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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교육이 좋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부모를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정상적인 학교에 보내고 싶을 것이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로 하자면 대안운동과 녹색당의 본거지에 속한다. 녹색당 후보가 독일에서 유일하게 직선된 선거구의 핵심지역이다. 이 선거구에선 지난 2002년 총선 이후 계속 녹색당 후보가 직선되고 있다. 진보적-좌파적 성향의 지역이다.


근데 이런 진보적-좌파적 주민들에게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 보낼 때 발생하는 일이다. 크로이츠베르크 초등학교는 온통 외국인 자녀들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부모를 갖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어떤 녹색당원은 반에서 자기 아이만이 외국인이 아닌 초등학교를 고집하다가 결국 아이 때문에 중산층지역 빌머스도르프로 이사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도 검색된다. “99%가 이주자. 우리 3명이 우리 학교의 마지막 독일인이다.”) 그래도 크로이츠베르크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편법을 쓴다. 다른 지역에 거주신고를 하고 아이를 다른 지역에 보낸다.1

좋은 학교?


독일에는 일류학교가 없다고 한다. 특히 일류대학이 없어서 치열한 입시경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의 교육제도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잘나가는 시민계급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70년대 한국 교육제도가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전통적인) 독일교육제도의 특징은 어린이를 조기에 (9-10살) 3등급으로 분리하여 교육을 시킨다는 점이다. 납세액에 따라 선거권을 3등급으로 구분한 프로이센의 3등급선거제도를 연상시키는 제도다.2

독일에서 고등학교 졸업률이 30%정도라면 한국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한국은 아마 100%에 가까울 것이다. 이 30%도 70년대 사민당/자민당 연정하의 교육개혁에 의해서 노동자가정의 자녀들에게도 고등학교와 대학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전의 상황을 보면 고등학교 졸업, 소위 아비투어는 극소수의 특권이었다. 19세기 중반에 김나지움-고등학교 졸업자는 1%미만이었다. 노동자는 학비 때문에도 고등학교는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요새 다시 유행하는 전원기숙학사 혹은 기숙사학교는 20세기 초 월학비가 노동자의 연 임금에 준한 것이었다. 김나지움-고등학교 졸업률은 100년이 지난 1960년대에도 단지 6%선상이었다3. 독일의 고등학교졸업은 클로즈드숍에 가깝다. 그래서 대학입시 경쟁이 없다. 클로즈드숍에 경쟁이 있을 리 없다.


독일에서 교육관련 좌우간의 논쟁은 3등급교육제도지지 혹은 폐지논쟁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같이 등급을 두지 않는 “통합학교”(Einheitsschule)를 만들자는 것이 좌파의 입장이고 전통적인 교육제도를 수구하는 쪽이 우파다. 우파의 슬로건은 개혁교육학이 이야기하는 창의력과 개별화다. 우파와 좌파의 입장이 절충된 것이 소위 “종합학교”(Gesamtschule)다. 3등급을 따로 따로 두지 않고 한 학교 내에 두어 3등급 간 유동성을 지향하는 모델이다.

좌파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돌봄과 무관하게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고 한다. 그래서 “하루종일학교”(Ganztagsschule)를 주장한다. 독일에서는 보통 이른 오후에 하교하고 교육의 상당부분이 가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정에서 이루어진 교육을 토대로 하고 있다 . 그래서 부모가 돌보지 않을 경우 “주관적인 창의력”을 지향하는 독일의 전통교육제도에서 낙오되기 쉽다. 중산층이상의 아이들은 부모가 따로 크게 돌보지 않아도 밥상 등에서 부모의 교육친화적인 아비투스를 자연적으로 습득한다. 이런 가정을 두고 독어로 “bildungsnah"(교육이 바로 옆에 있는)라고 한다. 반면 ”교육이 먼“(bildungsfern) 가정의 자녀들은 학교교육에서 전제되는 이런 아비투스를 습득할 기회가 없다. 아이들을 다 온종일 돌보아 기회균등을 이루자는 것이 좌파가 지향하는 교육이다. ”좋은 부모“야 운명이겠지만 “좋은 교육”은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offenes Lernen"(열린 학습)이란 ”과목“에서 ”주관적 창의력“으로 요약될 수 있는 독일교육의 현실의 살펴 볼 수 있다. 학습내용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자발적으로 주제를 선택하여 일정기간동안 혼자서 혹은 여럿이 주제를 다루고 발표하는 ”과목“이다. 가정에서 훈련된 토론능력,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의 뒷받침 혹은 그런 분위기 등이 전제되는 “과목”이다. 열악한 사회적 상황에 처해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특히 이주자 가정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근데 여기서 체화된 능력이 가면 갈수록 더 중요해진다. 김나지움 상급반에 가면 실기가, 즉 발표능력이 점수의 50%를 차지한다. 실기점수를 놓고 반에서 종종 열띤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능력에 따른 등급이고 능력 맞춤형 교육이라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근데 그게 아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특권층을 따로 양성하는 제도로 시작했고 그 잔재가 아직 남아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출신을 보면 상류층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베를린 등 그래도 좌파적인 성향의 지역에서는 그 간격이 그리 크지 않다. 베를린의 경우. 상층 아이들이 김나지움-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하층 아이들보다 2.5배 높다. 바이에른 등의 지역은 그것이 6.1배 다.4 그리고 4학년말에 교사가 아이들의 진학 관련 권고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상층 아이들은 점수가 낮아도 김나지움을 권장하고 하층 아이들은 점수가 훨씬 높아야 김나지움-고등학교를 권장한다.5 (썩을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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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www.pc-blog-berlin.de/in-kreuzberg-kommen-manche-linksgrune-mit-der-realitat-nicht-mehr-klar/텍스트로 돌아가기
  2. 프로이센 3등급선거제도(Dreiklassenwahlrecht): 납세액의 상권 1/3, 중권 1/3, 하권 1/3고 구분하여 선거 실시. 프로이센에 속했던 루르지역의 경우 철강업자 알프레드 크룹이 시의원의 1/3을 혼자서 결정. 사회수당 수혜자는 선거권 박탈, 선거권이 전혀 없는 지역도 있었음텍스트로 돌아가기
  3. http://www.bpb.de/apuz/30809/das-tor-zur-universitaet-abitur-im-wandel?p=all텍스트로 돌아가기
  4. http://www.chancen-spiegel.de/daten-und-fakten/relative-chancen-auf-den-gymnasialbesuch/indikator/59/indcat/6/indsubcat/0.html?no_cache=1텍스트로 돌아가기
  5. http://iglu.ifs-dortmund.de/assets/files/iglu/IGLU2006_Pressekonferenz_erweitert.pdf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