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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창의력" 담론

언제부터인가 “창의력”을 입에 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공장단순노동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일을 하는 사무직임노동자들이 껀덕하면 “창의성” 운운한다. 모두 예술가 행세를 한다. 역겹다.

“창의력”이 혁신의 동력이고 가치생산의 주역이란다. “은행도둑질”(“Bankraub”/독일 시사주간 Spiegel, 2008.11.7) 주역의 한명인 블라이드 마스터스(Blythe Masters)의 “창의력”이 쓰레기(일명 CDS)를 가지고 엄청난 가치를 생산했단다.

베를린에 수두룩한 “디지털 보헴”은 지네들은 임노동을 하지 않고,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허세를 부린다. 자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없으면 전전긍긍하는 일일노동자 - 룸펜자유주의자!! - 들이 신자유주의의 대변인이 되어서 그 물결을 타고 서핑을 즐기다가 이젠 뭔가 보이는지 “우리에게도 사회복지를”하고 외친다. 무조건 기본소득을 열렬히 지지한다.

자연 소멸될 거품을 구태어 언급할 필요야 없겠지만 저들이 허세적인 “창의력” 담론에 앞장서서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줄이는데 한몫했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가만두고 지나갈 수 없다.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제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자본가들이다. 수천 번, 수만 번 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통해서 어떤 매뉴얼에도 찾아볼 수 없는 능력을 소유하고 품질을 담보하는 사람이 노동자다. 난노 크기를 가리는 손의 감각, 정확한 눈대중, 분자를 가리는 후각, 나사 조임의 상태를 알아내는 청각으로 변함없는 품질을 생산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위협했을 때 독일 제조업의 요구는 무엇이었던가? “줄기직원”(Stammbelegschaft)을 경영상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왜 그랬나? 아무렇게나 대체될 수 있는 단순노동이라면 경영상의 어려움을 빌미로 해고하고 더 값싼 노동으로 대체할 절호의 기회가 아니었던가? 사회복지제도의 재원으로 “단축노동프로그램”("Kurzarbeitergeld"/단축노동자수당)을 운영하여 제조업자가 직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

창의력?

좆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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