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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강연호] 신발의 꿈

  • 등록일
    2004/09/26 13:53
  • 수정일
    2004/09/26 13:53

* 이 글은 처절한기타맨님의 [그저 한없이 걸음 걸으세요]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좌우가 바뀌거나 이쪽저쪽 외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치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낡고 헤어져 저렇게 버려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내팽개치고 싶은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 그를 완전히 벗어 던졌지만

신발은 가지런히 제 몸을 추슬러 버티고 있다

누가 알 것인가. 신발이 언제나

맨발을 꿈꾸었다는 것을

아 맨발, 이라는 말의 순결을 꿈꾸었다는 것을

그러나 신발은 맨발이 아니다

저 짓밝히고 버려진 신발의 슬픔은 여기서 발원한다

신발의 벌린 입에 고인 침묵도 이 때문이다.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 "긍정적인 밥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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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 등록일
    2004/09/26 13:15
  • 수정일
    2004/09/26 13:15

인구 대이동이라 할 만큼 추석은 사람들에게 있어 고향을 떠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또한 가족들이 모여 한해살이를 정감있게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도 하다. 그러나 추석이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인근에 유심히 살펴보면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은 추석이 되려 가슴 아픈 분들이다.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이, 할머니와 외롭게 사는 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이, 장기투쟁으로 추석을 반납한 이, 남과북이 갈라진 실향민 등...제각기 처한 조건은 다르지만... 이들에게 있어 추석은 결코 환영할 만한 명절이 아니다.

 

쓸쓸히 보내야 하는 추석.... 근심으로 가득찬 농촌



다들 친지방문이다. 고향에 내려간다 분주하다. 그리고 차례를 지내며 일년 무사평안을 가져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기린다. 그러나 친지 방문보다 어린 나이에 제밥을 차려야 하는 어린 고사리 손이 있을 것이며,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손주를 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이들... 서울 전역에 퍼저 있는 노숙자.... 등 다양한 그들에겐 추석은 어찌보면 연말보다 더 한 고통일 것이다. 집안에서 조용히 보내야 할 추석이... 남들과 다름은 설움일 것이다. 그들은 소리내지 않고 추석의 아픔을 또 딛고 잃어서겠지....

 

농부는 한해 농사를 정리하고 가을겆이의 수확한 햇 곡식을 보며 흐뭇해한다. 농부의 가을겆이의 흐뭇함은 FTA체결로 이제 농촌에서 볼 수 없는 풍경으로 희미해져 간다. 농부의 가을겆이는 푸념과 한탄... 계속되는 농촌인구의 고령화.... 농촌은 근심을 가진 고뇌의 땅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일년 농사 뼈빠지게 해보았자 남는 것은 빗더리와 얼굴에 내려앉은 주름살과 근심 뿐이다. 한가위 달빛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내 농촌에 보름달 함박웃음을 뛰겠지...

 

언론에서 추석으로 호들갑 떨고 있겠지...

귀성차량의 차막 힘.... 추석 특집프로.... 고향과 관련된 특집프로... 명화시리즈... 각종 언론은 추석대목 방송사 시청률 경쟁을 너도나도 없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내 주변에서 쓸쓸해 보내야 할 이들에 대한 특집은 없다. 단 몇분만이라도 그들의 처한 현실을 방송해주면 좀 어디가 덧나냐.... 어렵지만 희망을 잃구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주면 뭐 방송사 추석방송이 먹칠하는 것도 아닌데... 연말 불우이웃돕기 프로는 열라 핏대높여 방송하면서 명절과 관련되어서는 아무런 말이 없이 지나친다. 아니 방송사는 즐거운 추석이 먹칠될까봐 아예 이러한 시선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고향에 내려가 흐뭇함에 도취하기전... 우리 한번 우리 주변 어려운 이들이 있음을 주지해 봅시다. 행복함이 더한 추석... 나눔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봅시다.

한가위는 어찌보면 나눔을 위한 잔치가 아닐까요....

 

이전 먹거리가 없었다던 보릿고개 시절... 그때는 그랬지 회상하지 말고 아직도 그 보릿고개보다 더 서러운 세상에 내팽겨진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봅시다. 그들에게 물질적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그들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추석이 되려 서글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작지만 함께 더불어사는 삶이 무엇인지... 가족과 함께 이야기해보세요.

 

이번 추석... 고돌이와 술판에 허우적이기 보다는 주변 낮은시선을 갖고, 나눔을.... 한편으론 가족내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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