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한 사람의 마음 따스한 이가 인생의 소풍을 끝냈구나... 안타깝다.
“생나무보다는 고사목, 좀 썩은 나무, 집 뜯은 나무가 좋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도 어느만큼 썩어야, 풍상도 겪어야 사람맛 나는 사람이 되듯이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의 수필집을 통해 자연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전우익 선생이 지난 19일 아침 6시쯤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해성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79.
고인은 1925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서울에서 중동중학교를 졸업한 뒤 경성제대에 입학했으나 혼란스런 정국 탓에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었다. 1947년부터 ‘민청’에서 청년운동을 하다 사회안전법에 연루돼 6년 남짓 옥살이를 했고, 출옥 뒤에도 보호관찰 대상이 돼 65살 때까지 주거 제한을 받아 고향 밖을 나가지 못하고 부자유하게 살았다.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에서 밭농사 짓고 나무 키우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외에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사람이 뭔데> 등 3권의 책을 펴내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거짓 없는 삶의 참모습을 알렸다. 고인의 글은 투박한 농사꾼의 이야기뿐이지만, 소박한 삶 속에 진실한 삶이 있음을 아무런 꾸밈도, 왜곡도 없이 보여주었다. 신경림 시인은 고인을 가리켜 “깊은 산속의 약초” 같다고 했다.
“세상에 나는 물건을 사람만이 독식해서는 안 되지요. 새와 곤충이 없이 사람만이 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그런데도 혼자 먹겠다고 야단이지요.”(<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02년 9월 <문화방송> ‘!느낌표’에서 고인을 만나 그의 진솔한 삶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과 평생의 벗으로 우정을 나누었으며,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과도 각별한 친분을 가꾸었다. 무명씨를 뜻하는 ‘언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을 뜻하는 ‘피정’(皮丁)을 아호로 썼다. 이름을 섣불리 팔지 않고, 헛된 알맹이보다는 실한 껍데기로 살려는 뜻이 담겨 있다.
고인은 지난해 5월 중풍으로 쓰러진 뒤 대구 영남대병원 등지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최근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 집으로 돌아가 투병생활을 해왔다. 유족으로 아들 전용구씨 등 3남3녀가 있다. 장례식 21일 아침 8시. (054)673-6762.
봉화/구대선, 고명섭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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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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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승들이 한두분 사라져 가서 안타깝군요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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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jang_gong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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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감동을 주신 분인데 오늘 일자 한겨레신문에 나와 이렇게 올려봤답니다. 떠나는게 못내 아쉬워서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