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족발과 채식

  • 등록일
    2008/09/18 23:52
  • 수정일
    2008/09/18 23:52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특히 오늘 같이 하루 종일 김밥 두 줄로, 그것도 학원 수업 가는 버스 안에서 우겨 넣고 쏘다닌 날에는 더하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웬수 같은 고3 놈들이 족발을 떠억 하니 사들고 온다. "선생니임 ~~ 좀 드세요~~" 라고 이죽대는 건지, 권하는 건지 모를 어투로 나한테 말한다. 휴~ 딱 2 조각을 집어 먹고 일어 선다. 뭐 애들 먹는 거를 갖다가 선생이 되어 가지고 퍼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버스 타고 오는 내내 그 음식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 이 얘기를 하자, 불쌍한 듯이 쳐다 본다. 그러나 족발은 없단다. 밤 11시에 무슨 족발이냐, 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에 어깃장을 놓는 이 욕구를 어찌한단 말인가. 집에 들어와서 전날 해 놓은 감자 스프(죽?)을 꺼내서 씽크대 앞에서 마구 퍼먹는다. 정말 묘한 기분.

 

식습관을 바꾸기로 한 결심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완전 채식을 목표로 육식을 조금씩 줄여 가기로 한 게 한 4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남의 살이라면 완전 사족을 못쓰고, 생선회에서 삼겹살, 육회에 이르기까지 상시 복용했던 나로서는 처음에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는데 ... 얼추 몇 년 마음에 삭히고, 몸에 이력을 붙이다 보니 많이 바뀐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그렇다, 뭐 별 수 있겠나.

 

뱀발: 그러고 보니 채식을 하기로 한 건 그녀와 둘이서 니어링 부부를 알고 나서였던 것 같다.  

 

 

독서 소식 하나 곁들이자.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다가, 잠시 내려 놓는다. 뭐 또 변덕이 생긴게지. 프레베르의 시집을 보는 게 순서에 맞는데, [시대와 철학]이 재미있다. 일단 [쇠망사]는 프레베르를 읽고 난 뒤에 보도록 한다. 그 전에 [시철]을 읽고 말이다. 여름호에 실린 논문들이 정말 반짝반짝거린다.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이제부터 내가 이 책, [시대와 철학] 편집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겨울 호부터 나 혼자 본격적으로 작업하지 않을까 싶다.

 

 

 

(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