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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꽃밭

  • 등록일
    2011/09/23 19:02
  • 수정일
    2011/09/23 19:02

꽃밭

 

                                                                                       도종환

 

내가 분꽃씨 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햇살 속에 내밀 때면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왜 내가 처음 본 것이 검푸른 바다 빛이거나
짐승의 윤기 흐르는 잔등이 아니라
과꽃이 진보라 빛 향기를 흔드는 꽃밭이었을까

민들레 만하던 내가 달리아처럼 자라서
장뜰을 떠나온 뒤에도 꽃들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나운 짐승처럼 도시의 골목을 치달려갈 때면
거칠어지지 말라고 꽃들은 다가와 발목을 붙잡는다
슬픔 속에 잠겨 젖은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꽃잎의 손수건을 내민다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을 때
거기 꽃밭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지금도 내 옷 소매에 소박한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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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입니다.

  • 등록일
    2011/09/23 18:38
  • 수정일
    2011/09/23 18:38
완연한 가을입니다.
여름의 무더위 시셈으로 더위에 허덕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스산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을이 다가왔나봅니다.
절기가 말해주듯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도 가을에게 계절을 넘겨주는 순리가 있는데... 우리내 삶은 그렇지 않고, 속이고 거짓으로 치장한 위선자들이 많아 자연의 순리는 어디에도 찾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라는 언론의 보도 미국은 벌써 더블딥이라는 소리 유럽 국가의 재정악화로 인한 부채에 따른 금융위기라는 소식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 대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와 함께 임시국회 소식들이 언론에 타전되고 있습니다.
국가를 책임지는 이들의 행태에서 분노를 느낀지 이미 오래전이지만 치졸한 정쟁으로 국가의 운영을 책임질 국회의원들이 마치 국가가 자신들의 것인냥 착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았음을 느껴봅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순리 처럼 거짓없이 순리에 따라 주고 받고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존재할 수 없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이란 자연의 순리를 거부하여 유전자의 변형을 막아온 존재이니.... 이기적이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문에서도 영국의 동물학자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하여 종교계의 창조론을 반박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창조하였던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무수한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만물들이 어우러진 삶이겠지요. 지구과학을 보더라도 인간이 지구에 정착한 시기는 얼마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머무를 수 있을지도 지구에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시간은 아주 미세하겠죠.

오늘 하루 사무실에서 저를 기다리는 이주노동자를 보았습니다.
경제위기 그리고 국회의원들과 다르게 자신의 땀과 노동으로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하여 자신들의 가족을 부양하고 이런 단위들이 모여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그러한 근현대사를 갖고 있지만 경제력 향상이고, 부의 축적에 의거한 물질욕으로 이러한 삶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에선 이웃사촌이란 말은 꺼내지도 못하는 삭막한 광풍의 도시위에 살고 있습니다.

살갑던 삶은 과거의 빛바랜 추억으로 뭍혀져 있습니다.

이제 낮고, 작게, 부드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리고 함께 어깨걸고 가는 삶을 상상해 봅니다.  너와 나 우리라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가 세상을 밝게 빛추었으면 좋겠습니다.

길 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는 그런 냉랭한 모습을 보니 참 씁쓸한 생각이 들더군요. 어린 시절 살갑게 동네 개똥이네, 순이네, 철수네 등등 살갑게 부르며... 야단도 받고 칭찬도 받고 어울렁더울렁 살갑게 살았는데.....

이주노동자들과 작지만 살갑게 더불어 살아갑니다. 주고 받고 서로 나누는 삶.... 이러한 삶이 자신은 물론 주변을 풍요롭게하는데... 우리는 미처 앞만보고 달려가는 삶에서 주변을 잃어버립니다.

제 혼자만 잘났다고 주변을 배제하고 높이 치솟고자 한 삶은 고독을 수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이 올라가지 않더라고 낮게 작고 느리게 가는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함께 어울리는 삶을...

저희는 이번주 이런 살갑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작게나마 희망의 노래 꽃다지가 마련해준 공연을 갖고 다솜공동체 이야기를 위한 한마당 행사를 합니다.

더불어 가는 삶이 무엇인지.... 이 행사를 통하여 느끼고 나누고 배우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철수의 집 나뭇잎 편지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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