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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해준다는 말에 속지마!


왜 뻔뻔해?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얼마 전 선배 노동자와 함께 찜질방에서 하루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난 운동이 어렵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운동이 어렵네”라는 말이 하도 의아해 말을 주고받았다. 요즘 힘들다고 말한 것인데 위로는 커녕 관심도 없고 “운동이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위원장 시절, 여러 개 사업장을 모아 한 달 동안 파업을 한 적이 있는데 하루, 이틀 파업이 경험의 전부였던 노동자들에게 한 달 파업은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으로 요구를 따내기는 커녕 월급도 못 받고 허송세월 한 것 같은 회의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파업이 계속되자 조합원들이 찾아와 따지기 시작했는데 “너 때문이다. 위원장이 다 해결한다고 하지 않았냐. 어떡할거냐”는 것. 그런데 이 선배는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화를 냈단다. 같이 결정해놓고 왜 책임을 나 한테 돌리냐, 너만 손해 본거 아니고 다 같이 월급 손해 봤다. 나는 대신해 준다고 한 적 없다. 우리 힘만큼 쟁취하는 거다.. 뭐 이런 얘기였다. 들으면서 “참 뻔뻔했네요”했다. 실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든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전하는 선배 노동자는 당당했다. “왜 뻔뻔해? 당연한 거지.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해결해줘. 그
건 거짓말이지” 30년 활동경력을 자랑하는, 이름대면 대충 알만한 그런 선배 노동자에게서 나오는 그 뻔뻔함이란... 무거운 책임감, 지도부가 갖는 고뇌에 찬 결단, 뭐 이런 것은 없었단다. 다만 하나, 노조운동이 ‘자본주의를 뒤집어 엎을 지렛대’라는 것을 기억하고, 행동에 옮기려고 노력했던 것뿐!

심각한 건 대리주의
지방선거가 벌써부터 불붙었다. 선거가 되니 당연히 진보정당들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공약을 제출한다. 한나라당도 심판하자고 한다.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다. 심지어 민주당, 국민참여당과도 연합해 지분나누기에 뛰어들었다. 이것도 한나라당 심판, MB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비판은 다른 지면에서 할 기회가 있을 테고 말하고 싶은 것은 ‘무상급식’도 해주고, 사교육비도 절감해주고, 일자리도 몇 백만 개 씩 만들어주고 한다는 공약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반대하며 교육감에 당선된 한 진보적 교육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능력의 차이? 별로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지배세력과 싸우는데 우리들 사이
에 능력의 차이야 오십보백보다. 이들이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때는 바로 노동자민중들이 일어설 때다. 거리로 나오던, 현장에서 파업을 하던 지배세력들을 위협할 정도의 힘이 있을 때다.
노동자들이 “안되겠다. 뒤집어버리자”고 할 때 쯤 되면, 바로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가질 때가 되면, 그 힘은 막강해 진다. 누구 말을 빌리자면 “노동계급의 해방은 바로 노동자 자신에 의해서” 즉, 대중의 자기권력화다. 노조운동도 마찬가지다. 노조교육의 상식 중의 상식은 ‘자판기 노조 하지 말자’는 것이다. 왜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운동방식이 노조 조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관료주의가 문제인 것은 바로 노동자의 자기권력화를 가로막고, 대중을 동원과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자 정치 10년, 민주노조운동 20년을 넘어서면서 다시금 대리주의를 경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파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지도부가 투쟁을 결의해도 조합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한탄이 들리기도 한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 원인은 ‘익숙해진 해결사’들에게 있다. 해결사 노릇 그만하자.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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