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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_topia님의 [횔더린 - Die Hälfte des Lebens (반쪼각난 삶)] 에 관련된 글.
횔더린의 시 „Hälfte des Lebens“에 관한 몇가지 단상
1.
번역에도 „유물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유물론적 번역“이란 용어가 있다면 아마 번역할 때 작품의 „정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작품의 문자에, 그 몸에, 그 몸의 짜임새(Textur)에, 그리고 그 몸에서 나오는 소리에 주목한다는 말을 담고 있을 것이다.
2.
„Hälfte des Lebens“의 번역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횔더린이 사용하는 낱말의 의미가 생소하다.
2.1 „hänget“
„hängen“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사전에 기록되어 있는 의미를 보자면 ‚달려 있다’다. 이 의미로 첫 문장 „das Land hängt in den See“를 번역하면 ‚들판이 호수(안으)로 달려 있다’가 되겠는데 생소하다. 이 생소함을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 해소할 수 있겠다. 그러나 횔더린이 이 시를 쓸 당시 „hängen“이 가졌던 의미를 보면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 „hängen“은 ‚einen Abhang bilden/경사를 이루다’란 의미로도 쓰여졌다 (Ulrich Knoop, Hälfte des Lebens, Wortgeschichtliche Erläuterungen zu Hölderlins Gedicht, http://www.klassikerwortschatz.uni-freiburg.de/admin_storage/file/literatur/knoop_ulrich_haelfte_des_lebens.pdf 참조)
„hängen“의 이런 의미는 해당 행 소리의 흐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it gelben Birnen hänget
Und voll mit wilden Rosen
Das Land in den See.
1, 2행에서는 올림음(Hebung)과 내림음(Senkung)이 잔잔하고 느릿느릿하게 잇대어 이어진다. 마치 구릉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같다. 마리 루이제 카쉬니쯔(Marie Luise Kaschnitz)가 „Hälfte des Lebens“를 처음 읽었을 때 보덴세(Bodensee) 호수 근방의 풍경을 연상했다고 했는데 (M.L.Kaschnitz: Mein Gedicht, in: Zwischen Immer und Nie, Essays 1971, http://www.zum.de/Faecher/D/BW/gym/hoelder/haelfte.htm 참조) 그 이유가 여기 있지 않나 한다. 보덴세로 이어지는 슈바벤 알프의 산세는 거칠지 않다. 잇달아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구릉지대여서 아늑하다(lieblich).
3행의 소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짧은 내림음 „das“에 길게 이어지는 올림음 „Land“가 따른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잠깐 쉬었다가 „in“으로 넘어간다. 마치 구릉을 힘겹게 올라 잠깐 쉬면서 멀리 펼쳐지는 들판을 바라보는 듯하다. „Land“에 세개의 올림음이 따른다. 근데 그 높이가 천천히 떨어진다. 정상 „Land“에서 최하 „See“로 마치 미끄러지듯이 떨어진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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