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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

어디선가 주워들었는데 카톨릭에선 성자가 되려면 유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자기관계의 특유한 양태가 유모여서 그런가? 유모의 밑바닥엔 ‘나 별것 아녀’가 있어서 그런가?

잘 모르겠고, 암튼 요나서에 등장하는 야훼란 분은 장난기가 좀 심하다.

요나는 야훼에 삐쳐서 입이 넉자나 나온다. 한마디로 야훼가 약속을 안 지켜서 자기가 우습게 되었다고 기분이 잡친 것이다. 야훼가 시키는 대로 니느웨에 가서 "니들 다 죽었어"했는데 야훼가 그들을 버젓이 살게 내버려 둔거다. 요나가 결국 헛소리를 하게 된 거다. 요나는 매번 그렇다고 항의한다. 요나는 "내가 그럴 줄 알고" 스페인으로 내빼지 않았냐고, 니느웨를 싹 쓸어버리지 않으면 자길 두 번 다시 쓸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사막에 주저앉아 사태가 어떻게 되나 지켜본다.

요나가 야훼의 말을 니느웨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했길래 사람들이 다 회개하고 돌아섰는지 궁금하다. 별로 열심히 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 듣거나 말거나, 뭐 이런 식으로 전했을 거다. 근데 이상하게 야훼를 몸소 경험한 이스라엘 사람들조차 별다른 선지자들이 피토하는 심정으로 전해도 눈썹하나 꿉적하지 않는데 요나의 말은 야훼를 모르는 걸로 추정되는 사람들까지 곧이곧대로 듣는다. 이게 참 이상하다.

암튼, 야훼는 꼴이 난 요나한테 장난을 친다. 뜨거운 사막에 앉아있는 요나에게 박 넝쿨이 자라 올라 그늘이 지게 해 준다. 요나는 기뿐이 째진다. 근데 다음날 야훼는 벌레를 보내 박 넝쿨을 갉아먹어 죽게 하고 거기다 뜨거운 돌풍까지 불게 한다. 요나가 뭐라고 했겠나. 물론 "날 죽여줘"했겠지.

장난기 서린 야훼의 얼굴이 보일듯 말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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