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학은 마이더스의 손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수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고 싶어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어떤 것을 가지고 어떻게 살든, 돈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선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돈을 집어넣기가 참으로 어려운데도 아낌없이 돈을 바치는 곳이 있다. 서로 돈을 내려고 줄을 선다. 그것은 바로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대학이다. 대학은 마음만 먹으면 돌조차 황금으로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평생 끌어 모은 수 억 원의 김밥 할머니 돈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시쳇말로 ‘신의 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률은 전체 대학교육의 비용 중에서 20% 정도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신의 손’은 재단전입금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등록금이라는 돌을 주물럭거리면서 어떻게 황금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급기야 대학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대학생 수가 줄기 시작해 향후 50년 안에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하니, 대학의 재정대책은 조만간에 등록금 2,000만원 시대 혹은 3000만원 시대를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약 8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냈다. 투표권을 가진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값시대를 꿈꾸거나 혹은 10% 이상의 구조적이고 장기화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CEO라는 환상에 빠져들어 이명박 후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런 대학생들의 꿈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이명박 정권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대학의 자율적 사안인 등록금에 대해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전,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자, 노무현 정권조차 실현하지 못했던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려 했던 이명박 정권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대학생이 4년 동안 무려 4,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가 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었다. 아마도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취업해서 돈을 벌어 갚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 실업과 빚의 고통을 동시에 겪어야 한다. 이런 고통의 늪에 누가 빠져들겠는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졸업을 계속 연기하는 것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일진대.
그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공부하면서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교육을 보장하고 있는 이상, 대학교육까지 의무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의무교육으로 하여 무상교육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대학 등록금을 1,000원으로 하면 어떨까!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립자치대학(UNAM)의 한 학기 등록금이 1페소(약 100원)였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이 등록금만 무상이거나 싸다고 해서 대학생활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부모와 독립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생활인이다. 그들은 노동력을 갖추어 나가는 예비 노동자이다. 그들에겐 적지 않은 생활비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생활임금을 받아가면서 살아갈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 대학생들이 임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사회, 취업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주체적으로 계발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돈이 없어도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사회다.
    김영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