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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3
    [대표칼럼]상상을 뛰어넘는 국가폭력, 무기력한 민주노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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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칼럼]상상을 뛰어넘는 국가폭력, 무기력한 민주노조운동

20일 자살을 시도했던 쌍용차 노동자의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한 노동자에게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폭력의 실상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이들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동시에 너무도 잔인한 국가의 폭력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던 노동자운동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노동자에게 작업장은 생명과 같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저들은 해고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죽여 놓고 다시 부관참시라도 하듯 2번, 3번 죽음으로 몬다.
지난 77일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위대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권과 자본의 잔인한 폭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최루액, 공기총, 급기야 제2의 용산참사를 각오한 특공대 투입은 그야말로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1시간 간격으로 틀어대는 선무방송과 경찰의 강제진압을 훈련하면서 내는 소음, 음식물과 의료품 반입을 막는 것도 모자라 자행된 단전단수는 물리적 진압보다 더 잔인한 폭력이었다. 
그래놓고도 ‘불법폭력’을 운운하며 ‘법과 원칙’을 들이대는 시점에서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한국사회에, 야만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이 자본주의에 다시 한번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정권과 자본의 살인적 공격 앞에서  쌍용차 동지들의 싸움은 영웅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달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쌍용차 동지들은 민주노총의 요구인 총고용보장을 외치며 사력을 다한 투쟁을 하면서 “안시성”의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고립된 성 앞으로 15만 아니 80만의 지원군이 달려와 연대의 함성으로 쌍용차 공장에 승리의 깃발을 펄럭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쌍용차노동자들은 총고용보장 투쟁지침에 의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대리전을 치루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싸워야 할 노동자들은 평택에 없었다. 휴가를 반납하고 모여든 정치사회단체들의 힘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깃발과 소수 간부들뿐이었다. 모두들 쌍용차가 무너지면 자동차산업 전반으로, 전체 노동자들로 자본의 융단폭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떠들어대면서도 그에 걸맞은 투쟁은 선언만 존재할 뿐 조직되지는 않았다. 소위 중재단은 고립된 성에 갇혀 용산참사와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자본과 정권의 태도에 절망한 노동자들에게 항복문서를 가져다 줬다. 눈물을 머금고 협상에 도장을 찍은 노동자들의 심정을 어찌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은 그렇게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한 노동자들에게 전망을 제시하기는 커녕 더 절망스럽게 만들고 있다. 보수언론의 강성노조, 외부세력 구도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운운하고 있고, 강성노조로는 안된다며 자본가들의 만들어놓은 법과 제도를 넘어서는 노조운동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것도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한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대목에서는 그저 20년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의 역사 앞에 한없이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자살을 시도했던 노동자는 경찰의 허위자백을 강요하는 수사에 분노하기보다 그 말을 믿고 허위진술을 했던 자신을 탓하며 생을 마감하려 했다. 그 노동자 역시 파업에 함께 했던 사람이다. ‘함께 살자’고 절규했던 그 노동자에게 허위진술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가. 77일간 총자본과 그토록 치열하게 투쟁했던 쌍용차 노동자들과 총노동의 전국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함으로 인해 잔인하고도 잔인한 저들의 폭력 앞에 방패하나 없이 세워두고 있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 연대성 복원이 절실해진다. 민주노조운동이, 전체변혁운동이 지독할 만큼 아파야할 것 같다. 

양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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