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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수첩

  • 등록일
    2004/10/28 17:57
  • 수정일
    2004/10/28 17:57

한 권의 시집이 3000원이던 시절

나는 모든 시인을 숭앙했고

모든 시어로 아침을 맞이했다

전봇대에 가는 띠로 매달린

전선 노동자를 우러러 보았고

아스팔트에 항문을 씻는

동네 개와 달리기 시합을 했다

아버지의 오동나무 책상에 앉아

하늘빛과

친숙한 벗들을 그리워 했고

십자가 무덤 같은

서울의 비정함을 저주했다

- 서울에선 내 친구들이

끊임없이 쓰러졌고

모든 아픈 무덤들은

환락가의 사연이 되었다

정가 3000원의 맨 뒷장이

너무 낯설어진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나는 시인 한 명 생각나지

않으며

관계 없이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

그 허상에 질척거리다가

나는

아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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