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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공무원노조의 총투표 결정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

공무원노조가 23~24일 양일동안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규약과 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개정될 내용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조합원 지위박탈, “공무원 정치사회적 지위향상”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공무원노조는 노동부가 해고자, 강령 전문 등을 이유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합법성을 보장받은 뒤 투쟁하겠다”고 하면서 노동부의 시정요구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노동조합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조차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선 해고자들은 “정권의 하수인 이기를 거부하는 공무원 노동자”를 선언하고 정권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지키고 공무원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 투쟁해 온 조합원, 노조간부들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보장받은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오히려 조합원들은 ‘투쟁하다 해고라도 되면 노조에서도 제명’이라는 인식으로 조직 활동은 위축될 것이 뻔하다. 또한 정권이 휘두르는 징계의 칼날은 노동자들을 정권에 하수인으로 길들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결국, 노조는 있으되 노동자의 투쟁도 원칙도 권리도 없는 유령노조, 어용노조가 득세할 것이다.
동시에 이명박 정권이 벌이는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행위의 본질은 ‘노조죽이기’다 . 저들은 ‘노조는 필요없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지배세력들이 만든 노동권 보장이라는 헌법조차도 휴지조각이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가 합법성을 우선에 둘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질 뿐이다. 되돌아오는 것은 노조설립신고서가 아니라 더 많은 굴복이다. 그리고 ‘지배세력의 손과 발이 되라’는 명령 뿐이다. 특  전체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와해 공격이 전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고자들에 대한 조합원 자격 박탈은 사용자들이 노조탄압을 위해 악용하는 전례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공무원노조는 출범과 동시에 스스로 부정부패로 악취나는 정치 권력자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다른 길은 바로 노동자의 길이다. 그 길을 함께 투쟁해왔던 노동자들을 버리고 갈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이다. ‘합법성을 보장받은 뒤 투쟁하겠다’는 것 역시 노동자의 길은 아니다. 이를 두고 총투표를 거부하는 것, 총투표를 부결시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해선 안된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정부에게 굴복하면서, 해고자들을 내쫓으면서 노조를 인정받아 민주노조운동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에서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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