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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 등록일
    2004/09/06 10:02
  • 수정일
    2004/09/06 10:02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 "민주화의 길" 창간호에...

 

불길을 헤치고 물 속을 헤엄치고

가시밭 돌무덤 바위산을 뚫고서

모두들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온 나라에 울려퍼지는

노래 크게 외쳐 부르면서

 

등에는 깊은 이빨자국

이마와 손바닥엔 아직 피 붉은 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끝내 흔들리지 않을 깃발

저 하늘 높이 세우기 위하여



철장에 뜨는 달 먼산에 피는

아지랑이에 한숨쉬기도 했지만

모두들 주먹 다시 부르쥐는구나

어둠 이 땅 구석구석에서 몰아낼

큰 횃불 드높이 밝히리라고

 

아제 우리 갈 길을 알았노라고

이웃과 함께 친구와 함께

갈가리 찢긴 이 땅덩어리와 함께

 

밝히고 꺽이고 으깨어져

조그맣게 움츠러든 이 겨레와 함께

이제 갈 길을 알았노라고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모두들 손에 손 잡고 섰구나

저 강 건너 동녘을 향하여

새 햇살 새 별빛 아직 멀어도

잃을 것이 없는 자에겐 두려움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으니

 

손과 발에 매인 사슬 끊어 던져라

아양과 눈웃음에 우린 속지 않는다

모두들 힘차게 달려가는구나

육천망 온 겨레 얼싸안고서

어깨동무하고 나갈 북소리 울리며

 

                                                              신경림 시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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