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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을 대물림할 순 없다

나는 희대의 살인마 전두환이 대통령할 때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갈 때 학력고사를 쳐서 학력고사 세대라고 불렀다. 고등학교 때는 학력고사를 대비한 모의고사를 매월 치뤘다. 전국석차, 전교석차, 반석차가 성적표에 찍혀 나왔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 숫자들 때문에 학교에서 교사에게 매질을 당하고, 집에 가서 다시 부모에게 매맞거나 꾸중을 들었다. 공부 못하는 친구들만 맞는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중상위권 또는 반 1등도 매질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피멍이 빠질 날이 없어 공중 목욕탕에도 갈 수 없었다. 거기다 7시 등교하고 밤 11시 하교하는 새벽별보기 운동으로 잠자는 시간 말고는 모든 시간이 억압의 연속이었다. 기억하기도 싫은 이런 야만의 망령을 이명박 정부는 더욱 살인적인 위력으로 부활시키고 말았다. 일제고사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경쟁에 고통받고, 부모들은 사교육비로 등허리가 휘어지고, 교사들은 해고당하고 있다. 그래도 내 아이만이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피하긴 어렵다. 이런 생각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수 만큼 교육환경은 더 나빠지고 자본주의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임금인상 투쟁을 해도, 오르는 교육비, 의료비,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에겐 이 현실을 바꾸는 정치가 필요하다.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100명 넘으면 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글쎄, 이런 정치에 속은 건 지금 우리 할아버지 세대 이전 부터였다. 오로지 노동자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만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 교육 문제를 노동자 스스로 바꾸기 위해 출발한 것이 평등학부모회고, 지금이 당장 일제고사를 폐지시키기 위해 행동할 때다. 이것은 미래를 위한 투쟁임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들도 "Say No"라며, 일제고사 폐지를 외치며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내 자식 또는 그 학생들의 학부모로서 동지로서 그들의 결정이 억압받지 않도록 함께 싸우고 행동할 것이다. - 김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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