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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이의 노래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팔을 덜렁거리며 돌아다녔다.
[웅덩이를 보면 물고를 틀어 물이 흐르게 하고]
그 도랑물이 강이 되고
그 강이 대하가 되고
바로 그 웅덩이가 바다가 되는 욕망의 세계에서 살았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자기가 아이라는 걸 몰랐다.
아이에겐 모든 게 살아 숨 쉬는 것이었고
살아 숨 쉬는 것은 모두 하나였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그 어느 것에도 굳어진 생각이 없었고
몸에 베인 행동이 없었다.
종종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가
뜬금없이 뛰기도 했고
머리엔 가마가 그대로 보였고
사진 찍을 때 딴 얼굴이 되지 않았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그때 아이는 이런 것들이 헷갈렸다.
왜 나는 나지, 왜 네가 아니지?
왜 나는 여기에 있지, 왜 저기에 있지 않지?
언제 시간이 시작했지? 어디에 공간의 끝이 있지?
대낮에 뛰노는 것과 꿈꾸는 것이 어떻게 다르지?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이
단지 세계 앞 세계의 가상일뿐이 아닐까?
악이 있고 정말 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사실일까?
어떻게 지금 이렇게 있는 내가
이렇게 되지 전에는 있지 않았다는 것과
이렇게 있는 내가 언젠가
더 이상 이렇게 있지 않게 된다는 게 가능하지?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시금치가, 완두콩이, 우유쌀죽이,
데친 콜리플라워가 밥상에 올라오면 입을 봉했다.
이젠 이런 모든 걸 먹는다. 챙겨 먹기도 한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언젠가 낯선 침대에서 깨어났다.
이젠 그게 반복된다.
그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이젠 운이 좋아야만 그렇다.
그땐 천국을 분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이젠 잘해봐야 어렴풋하게 느낄 뿐이다.
그 땐 無를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無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신바람이 나게 놀았다.
이젠, 그때와 같이 뭔가에 푹 빠지는 경우는, 겨우
하는 일이 밥벌이일 경우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양식은 사과와 빵으로 충분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가 펼친 손에 산열매들이 산열매들만의 촉감으로 떨어졌다.
그 촉감이 아직 손에 남아있다.
싱싱한 호도를 잔뜩 먹고 혀가 떨떠름해졌다.
그 떨떠름함이 아직 혀에 남아있다.
아이는 어떤 산에 오르더라도
그 다음으로 높은 산을 동경했고
어떤 도시에 가더라도
더 큰 도시를 동경했다
그 동경은 여전하다.
나무 꼭대기 올라가 팔을 뻗어 버찌를 딸 때의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항상 수줍어했다
수줍음은 여전하다.
첫눈을 기다렸다
여전히 그때처럼 첫눈을 기다린다.
내 안에 있는 아이가 온통 아이였을 때
아이는 막대기 하나를 창 삼아 선악과나무에1 던졌다
그 창이, [내 마음 안2] 그 자리에서, 오늘도 파르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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