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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 등록일
    2004/10/24 16:26
  • 수정일
    2004/10/24 16:26

서른에 나이 하나를 더 더하면서 시집을 들추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릴 땐 드라마틱한 구조를 지닌 소설이 그리 좋더니만 요즘은 왜 이렇게 마음 깊은 곳을 긁어대는 시가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나무님들은 이 시가 어떤지요?


<<꽃피는 말>> -- 박노해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 남 하는 대로 " " 나 하나쯤이야 " " 세상이 그런데 "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 나 하나만이라도 " " 내가 있음으로 " " 내가 먼저 "

 




20대 초반에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내가 나이가 들고 부양 가족이 생기고 키워야 될 자식이 생기고 그러기 전엔 적어도 그러기 전인 20대만이라도 비타협적으로 살겠다고... 적어도 내 인생에 20대만큼이라도 비타협적으로 살겠다고.. 쉽게 진실 아닌 진실과 손 잡지 않고 쉽게 정의 아닌 정의와 마음 합치지 않고 쉽게 화해 아닌 화해와 악수 하지 않겠다고...

30을 갓 넘긴 저는 아직 부양 가족도 없고 키워야 될 자식도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그 면에선 20대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 러. 나....

요즘은 생각합니다. 제가 부양 가족이 생기고 키워야 될 자식이 생기는 나이가 되더라도 "나한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남 하는대로" 가 아닌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로 살게 해주소서...라고요.

세상이 그런데... 사는게 그렇지 뭐.. 그저 튀지 말고 남 하는대로 .. 나 하나쯤이야 ..정말 그렇게 말고

내가 먼저, 내가 있음으로, 나 하나만이라도 믿음을 가지면서 살수 있기를....
그리고 그 믿음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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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바람 부는 날

  • 등록일
    2004/10/20 19:26
  • 수정일
    2004/10/20 19:26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멸치 국물 냄새가 난다

광산촌 외진 정거장 가까운 대폿집

손 없는 술청

연탄난로 위에 끓어넘는

틀국수 냄새가 난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기차바퀴 소리가 들린다

갯비린대 싣고 소금밭을 지나는

주을이라 군자의 협궤차 소리가 들린다

황석어젓 이고 새벽장 보러 가는

아낙네들의 복도 사투리가 들린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갈대밭이 보인다

암컷 수컷 어우러져 갈램질하는

개개비가 보이고 물총새가 보인다

강가 깊드리에서 나래질하는

옛날의 내 동무들이 보인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꿈을 꾼다

버들고리에 체나 한 짐씩 덩그러니 지고

그 옛날의 무자리되어 길 떠나는 꿈을

가세가세 흥얼대며 길 떠나는 꿈을

 

                                    신경림 전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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