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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국정원에 의해서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달되고 이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국정원이 제시한 전문공개 근거의 핵심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어 비밀문서로 지속 유지해야 할 가치도 상실”한 문서로서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공공기록물이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적용되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데 있다.
말은 로고스로서 앞뒤가 맞아야 한다. 특히 정보기관은 말의 앞뒤를 가를 줄 알아야 한다. 정보원이 하는 일이란 게 대체 뭔가? 정보, 즉 intelligence를 수집․획득하는 집단이다. intelligence란 '줄과 줄 사이를 읽고' (inter-legere) 상황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정보기관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이런 ‘읽기’다. 구별과 개념이 전제되는 말의 앞뒤와 위아래를 읽는 일이다.
근데 국정원의 말은 말이 안 된다. 앞뒤가 삐걱하고 위아래가 애매모호하다. 어떻게 국정원이 지키고 있는 비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수 있었지? 내부고발자를 통해서? 내부고발자를 운운하지 않는 것을 미루어보아 비밀유출은 다른 통로를 통한 것 같은데, 윗사람이 지시해서?
비밀유출은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일정한 효과를 갖는다. 비밀(秘密)은 숨겨진 것으로서 당사자 외에 증인이 없다. 비밀은 은밀한 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서로 내통하는 일이다. 수구꼴통들로 하여금 대선 전에 노대통령이 비밀스럽게 북한의 김국방위원장과 내통했다고, 노대통령이 남한 “종북세력”의 수장이라고 (국정원을 등에 업고?) 떠들게 했던 것이 이런 비밀[유출]의 효과다.
남북정상회담이 과연 이런 비밀인가? 비밀(秘密, secretum, secret)과 기밀(機密, arcanum)을 개념적으로 구별할 줄 모르는 국정원이, 뭐라고 해야 하나, 안쓰럽다? 천박하다? 추잡스럽다? 뭐라 해야지? 뺨을 한대 후려 맞을 짓을 하고 있다. 필히 뺨을 맞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권위의 생리상 국정원의 작태를 가만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참신한 보수라면 가만 나둘 수 없는 국가기밀유출행위다.
국가기밀(arcanum imperii, Staatsgeheimnis)이란 개념은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타키투스가 주조한 개념이다. ‘arcanum imperii’로서 제국통치의 이념이 되었고, 클랍마리우스(Clapmarius)의 뒤를 이어 칼 슈미트가 현대국가통치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정립한 보수적인 국가통치 개념이다. 통치자가 지켜야 하는 통치기술이다. 제국의 수장, 즉 황제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서 아우구스투스의 손자를 살해한 것이 제정로마의 국가기밀이었다. 황제(imperator)란 직위를 세속 등에 근거한 인적인 권위와 무관한 독립적인 권위가 부여된 통치기구로 확립하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기밀은 누설 가능성이 항상 있는 비밀이 아니라 유출 되어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훈련된 통치기술이다. "No comment, no denial"하는 기술이다. 근데 박근혜대통령과 그 직속 국정원은 그리하고 있는가? 노대통령을 수구꼴통들로 하여금 ‘종북세력의 수장’으로 몰고 가게 가만 놔두는 것은, 만의 하나라도 박근혜대통령이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있다면, 이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노무현대통령은 개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정권이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공개가 교차하고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권위의 문제다. “이건 너에 관한 이야기다.” (“De te narratur fabula.”) 박근혜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수장으로서의 박근혜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월권하여 대통령의 권위를 모독한 국정원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참신한 보수의 요구다.
근데, 나라의 일이 공론되는 공화국을 지향하는 ‘진보’는 어떻게 이 일에 개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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