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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새벽달

  • 등록일
    2004/09/11 07:27
  • 수정일
    2004/09/11 07:27

돌 깨는 소리 맞은 지 오래인

채석장 뒤 산동네 예배당엔

너무 높아서 하느님도 오지않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끌려간 전도사는

성탄절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블록 담벼락에 그려진

십자가만 찬바람에 선명하다

눈도 오지 않는 성탄절날 새벽

복받은 자들만의 찬송가 소리는

큰 동네에서 큰 교회에서

골목을 타고 뱀처럼 기어올라와

가난을 어리석음을 비웃고 놀리는데

새벽달은 예배당 안을 돌아다보는구나

갈 곳 없어 시멘트 바닥엔

서로 안고 누운 가난한 연인들을 깨우면서

저 찬송가 소리 산동네 덮기 전에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가만가만히 흔들어 깨우면서

 

                                          신경림 전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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