조직 전체에 있어 다능공의 편성 |
융통성 있는 공구 |
고가의 전용설비 |
융통성 있는 자동화 기계 사용 |
고가의 상품 |
저렴한 상품 |
다양한 제품을 적정량씩 생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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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의 다양성 및
제작과정의 융통성 결여 |
원가 상승 및
융통성 부족의 문제 극복 |
<생산의 합리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자동차산업>
자본관계는 노동자가 노동력을 팔아 임금의 형태로 교환가치를 실현하면서 자본가의 명령과 지휘 아래서 자본의 처분대로 노동을 하여 자본가에게 그 상용가치를 실현시키는 관계인데 이는 곧 착취-지배관계를 말한다.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자본의 가치증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문제는 곧바로 생산현장에서 노동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즉 노동통제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노동력 구성의 부단한 재조직화나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상대적 구성비의 끊임없는 재조정을 통해 이러한 자본의 전략적 요구는 관철되어진다. 전자가 노동시장, 교육훈련, 임금승진 등을 통해 제도화되어지는 경향이 있다면, 후자는 신기술도입, 생산설비혁신, 노동과정, 생산방식의 변형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본의 입자에서 노동조직, 노동통제, 경영관리방식의 문제는 결국 노동력의 사용가치를 증대시켜 잉여가치율을 높이고 착취-지배구조의 온존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노동통제는 자본주의가 이윤을 보장받는 방법이다. 이윤획득의 방법은 노동시간의 절대적 연장을 통한 것이나 노동강도 강화(노동시간의 내포적 연장)와 생산성 증대, 즉 상대적 잉여가치의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다. 생산조건의 발전 정도에 따라 같은 기간에 같은 노동량이 보다 많은 또는 보다 적은 양의 생산물을 제공하게 되는 노동생산성을 통해 달성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동기 및 목적이 잉여가치(이윤)의 취득에 있고, 따라 서 잉여노동의 증대에 있는 이상, 노동일 전체의 길이는, 잉여노동의 길이와 함께 변동한다. 자본은 이윤의 양을 증대시키기 위해 잉여노동시간(결국 잉여가치량)을 늘리고 필요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설비를 바꾸거나, 노동일의 외연적 길이를 늘리거나, 아니면 내포적 길이(노동강도)를 늘리거나 하는 것이다. 생산성이 증대되면, 저임금 고실업이 강요된다. 산업혁명과 생산력 발전의 결과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의 단축, 상대적 과잉인구의 누적, 자본의 과잉축적이 나타난다.
4. 산업사회, 정보사회, 그리고 감시통제체제
산업혁명 이후 사용자에 의한 작업장 감시와 노동통제는 산업발달과 기술의 급속한 전으로 빠른 속도로 확장되었다. 19세기말에는 작업장 감시와 노동통제는 주로 사업장내에서 관리자들이 직접 투입되어 노동통제 수단으로써 감시를 행하였으나,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포디즘이 전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작업장 통제시스템 도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세기말에 들어서면서 작업장에서의 감시와 노동통제가 변화가 이루어졌다. 관리자들이 산업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감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화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작업장 감시가 대두되었다. 지금 정보화 기술은 발달에 따른 감시기술은 작업장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지면서 감시의 대상 폭이 일반 국민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푸코가 암시한 것처럼 원형감옥식 원리가 침투의 형태로 확산된다면, 자본주의 작업장은 그러한 원리를 기대해도 좋은 장소임에 틀림없다. 노동자들은 일련의 분업작업들의 영속적인 기초 위에서 조직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산업혁명 후에 공장은 시장의 압력에 의해 생산과정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키도록 내몰린 채 감시와 처벌의 형식으로 혁신의 일차적 대상 장소가 되었다. 컨베이어라인 도입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기계화된 연속적인 생산의 흐름 속으로 투입되었다. 일관작업 라인에서 한 노동자의 모든 행동은 생산흐름의 연속과정에서 자동적으로 기록되었고 한편 모든 일탈 행위도 진행방해로 즉시 주목되었다.
파놉티콘의 궁극적 목적이 감시를 내화해서 규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공장에 도입된 기계는 바로 이런 기능을 담당하던 파놉티콘에 다름 아니었다. 기계는 숙련노동을 무력화시켜서 새로운 노동 분업을 가져왔으며, 공장에서 육체적, 정신적인 규율을 강제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작업장에 벤담과 같은 원형감옥식 공장에 대한 이론가가 있었다면 그는 테일러다. 20세기 초 테일러는 작업장에서의 행위에 대한 단순한 감독 계획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모든 면에서 보다 효과적인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으로서 과학적 경영을 개발하여 발전시켰다. 원형감옥식 작업장에서는 감독관이 능률성 전문가로 대체되었지만 그 결과는 거의 같다. 감시 대상자들은 모든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 없는 관찰자의 철저한 감시의 눈길에 통제되었다. 정확하게 측정된 생산성에 따라 조정된 성과급 보상제도는 순종과 업무 수행이 명백한 강제력에 의하지 않은 채 강요되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작업장 통제로서의 감시의 의미는 이렇게 파악되어진다.
포디즘적 노동과정은 대량생산방식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테일러리즘의 과학적 관리방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노동자들은 과학적 관리방식에 입각하여 작성된 표준작업표에 의해 가능한 짧은 시간에 효율적 노동을 반복한다. 생산라인에는 공정별로 표준작업표가 부착되어 작업을 지시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2-3개월이면 완전 숙달될 정도로 단순한 성격의 내용이다. 결국 전체적인 작업의 구상 및 그에 관련된 지식은 경영진이 독점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표준화된 단순 반복적 노동만을 실행하는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작업지시 및 감시가 기계에 이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술적 통제가 노동통제의 주된 방식이 된다. 컨베이어벨트에 종속된 상태에서 노동을 수행하고 그것이 컴퓨터에 의해 점검되는 노동과정 자체가 노동자들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장에서의 감시는 노동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행하는 감시를 말한다. 정보화 이전의 경우 사용자는 과학적 관리, 포디즘 등의 방법을 통해서 노동자에 대한 통제전략을 수행해왔다. 이전의 통제방식은 물리적으로 근접한 거리에서 관리자 또는 기계시스템이 노동자에게 통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보기술이 도입되면서 외형상 통제의 주체는 감시카메라가 된다. 이로써 통제는 노동자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통제에서 정신적인 것과 개인정보에 대한 감시로 전환된다.
5. 최근 감시통제의 특성
전자감시를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좁게 해석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시는 개인보다는 집단감시를 선호하고 동시에 권력의 문제를 끌어들인다. 현대권력은 전자적 수단을 통한 보이지 않는 감시 덕에 그 반경을 넓히고 억압적 속성을 숨기는 재주를 터득한다. 노동자 감시가 극악한 통제유형으로 군림하던 테일러주의를 보다 과학화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통제방식에 언젠가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정보사회의 감시는 전자감시를 가리킨다. 전자감시란 전자기기 등을 사용하여 감시대상을 감시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정보의 감지, 측정, 수집, 저장, 처리, 분류, 재생 등의 면에서 가공할 만한 효율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보를 디지털화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정보변환, 즉 디지털 정보처리기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시능력의 증대를 수반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각 시스템을 상호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LAN이다. 각기 분산되어 있는 정보는 네트워크를 이룸으로써 더 많은 정보자원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디지털 컴퓨터는 감시의 성격을 질적으로 변화시킨다. 감시를 일상화시키고 확장하며 그리고 심화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기술을 통한 전자감시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전자기술은 관찰자와 감시자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본인의 동의 없이도 개인의 비밀 정보까지 대량 수집하게 한다. 둘째, 수집된 정보의 전송을 용이하게 하여 공간을 초월한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분산적 정보들을 체계화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무한 축적된 정보를 쉽게 검색, 출력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감시 과정이 원활히 될수록 ‘정보불평등’이 강화되며 ‘권력관계’의 일방성이 강해진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작업장 감시는 노동자의 작업행위 뿐 아니라, 일반적 행위적 특성과 순수한 개인특성도 포함한다. 그러나 작업장 감시의 본질적인 의도는 노동자 자체에 대한 감시보다는 노동행위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 있다. 즉 노동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생산적으로 만들려는 계기에 위해 도입되는 정보기술이 감시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내 감시 시스템은 80년대 후반 대기업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였지만, 최근에는 저렴해진 비용으로 중소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설치되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온라인 감시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감시는 사이트 접속 차단에서 이메일 확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의 업무가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첨단네트워크 감시장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감시 기술의 발달로 CCTV, 전자신분증,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 전화 도청 장치, 인터넷 사용 감시, 생산자동화시스템 등 영상정보통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보통 노동자 감시 시스템 도입의 명분으로 산업안전, 보안, 업무효율성 제고, 고객서비스 관리, 도난방지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자 사생활 침해, 노동조합 파괴,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통제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80년대까지 노동자들은 퇴근시간에 몸을 수색하는 반인권적 노동자통제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회사는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의 주머니뿐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수색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통한 감시기술은 기존의 노동통제 기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24시간 감시가 가능하고 정보의 선택, 축적, 편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지역적 한계까지도 초월하여 모든 행적을 추적 감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보이지 않아 오히려 표면적으로 노동에 대한 자율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이게 하며, 그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자본가는 노동자 감시기술을 통해서 직접적인 지배와 명령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활동할 수 있는 ‘자기통제’를 목표로 하며, 노동자들에게서 지속적인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감시는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니터링과는 구별되며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감시자, 즉 자본가에 의해 감시대상자, 즉 노동자는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는 이 사실을 모른다.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모든 작업 관련 노동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수집분석결과 감시대상자는 고과에 매겨지거나 상벌을 받을 수도 있고, 감시대상자가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일 경우, 노조파괴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던 롯데호텔, 발전, 재능교육 노조 등은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차단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작업에 대한 감시는 생산량, 문서처리량, 자원의 사용, 컴퓨팅 시간, 전화사용 횟수, 커뮤니케이션 내용, 서비스 태도, 감시, 도청행위 등이 범주에 들어가는데, 위치확인카드, 호출기, TV, 카메라, 일에 몰두하는 정도, 실수의 경향과 빈도 등도 노동자 일반행위에 대한 감시 부분에 들어갈 수 있다. 정보감시기술의 발전에 따라 작업장 감시는 그 수준과 폭을 훨씬 강화하고 다양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산증대에 기여하도록 계획되고 요구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감시감독의 목적으로 주로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작업모니터링, 품질관리와 고객서비스 향상, 법과 규칙의 준수, 교육과 감독의 지원, 안전한 작업장의 확보, 사용자의 재산보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감시감독은 대부분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는지를 확실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정보적 감시체계는 왜 문제인가? 이러한 문제의 상당부분은 감시의 익명화와 자동화 그리고 모든 행동과 움직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련된 감시․통제의 과정 및 성격의 급속한 변화 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이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을 통해 노동과정은 ‘정보파놉티콘’적 권력지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침내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감시를 내면화하여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기규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6. 다양한 감시통제 방법
1) 감시카메라, CCTV, 비디오 감시
저렴한 감시카메라 기술이 널리 확산되면서 직장 내 카메라 감시가 급증하였다. 사용자는 절도나 기물파손을 방지하고 생산성이나 고객서비스를 위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고 법적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카메라 감시의 문제는 존엄성과 노동권의 문제이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 노동자들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때때로 산업재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장면을 이유로 정당한 항변 기회도 없이 징계당하고 해고되고 있다. 특히 많은 감시 카메라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징계와 해고에 이용되고 있어 이는 신종 노동탄압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에게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기록․저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을 보장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적으로 업무와 사생활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감시장비의 기능도 막강해지고 있는 최근 추세에서 회사가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것은 노동통제이자 사생활 침해이다. 게다가 병원이나 버스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는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사생활과도 관계가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카메라 감시의 문제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2) 이메일, 컴퓨터네트워크 감시
정보통신망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한 인터넷과 이메일 감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어지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 임단협투쟁 및 파업시기에 사측에 의한 정보통신망 차단은 노동조합 단결권을 제약하고 있다. 사례로 롯데호텔노조, 아시아나항공, 여천 NCC, 발전노조 등이 있다. 이 사례의 공통점은 정보화에 따른 노동조합 홈페이지가 투쟁시기 유효적절한 소통과 투쟁의 공간으로 이용되어지자 사측은 사내망 차단을 통해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을 일시에 불식시키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사측의 사내전산망 차단은 기술발전에 비해 법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아 사용자들은 이점을 착목해 사용자의 사유재산으로 분류해 노동조합 조합활동들을 제약하고 있다.
3) 전자신분증(RF카드, 스마트카드 등 IC칩 내장카드)
생산직과 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실시되고 있는 전자신분증 역시 노동자 통제감시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다. 98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출근부 대산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 몸에 부착하게 되어 있는 RF카드의 경우 라디오 주파의 자동인식 시스템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이 판독기 옆을 지나기만 해도 출퇴근 여부나 특정 장소를 출입했는지 여부, 출입시간 따위의 정보가 자동적으로 확인된다. 업그레이들 통해 인식거리를 50m 이상 확장할 수도 있고 판독기를 노동자들이 볼 수 없기 때문에 판독기의 추가설치, 은폐 등을 통해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도 있다.
4)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DAS
거래소 상장기업 및 코스닥 등록기업 총 1,494개 중 656개 기업이 ERP를 도입(평균 도입률 43.9%)했다. 근래 도입되고 있는 ERP는 생산직 노동자의 생산과 효율성 증대뿐 아니라 노동자를 감시 통제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생산자동화 시스템은 각각의 기계에 전자정보센서를 부착하여 개별 노동자마다 휴식시간, 작업시간, 생산량, 생산속도, 불량률, 작업장 내 현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함으로써 노동자의 자율성과 여유시간이 심각히 축소된다. 이전에는 종료시간에 생산량을 체크했지만 이와 달리 자동화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한시도 쉴 수 없다. 나아가 작업 이외의 것들, 이를테면 작업자들간 사적인 대화나 노동조합과의 관련성-노조활동 등이 직간접으로 파악되어 오남용될 소지가 크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노조 설립이나 파업 직후에 ERP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ERP 도입효과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가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 현장통제 강화, 고용불안 임을 염두에 둘 때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 과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5) 위치추적장치, 생체인식장치
최근 국민의 1/3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정부에서 ‘위치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피에스는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의 약자로 지구상 모든 곳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다. 즉 비행기, 선박, 자동차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세계적으로 24개의 위성이 지구상 2만200km 지점에서 아주 정확한 시간정보를 지상으로 쏘아준다. 지상에서는 대부분의 지점에서 동시에 4개의 위성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들로부터 수신한 시간정보와 지피에스 수신기 내 시간과의 차이를 통해 현재의 지점에서 위성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휴대폰 전화기술의 발달로 휴대폰을 이용한 위치추적 프로그램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이용자의 사생활 노출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공위성기술과 결합하여 위치추적 정확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7. 마치며
2001년 대용사건을 계기로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물꼬는 트여졌다. 전국적 수준에서, 노동조합 수준에서, 또 현장조직 수준에서 앞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개념 정립, 그리고 전자정보 감시통제 문제와 노동과정의 정보화 문제, ERP,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CCTV 등 자본의 통제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노동권 범주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현 수준의 통신비밀보호법보다 훨씬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입법을 통하여 정보사회를 민주적 방향으로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의 결성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해 나가며 논의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노동자 감시통제를 둘러싼 투쟁은 기존 전자정보감시장치를 폐기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도입될 감시장치에 대해서 협약을 명시해야한다. 그리고 자본이 작업장에서 수집한 일련의 통제정보에 노동자들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또한 그것을 변경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정보통제권'까지 노동자들 스스로 확보해 나갈 수 있어야한다.
전사회적인 정보화, 자동화시스템의 가속화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는 전자감시통제의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더구나 전자감시통제의 성격은 매우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모든 개인은 일상적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노동자 민중 모두는 ‘감시’를 내면화된 ‘자기규율’로 가지며 노동하고 생활한다. 노동감시기술을 둘러싼 노동자 투쟁은 기존 감시장치를 폐기하고, 앞으로 도입될 감시장치에 대해서는 협약을 명시하는 차원에서 ‘감시를 받지 않을 권리’를 달성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반감시’를 넘어 노동자 민중에 의한 ‘역감시’를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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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감시 -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술
작업장 감시 -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술
2002. 4. 22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
기술은 흔히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업장에 도입되는 기술은 대부분 '노/사 양측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생산력 향상'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기술도 중립적인 것은 없으며 특히 작업장에 도입되는 기술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데이비드 노블의 연구에 의하면, 사용자측은 공장에 자동화 기계를 도입할 때 기술적으로 합리적인 녹음재생 방식보다 노동자 통제가 손쉬운 수치제어 방식을
선택했다. 녹음재생 시스템에서는 급송, 속도, 작업량, 산출고에 대한 통제권이 기계공에게 주어져 있는 반면, 수치제어 시스템에서는 통제권이 경영진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작업장에 도입되는 기술은 생산력 향상이라는 명분보다는 기술에 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의 더 큰 이해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사실 노동력 자체가 주요한 생산력의 하나이지만 인간의 능력은 기계의 능력에 비해 매우 잠재적이며 제한적이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 안에 잠재적인 노동력에서 최대한의 생산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용자측은 노동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와 통제를 정당화할 수밖에 없다. "인권은 공장의 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작업장에 있는 동안에는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 뿐 아니라 생각까지 회사의 재산으로 취급되면서 인권이 박탈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맑스가 통찰한 대로,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작업장은 보다 완벽한 통제를 위한 사용자와 노동자들 사이의 전쟁터가 되어 왔다. 노동자들을 한 지붕 아래 모으고 노동 시간을 정착시키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던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통제가 비교적 인격적이며 육체적 '처벌'로 이루어져 왔다면, 19세기말과 20세기 - 즉 포드주의와 테일러주의 시대에 들어서면-들어서면서 관료제적 통제가 오늘날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되었다. 발전된 회계 기법과 위계적이며 정기적인 보고서, 그리고 '과학적 관리'를 특징으로 하는 관료제는 전문적 관리자층을 등장시켰고 노동 과정에 대하여 보다 전면적이며 직접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스웰과 윌킨슨은 자유롭게 맺어지는 노동계약이 자본주의적 전유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관료적 감시는 그 정당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베버의 말처럼, 관료들(관리자, 계획자, 사무원 등)은 자신의 행동(지휘, 감시, 규율)을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료제가 확장되면서 생산기구가 점점 거대하고 복잡해져감에 따라, 조직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할 뿐더러 통제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테일러주의적 생산 방식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과 저항은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를 계속 불러일으켰고 축적의 위기에 봉착한 자본 측을 당황시켰다.
테일러주의의 과잉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유기적' 조직과 스스로 '책임자율성'을 갖는 조직원에 의한 통제 방식이 등장했다. 번즈와 스톨커에 따르면 '유기적' 조직은 공식성이 낮고 수평적인 정보흐름이 많으며 위계상의 지위보다는 전문성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기계적' 관료제와 많이 대비된다. 혹자는 이것을 '유연적 전문화'라 부르며 포스트포디즘의 징후로서 제시한다.
그러나 통제의 본질적인 면에서 변화한 점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통제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다. 노동자 개개인의 '자유 재량'을 늘인 듯이 보이는 '책임자율'적 통제 방식은 오히려 소위 '팀작업' 등으로 '동료에 의한 감시'를 조장하면서 보다 엄격하게 생산력 할당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시간·장소가 극도로 유연화된 조직 구조에서 성과급 등의 심리적·이데올로기적 경쟁 기제를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과거에는 동료였던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킨다는 점에서 '책임자율'적 통제는 가장 비인간적이며 전면적인 통제라 할 만하다. 이 통제 방식의 또다른 비인간적 면모는 그 기계적 특성에서 드러난다. 관리자와의 인격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신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동 과정을 매우 세밀하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작업장 감시 기계' 논란이 불거진다.
1998년 3월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은 바코드 칩이 내장된 ICCARD 신분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사측에서는 ICCARD 시스템을 도입하면 수많은 노동자들의 신원 확인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비효율성을 과감히 제거하고 공장을 혁신하고 … 복잡한 업무처리 과정을 단순화하고 업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ICCARD가 단순히 신분 증명의 용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문 및 각 반의 샵에 이미 설치가 완료된 자동화 시스템과 연계되어 노동자의 위치와 작업 성과를 중앙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RF 액티브 뱃지'의 형태로 운용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시스템이 작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제권과 여유 조절을 극도로 회사에 귀속시키고, 결국 노조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크게 우려를 표명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실제로 미국의 작업장에 도입된 CCTV는 노동조합 조직화에 위 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모기업에서 노조 조직화가 시도되자, 사용자는 공장내부에 비디오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그것의 초점을 모든 개인의 작업장소와 작업자에게 맞춰놓았다.
모니터는 아무도 볼 수 없었고 오직 관리자만이 사무실에서 볼 수 있었다.
사용자는 모니터링이 안전을 목적으로 하며, 작업과정의 위험요소 및 잠재적 위험가능요소를 파악해 냄으로써 노동자의 보상보험요율을 낮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조직화의 열기가 높아지는 동안, 작업공간을 떠나서 휴게실로 간 두 명의 노동자에게 허락없이 작업공간을 떠나지 말라는 주의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곧 노조조직화를 위한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판매부서에 있는 노동자 100명 중 89명이 조합의 대표권을 인정하기 위한 선거에 동의하는 위임장에는 서명을 했으나 실제 투표결과는 대표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의결정족수에 12표가 모자라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의 노동자들은 회사측이 비디오 촬영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감시 기술을 바라보는 노동자들과 사측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뉴사우스웨일즈 프라이버시 위원회는 1995년 9월 발표한 보고서 [보이지 않는 눈 : 작업장 비디오 감시에 대한 보고서]에서 감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사용자측의 아홉가지 전형적인 '도입명분'을 제시하였다. ①절도 방지 ②적대적인 기물파손·방화·파괴 방지 ③(생산성 향상을 위한) 작업 모니터링 ④고객 서비스 향상 ⑤고용인 교육 ⑥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⑦법적 의무 준수 ⑧(법적 분쟁 발생시) 사용자 면책 ⑨(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과정 모니터링이 그것이다.
감시 기술에 대한 사측과 노동자의 견해가 이처럼 다르다는 것은 그 기술의 실제적인 용도 역시 사측이 표방한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지난 96년 10월, 석달 전의 버스요금 인상이 실은 2백38억여 원의 운송 수입금을 빼돌려 회사를 적자 상태로 만든 업주들의 '조작극'에 의한 것이었음이 검찰에 적발되었다. 그런데도 다음해 3월 버스 요금이 다시 인상될 조짐을 보이자 버스 수익 투명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때 "버스 수익이 불투명한 것은 운전기사들의 삥땅 때문"이라는 업주의 주장이 부각되었고, 애초에는 버스업주들의 비리 때문에 시작된 '시내버스 개선종합대책'은 이렇게 해서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CCTV를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남겨놓고 마무리되었다. 서울시에서는 업주들에게 거액의 CCTV 설치비를 지원했고 서울시내버스에 일제히 CCTV가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CCTV는 더 이상 버스 수익 투명화와는 관계가 없다. 몇년새 널리 보급된 교통 카드가 요금을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입 명분을 다했음에도 CCTV는 여전히 건재하다.
사업주들이 버스 CCTV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전담 직원을 채용하고,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CCTV를 백배 활용한다. 어떤 버스 회사는 "물증을 잡았다"며 노동조합 활동가들만을 해고했고 또다른 회사는 관례대로 커피값을 뽑아간 노동자에게 "200원 삥땅쳤다"는 이유를 들어 퇴사를 종용했다. 때때로 그들은 CCTV의 '공익적 목적'을 강조하기도 한다. 9시 뉴스에서는 버스 CCTV에 잡힌 소매치기 장면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시청자는 소매치기의 행위에 분노하면서 CCTV가 우리에게 주는 기능적 효용에 안도한다.
ICCARD, CCTV 이외에도 전자정보적 감시의 수단과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다스(DAS) 시스템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첨단 생산력 통제 시스템의 경우에는 노동자 개개인의 생산량도달 뿐 아니라 몇시 몇분 몇초에 얼마 동안 자리를 비웠는지, 화장실에 갔는지, 담배를 피우러 갔는지를 다 체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작업 과정과는 관련이 없는 화장실이나 휴게실에 설치된 CCTV는 그 자체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한 전자우편(E-mail) 감시, 인터넷 사이트 차단, 전화모니터링도 확산되고 있으며 유전자 검사나 생체 정보 수집 등 갈수록 첨단화되어 가고 있는 '감시 기술'에 의해 작업장이 점점 더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작업장 감시는 쉽게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지 않는다. 이는 첫째,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대 자동차 사례의 경우에도 기층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간부들의 판단이 달라 논란이 더욱 크게 불거졌다. 둘째, '시스템'을 큰 특징으로 하는 현대 기술에서는 '감시 기술'을 따로 분리해 내기가 쉽지 않고, 감시 기술을 포착하더라도 분리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노동자들은 언제나 기계가 도입된 이후에야 그 기능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사후적으로 대응을 하다 보니, 기계 자체의 철수보다는 애매한 '합의'로 결론이 나게 마련인 것이다. 실제로 시내버스마다 설치된 CCTV는 노골적으로 '운수 노동자 삥땅 감시'라는 명분으로 도입되었음에도 노/사 양측은 '양심 보너스'로 이 문제를 합의함에 따라 감시의 문제를 양심의 문제로 만들었다. 그렇다. 감시 기술들이 도입될 때에는 결코 '감시'가 아닌 '생산성 향상', '도난 방지' 등의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그럴듯한' 명목을 달고 있다.
그러나 첫째, 보이지 않는 감시가 더욱 위험하다. 이 점은 푸코가 '전자 판옵티콘'에 대한 유명한 통찰에서 보여준 바 있다. 판옵티콘, 혹은 일망감시는 감시 받는 대상에게는 불을 환하게 쪼여 투명하게 만들고 감시 하는 자의 위치는 조명의 뒤편에 두어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점점 더 투명해 지는 개인,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권력'으로 요약되기도 하는 이런 감시 모형도는 소위 정보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며, 가장 큰 문제는 감시를 받고 있는 대상이 감시의 시선을 언제나 의식하면서 규율 권력을 내면화하게 되는 데 있다.
즉, 실제로 감시당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상관 없이 저기 달려져 있는, 혹은 숨겨져 있는 CCTV로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음을 언제나 의식하고 행동을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책임 자율성'의 요체이자 최근 많은 기업주가 감시 기술을 열렬하게 도입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프라이버시권의 문제는 결코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감출 것이 없으면 감시당하라는 것은 비약이며 이데올로기이다. 프라이버시권의 핵심은 '내가 감출 것이 없어도' 나의 정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감출 것이 있어서 엽서가 아닌 편지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감출 것이 없다면 화장실에서 용변보는 모습까지 공개되어야 하는가? 어떠한 명분으로 감시 기술이 도입되던지, 감시를 당하게 되는 '당사자'들이 이 기술에 대한 우선적인 판단권을
갖는다. 그들이 감시를 '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투명하라고 주장하는 사측일수록 오히려 불투명한 태도로 특정 기술의 위험성에 대하여 은폐하곤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보'를 둘러싼 이런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사측이 노동과정에서 틀림없는 우위를 점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따라서 핵심은 '투명'의 권력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감시를 역감시로 바꾸어라. 사측에 도입 될 기술의 모든 위험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라! 즉 기술 통제권의 확보야 말로 작업장 프라이버시권의 핵심이며,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 통제의 권리를 돌려주는 정당한 과정인 것이다.
전자주민카드나 버스 CCTV 장착을 둘러싸고 최근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감시 논쟁은, 기술의 '잘못된 활용'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웅변한다. 작업장 감시
기술은 전적으로 '정치적 발명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업장 감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프라이버시권'이라는 낯선 권리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한
운동일 뿐 아니라 '자본의 기술'에 대한 운동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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