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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등록일
    2005/03/15 01:10
  • 수정일
    2005/03/15 01:1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고등학교 국어생활 / 한국교육미디어) 에 대하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사람은 강한 것 같아도 실상은 약한 존재다. 힘차고 당당하고 굳건한 면을 가지고 있어도 돌아서서 혼자가 되었을 때는 참 약하기 그지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수없이 결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혼자서는 많이 흔들린다. 이 결정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꽃 한 송이가 피는 일도 그렇다. 어려서 아주 작을 때는 작은 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고 조금 더 컸을 때는 그 만큼의 크기로 흔들린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는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피는 것이다. 바람에 시달리고 비에 젖으며 시련 속에서 피는 것이다.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어 아름다운 꽃송이가 초라하게 변하고 외롭고 두렵고 비참한 모습이 되기도 하면서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수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흔들리면서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이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저 순탄하게만 가는 사랑은 없다. ‘그만 두어 버릴까.’ ‘이쯤에서 돌아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길이 사랑의 길이다. 이 땅에 곧게만 찍히는 발자국은 없다. 모래 위를 걸어간 내 발자국을 되돌아 보라. 눈 위를 곧게 걸어갔다고 생각한 내 발자국을 돌아 보라. 그 발자국은 아무리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해도 비뚤비뚤 흔들려 있다. 그게 우리 인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늘 흔들리는 채로 있는 꽃은 없다는 것이다. 흔들리다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줄기를 위로 올린다는 것이다. 줄기를 위로 올릴 때는 돌아와 있을 때이다. 늘 젖은 채로 피어 있는 꽃은 없다. 그 빗줄기, 그 이슬방울을 제 삶의 양식으로 바꾸어 그것이 아름다운 빛깔을 만드는 힘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을 탓하지 말고 이게 솔직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나 흔들리는 채로 있지는 말자. 수없이 제 자리로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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