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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랑 처가집에 가다

  • 등록일
    2008/09/16 19:36
  • 수정일
    2008/09/16 19:36

내년 3-4월에 식을 올리자고 하셨으니, 이미 신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대구 뿐 아니라 광주도 갔다. 이상한 건 대구보다 더 고향다운 게 광주였다는 거다. 하긴 내 경우에 대구, 라고 발음하면 이상한 불쾌감 때문에 '향수'라는 걸 느낄 여유가 없다. 개인사의 질곡도 그렇지만 대구는 정말 '이상한(기이한) 도시다.' 기형도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 도시는 "이상하다. 수많은 정치인과 함께 시인들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함께'라는 말이 함축하는 시니컬과 기괴함을 난 긍정한다. 거기 살고 있는 우리 아제들, 한나라당과 박정희 추종자들 ... 대구행 버스를 타고 구미를 지나갈 때 쯤 되면 난 배가 아프다. '여기서 내려서 다시 올라 가 버려?!'

 

광주 그녀의 집에는 이번이 두 번째다. 방송국을 퇴직하시고 서예를 하시는 아버님, 평범하지만 단호한 성격을 가지신 어머님, 그리고 두 형수와 형님들. 그리고 어린 조카들. 딸 셋 가진 집이 너무나 오순도순하다. 대구 집에서 온통 찌푸리고, 티비나 보면서 웃던 내가 이 집에 와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웃는다. 참 ... 희안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이번에는 삼촌과 이모도 뵈었다. 모두들 반가워하신다. 아무 것도 없이 공부만 하다가 나이 들어 버린 예비 사위감을 반갑게 맞아 주신다. 고맙기 이를 데가 없다.

 

담배 끊은 지 3주가 다 되어 간다. 처갓집 옥상에서 달을 보며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힘든 소원을 빌었다. "부디 행복하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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