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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어머니 한글교실 종강파티

  • 등록일
    2008/11/16 00:58
  • 수정일
    2008/11/16 00:58

2007년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7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다가왔습니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부설 이주여성센터 여성한글교실 학생들과 협력기관(아래층 윗층식구입니다.)인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 어머니 한글교실 학생들이 모여 종강파티를 하였습니다.

올 한해 여성결혼이민자정보화문해교육 강사, 비문해자정보화문해교육, 한글교육 강사들과 학생들이 참석하여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올 한해 한글교실에 꾸준히 참여한 학생들에게 격려와 그리고 오래된 선배학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복돋아주고자 한마음 자리로 작은 행사를 마련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에서 진행된 행사는 조촐하게 소장님 인사와 한글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시작으로 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같은 건물 1층과 2층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나들이를 같이 가면서 어울림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였지만 서로간의 이름과 상견례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이번 행사를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 이진희선생님이 준비하여 진행하였답니다.

연말이라 다들 참석하지는 못하였지만 참석한 학생들과 강사선생님들 두 기관 실무자들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인근 생명학교에 있는 이선생님이 흥겨운 우리가락을 들려주며 자리를 빚내주었답니다.

 

서로간의 인사와 참석자들에 대한 상장과 자그마한 선물을 전달하면서 작게나마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조촐한 파티로 진행하였습니다.

새롭게 온 여성결혼이주민과 다시금 한글교실을 찾은 헌내기 학생들의 소감을 이야기하며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과의 인연, 오산이주노동자센터와의 인연에 대한 학생들의 소감들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헌내기 어머니들.... 5년이 된 어머니 5학년이 되었다고 즐거워하는 모습들....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자동차면허증도 따고 혼자서 은행과 관공서를 다니면서 행정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즐거워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흐뭇함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다시금 상기시켜 보았답니다.

한글교실 선생님이시며, 오산지역 문학회 회원이신 신경애 선생님의 시낭독 시간을 가졌답니다. 어머니들과 여성결혼이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시를 낭독하기 위하여 시집을 고르는데 어려웠다며 들려주신 시를 들으면서 어머니를 회상해 보았답니다. 

 

시는 김용택시인의 시집 "콩! 너는 죽었다"에 수록된 "강 건너 콩밭"이라는 시를 낭독해 주셨습니다.

아래 시를 수록해 봅니다.

강 건너  콩밭

                          김용택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아기 업고 강 건너 밭에

아기 젖 주러 갑니다.

 

밭에 가면

어머니는 콩밭이 훤하게

지심을 메다게

내가

엄마! 하고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배가 을매나 고팠을까 하며

수건 벗어 먼지 털고

밭가로 나와

아기 젓을 줍니다.

 

아기는 두 손으로 

엄마의 젖을 움켜쥐고

젖을 빨며

까만 눈으로 엄마 눈을 바라봅니다.

아기 눈엔 엄마가

엄마 눈엔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아기 업고 내 머리를 잡아 당기고

길가에 풀꽃을 꺾어

아기 손에 쥐여줍니다.

 

집에 와서

아기를 내려놓고

강 건너 콩밭을 보면

콩들이 엄마 뒤를 따라

올망졸망 자라고

내가 집에 다 갔나 못 갔나

고개 들고

우리 집 보며

또 자랍니다.

 

여성결혼이주민과 어머니들에게 선물하는 시치고는 제법 잘 고른 시라 모두들 박수를 치며 시낭독을 해주신 신경애 선생님에게 박수와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이어진 소장님의 상장과 선물 전달.... 어머니들에게 건강과 꾸준히 나와 이렇게 오래된 헌내기가 된 어르신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 어머니 한글교실 어머니들이 매일 숙제로 써온 글들을 화답가로 낭독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시래기(11월 26일 숙제) 

                               서종두 어머니(5학년)

 

찬바람 부는 초겨울

양지쪽에 앉아

새래기를 엮다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다

옛날 이때면 어머니가

엮으시던 시래기를

지금은 내가 엮고 있다.

구수한 시래기 장맛 같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처마 밑에 몇가닥 걸고 보니

어머니 생각이 더욱 나는 이 겨울

 

느티나무 한 그루 (11월 29일 숙제)

                            한길자 어머니(5학년)

 

옛 고향이 떠오르네

초가집들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겠지

골목 돌담길이 떠오른다

골목을 지나 교회당 종소리가 단잠을 깨우네

아침 햇 덩이가 눈부시게 날아오르네

새가 되리

 

 

(12월 7일 숙제)

                      전옥순 어머니

 

고향에 있는 친구들 그리워하며 쓰는 글

매화야 금이야 순덕아 다 잘있겠지

몸은 건강하고 너희들도 손주손녀 다 보았겠지

우리도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세월이 너무 빠르구나

얘들아 보고 싶다

우리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구나

마음에 편지를 쓰다보니 벌써 마음이 고향에 있구나

너희들도 내가 보고 싶지

우리 어릴때 참 재미있게 놀았잖니?

소꼽놀이 할 때 너는 아빠고 나는 엄마했잖아

뒷 개울가에서 돌집도 짖고 돌로 고추가루 만들었지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십 중반에 들었구나

세월이 너무 빠르다

몸 건강하고 우리 만날때까지

친구야 안녕

어머니들이 매일 숙제로 써오는 글을 보면서 참으로 동심의 세게를 다시금 발견한다는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는데 이렇게 글로서 접하니 참 문학소녀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나게 하였답니다.

 

여성결혼이주민들도 이에 뒤질세라 인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한국생활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하는 자리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이야기하며 서로들이 만나 즐겁다는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함께 있어 더 즐거운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김장 속을 만드는 날이라 보쌈과 다과 그리고 한국의 떡을 놓고 조촐하게 만든 파티에서 서로에게 격려와 한해가 가는 아쉬움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와 힘을 주고 어르신들이 부디 몸 건강히 함께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파티를 통하여 함께 어울리고, 어머니들과 여성결혼이주민들이 함께 상견례를 하는 자리를 가져보았답니다.

 

어머니 한글교실 어머니들.... 여성결혼이주민자 어머니들... 모두 한해 마감 잘하시고,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

 

함께 늘 묵묵히 저희에게 그루터기 처럼 든든히 지원을 해주어서 힘이 절로 난답니다.

함께 있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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