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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앳미 - 아네스 자우이(2004)

* 이 글은 해미님의 룩앳미 내 목소리로 말하기

   사슴벌레님룩앳미,

   리버미님의 룩앳미-인간관계내 권력들여다보기에 관련된 글입니다.


 

 

 

한가한 토요일, 집에 있으면 뭐하나싶어 그냥 혼자 나가서 봤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등장인물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다. 가만히 보니 영화"타인의 취향"의 매력적인 "마니"(아네스 자우이)였다. 그 옆에 보니 같은 영화의 대머리아저씨(장 피에르 바크리)도 있네?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둘이 부부이며 시나리오작업도 같이 했다고 한다. 암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아네스 자우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행복한 일이다. 왜? 너무 매력적이니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해미님이 아주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다. 그 사람의 권력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조그마한 권력조각을 쥔 사람이 타인의 호의를 진심으로 바라보기란 훨씬 더 어려운 것임을 이 영화를 통해 실감했다.

 

영화의 후반부, 실비아선생과 세바스티앙은 에띠엔의 권위의 城(?)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는 길을 택한다. 멋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나라면 과연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레니가 군훈련소에 입대했을 때 차렷!이라는 구령에 자신의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보냈던 20여년의 교육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구나"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듯이, 나도 20여년간 권력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최대한 적응할 것을 교육받아왔다. 내게 있어서도(특히, 내 몸에 있어) 권력은 여전히 저항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순응해야 할 대상이다. 그것이 아무리 미시적인 권력일지라도.

 

그런데 애매한 것은 에띠엔느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다. 주인공 롤리타의 아버지인 에띠엔느는 극히 자기중심적인 인간이기에 주변 사람들을 자기가 소유한 권력으로 붙들어매어두고 상처를 입히지만, 그가 하는 많은 행동들은 때로는 예쁜 악동처럼 코믹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권력은 취향의 문제는 아닐터인데... 감독은 에띠엔느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참, 위에서 레니를 인용한 것은 영화를 보고나서 광화문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레니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예의 그 김영하스러운 웃음을 짓고서 내가 나온 극장안으로 사라진 레니... 마치 화장실칸에서 나오다가 마주친 친구처럼 어색했다. 그때가 눈이 흩날려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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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2005년 운세를 봐야지~

* 이 글은 알엠님의 [2005년 운세를 봐야지~] 에 관련된 글입니다.

 

난 이걸로 나오던데, 

강력한 발전의 운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애정운, 금전운, 건강운은 대략 맞는 듯~~
그 중 건강운은 이미 실현되어 오늘 의사로부터 신경성위염 진단을 받고 말았다.ㅡ.ㅡ;

역시 이런 거 만드는 사람들은 머리도 좋아. 모든 사람들로부터 대략 맞는다는 반응이 나오게 잘 만들어놓았으니...


여수 (女宿)

강력한 발전 운으로 가득
만물을 통찰하는 초인의 별

* 올해의 운세
별들의 이동으로 운세가 새롭게 전개. 강력한 발전 운이 기다리고 있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강인하게 목표에 도전해 봐도 좋은 듯. 하지만 주변 여건이 불확실하고 용기가 안 난다면 그냥 안주해도 무리는 없다. 단, 얻는 것이 적을 듯.

* 애정운
이성에게 쉽게 빠지진 않지만, 사랑에 강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속을 싫어하여 결혼을 빨리 하진 않는다. 한번 정을 주면 정열적인 사랑을 하므로 기혼자의 부적절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 금전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일해서 저축할 때 보람이 크다. 불확실한 종목보다는 확실한 종목의 재테크가 성향과 운에 맞다.

* 건강운
장수 체질이나 신경성 위장 질환이 찾아올 수도. 무리한 생활이나 운동을 하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생길 수도 있다. 체중 관리는 기본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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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아침...

토,일요일의 여파로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고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왠지 침체된(?) 새해 아침입니다.

 

어제 이러나, 행인, 스머프, 현근, 리버미님과의 오프 모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어제 괜히 오바해서 아침부터 몸 여기저기가 쑤시는군요. 이제 드디어 저도 望 而立이 되었소이다. 드디어 내년에는 孔子가 제 나이에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개인적으로 목이 빠져라 애타게 기다리던 독립을 해야 할 듯 하오~! ^_^a

 

띠동갑인 행인님 현근님은 2005년에도 사이좋게(?) 잘 지내시길 빌겠고

지금까지 자신이 언니라는 스머프님의 말은 왕구라(!)임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으니

스머프님은 향후 리버미님께 갓 지은 밥을 대접해 드리세요.

안 그러면 (이러나의 별자리운수책에 의하면) 10년간 재수없답니다. 크하핫~~

이러나는 서울생활 잘 마무리하고 낙향을 준비하시기를... 지리산은 이러나의 제2의 고향 맞죠. 맞지? 0_0;

 

참, 아침에 들어와서 확인을 해보니 hit수가 10,000을 넘어섰네요.

허~~ 이런 경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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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연재물 블로그

요즘들어 연말분위기에 편승(?)하야 책도 읽히지를 않는다.

사무실에서는 요 며칠간 갑작스럽게 일이 줄었다.(디즈니의 "애들이 줄었어요"도 아니고, 일이 줄다니...) 그리하야 사무실에서도 눈치를 보며 진보블로그에 들어와서 기웃거린다. 여차하면 Alt+Tab을 누르지만 말이다.

 

요새 진보불로그에서 재미있는 연재물들이 몇건 보인다. 그래서 블로그에 접속하면 먼저 그 분들 블로그에 들어가서 연재물이 새로 업댓되었나를 살펴본다.(아빌론을 깔았는데, 피드가 많아져서 그런지 요즘에 아빌론을 띄우면 내 컴퓨터가 버벅거리다가 공포의 푸른화면을 보일때가 많다-_-;;)

 

먼저, 아이비님의 중국여행기다. 11월말에 한국을 출발하여 북경, 정주, 서안, 청두, 광저우를 거쳐 지금은 홍콩에 머물고 계시단다. 중국 남부를 조금 더 돌고 베트남으로 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나도 꼭 해보고 싶은 여행중의 하나다. 아마도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을 통해 간접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 아닌가? 특히 하루하루 들어간 경비를 정리해 놓은 게 나중에 많은 분들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서안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리셔서 요즘에는 사진이 잘 안올라오고 있다.(우째 그 비싼 카메라를 잃어버렸는데도 무사태평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간다.-_-a)

 

두번째로는 기혜님의 블로그다. 모일간지의 기자님인데 자신의 습작(시+소설)을 취재뒷이야기와 곁들여 간간이 올리고 있다. '제의'라는 엽기적인(?) 시를 올린 후, 지금은 '인생역전'이라는 연재소설을 2번에 걸쳐 올리셨다. 주인공 박검사의 흥미진진한 일대기가 부디 끝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불로거들이 소설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면 아마도 글을 올릴 의욕이 배가될 것 같은데... 암튼 기대된다. 갈막님의 '한증막연가'이후 시작된 문학연재물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네오스크럼님의 '좌파적 상상력'에 연재되는 글들이다. 본인은 '노동자의 힘'기관지의 세상야사코너에 연재되었던 것을 퍼왔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글들이라 재미있다. 11월들어 잘 안 올라오다가 최근에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나는 글은 영국그룹 츔바왐바에 얽힌 이야기하고, 최근의 검열과 금지곡들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요즘들어 예술사진을 자주 올리고 있는데, 버스정류장을 한달간의 시차를 두고 찍은 게 기억이 난다. 참, 여행가서 찍은 파란 하늘사진하고.

 

참,  뻐꾸기님의 공장의사일지도 있었구나. 보건의료쪽은 잘 몰라서 글을 읽을 때마다 생경하다. 얼마전 올해 마지막 공장방문을 가셨다던데, 내년이 되어야 연재가 다시 시작될 것 같다.

 

이외에도 많다. 리버미님의 'K의 방'이나, 씨앗님의 여성주의관련글, 야스피스님의 (나같은 사람은 쓸 생각도 못할)정세나 동향분석연재, 행인님의 구라연재, 달군님의 그림연재, 사슴벌레님의 음악연재(이 집은 완전 쥬크박스다), 알엠님의 향기로운 우물같은 삶의 이야기 등등. 홍~~ 그러고 보면 다들 자신의 개성에 맞는 연재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군요?

 

처음 이글을 쓸땐, 요새 내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연재물만 몇개 뽑아서 정리해보려고 시작했는데, 글이 이상하게 꼬여버렸군. 어쩐다냐? 참, 신기섭기자님페이요기자님의 블로깅 휴식은 저로선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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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의 고기압

진보넷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연말 급박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기도 했고,

불로거중 바쁜 몇몇이 포스트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며,

불로거들끼리 서로 피드백(덧글,트랙백)을 주고 받는 일도 뜸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일간은 블로그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오늘부터 옛 유명필자(?)들이 하나둘씩 글을 올리기기 시작했고,

새로 둥지를 튼 불로거분들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글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나에게 불로깅의 고기압이 밀려들고 있는 것일까?

BSI(Blog-satisfaction Survey Index)가 드디어 100을 넘어섰다. 크하하핫(헉 썰렁...ㅡ.ㅡ;)

 

진보불로그라는 공간에서 나처럼 뻘소리를 해대는 인간도 하나쯤은 필요한 게 아닐까?

추운 방구석에 앉아서 혼자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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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 미야자키 하야오(2004)

* 이 글은 노란리본님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 탈주선님의 [빗나간 느긋함] , 여우비님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시와님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엔데노이넷님의 [하울의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성] 에 관련된 글입니다.

 

 

모처럼만에 본 재미있는 에니메이션이었다.

오늘 여자친구하고 손 붙잡고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극장에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연인들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저씨 아줌마까지...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나 메시지측면에서 꽤 성공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영화음악을 함께해온 '히사이시 조'여서 그런지 영화음악이 가장 좋다. 영화전편에 흐르는<인생의 회전목마>라는 왈츠는 특히 그렇다. 

너무 산만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왜"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영화를 본다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이런 황당한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본다면 코믹하다 못해 뒤집어진다. 특히 영화의 맨 마지막에 밝혀지는 허수아비아저씨의 정체란~~^^

애니메이션의 문제는 역시 기획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든 기획진들은 수년간 수많은 나라들의 전설과 민담을 채록하고 조사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 중 황야의 마녀, 불의 악마 캘쉬퍼 등등의 캐릭터만 놓고 봐도 그렇다. 그것은 아마도 일본 내부에 쌓여있는 인문학적 내공을 통해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맘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외부의 지식을 자신의 능력을 통해 가공한후 아무런 댓가도 받지않고 일본내부에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지식노동자층이 두터운 한 일본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밝다하겠다.

 

헉!!! 이 글 쓴 다음에 이 영화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 원작소설이 있었네?!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986년 영국에서 출간된 판타지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미국에서는 2000년에 번역 출간됐다. 2000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다시 일선에 복귀하도록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출처:인터넷서점 알라딘) "란다. 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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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령옥 - 관금붕(1991)

 

배우 완령옥

 

영화를 본 후, 완령옥은 전통적인 여성상과 신여성 사이의 경계를 위태롭게 걸어간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시작부분 사우나탕의 부르주와 남성들간의 대화장면에서, "야한 역은 완령옥이 제격이지"라는 말은 데뷔초기 완령옥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는 말이다. 완령옥은 풍부한 표정연기(당시에는 무성영화의 시대였으므로)를 통해 요염한 첩, 상류층 여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이후 완령옥은 사실주의적인 극영화에 출연하면서 강인한 신여성의 이미지로 변화해간다. "강인한 공장여성노동자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표하는 감독에게 립스틱을 지우며 "할 수 있다. 내가 책임진다"며 완령옥은 배역을 따내고 <현대3여성>, <신여성> 등의 작품에 출연한다.



신여성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극 중의 "신여성"이라는 것이 요즘 우리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설퍼보이는 전근대여성으로 그려진다는 데 있다. 이것은 당시와 현재 사이의 엄청난 사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러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영화속의 "신여성들"은 비극적인 최후(자살하거나, 맞아죽거나, 병으로 죽거나...)를 맞는다.

 

영화속의 완령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하녀로 일하는 부잣집 아들인 장달민과 어린시절부터 동거해 왔으나, 그의 도박, 술, 여자문제로 지쳐서 그를 떠나 부유한 영화제작자인 당계산과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여성>의 감독인 채초생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장달민, 당계산과의 스캔들사건이 터지자 자살하고 만다.

 

완령옥이 주연하고, 채초생이 감독한 <신여성>은 스캔들로 자살한 한 여배우의 일을 극화한 것인데, 채초생은 "신문기자들이 그녀를 죽였다"고 말하며 자신의 분노를 표현한 바 있다. 당시의 사회나 현대의 사회나 "착한 여성상"에서 벗어난 여성은, 특히 그녀가 공인이라면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

 

완령옥은 이런 사회분위기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은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당시 "완벽한 가정(남편, 아내, 그리고 아이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족?)"이라 간주된 가족형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장달민과 결혼하지 못하자 양녀 소옥을 입양하여 키웠고, 장달민 혹은 당계산과의 결혼을 원하기도 했다. 자신의 욕망이 사회적 편견과 맞부딪쳐 힘들고 지치고 자신감이 없어질 때마다, 친구들에게 "제가 좋은 사람인가요?"라고 되물었던 건 아니었을까?

 

완령옥에게 자신을 구원할 새로운 남성을 찾지말고 혼자서 저 길을 걸어가라고 말하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 에혀~

 

못난 남성 장달민 + 바람둥이 당계산 + 소심남 채초생

 

영화에는 3인의 남성이 등장하는데, 그 중 장달민은 가장 황당한 인물이다. 누가 뭐라 말려도 난 얘만큼은 용서가 안된다. 얘는 한마디로 무뇌아다. 부잣집 도령으로 태어난 이 인간은 집이 몰락하자 완령옥과 살게 되는데, 완령옥이 벌어오는 돈을 도박과 술, 여자에 탕진하며 살아간다. 이에 지친 완령옥이 당계산과 가까워지자 "돈주면 헤어지겠다"고 말하며 돈을 뜯어간다. 마지막에 스캔들을 터뜨려 완령옥을 궁지에 몰아놓고는 "아직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또라이다. 완령옥이 자살하자 완령옥, 장달민, 당계산 3인의 이야기로 극본을 써서 팔아먹고, 영화화시키기도 한단다. 그나마 이런 인간이 폐암에 걸려 일찍 죽은 건 인간세상에서 더이상 민폐끼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었겠지?

 

영화제작자로 등장하는 당계산은 돈많은 부르주아이며 소문난 바람둥이이기도 하다. 완령옥 가족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고 정성을 보이지만, 본부인과 이혼할 마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 완령옥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구심이 든다. 완령옥은 이런 당계산을 정말 사랑했을까?

 

남자배우중에 가장 괜찮은 놈이 채초생이다. 완령옥을 죽음으로 몰고간 영화 <신여성>의 감독이기도 한 채초생은 대사나 행동, 이후의 행적을 보면 사회주의자일 것 같다. 하지만 검열에 걸려서 영화의 일부를 자르라는 당국의 명령에 순응하기도 하고, 같이 홍콩으로 도망가자는 완령옥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일면을 보이기도 한다.

 

인상깊은 점 : 다큐멘터리기법을 곁들인 점

 

장만옥, 유가령, 양조휘 등이 당시의 일을 극으로 재현하는 것이 중심기둥이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관금붕감독이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당시 배우로 활동했던 실존인물들의 인터뷰내용이 흑백톤으로 삽입되어 있는데, 이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완령옥을 데뷔시킨 손유 감독이 완령옥의 앨범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다. 조선인 배우 김염처럼 문혁때 고생했었고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풍을 심하게 앓아서 말을 할 수 없는 감독 손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완령옥 :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채초생을 바라보며) 그렇게 앉는 걸 좋아하나요?

-채초생 : 중국인들의 2/3는 이런 습관이 있지요. 나리들이 일을 보러 들어가면 이렇게 문간-에 앉아 기다리다가, 때리기라도하면 그냥 앉아서 맞는거죠.

-완령옥 : (웃으며) 그리고 그렇게 앉아서 쉬기도 하지요.

-채초생 :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앉아보았죠?

-완령옥 : 데뷔했을 때요. 저는 단역이라 제 차례가 올 때까지 그렇게 앉아 기다리곤 했지요.

-채초생 : 한번 이렇게 앉아봐요.

(그리고 나란히 쪼그려 앉은 뒷모습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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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도 없이 시간만 가버렸다.

12월들어 내가 그동안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연말이라 이사람 저사람 만나게 되고 이모임 저모임 나가다 보니, 한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올해는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무언가 보오람찬~ 일로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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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스웨씨를 다시 만나다.

오늘은  마웅저씨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지난달 모임장소를 마웅저씨의 집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웅저씨는 최근 이사를 했다. APEBC(버마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한국내 버마이주노동자들이 태국메솟지역의 버마난민아이들을 위한 무료학교에 매월 일정금액의 돈을 송금하는 모임)일이 커지면서 버마이주노동자들이 돈을 각출해서 부천에 APEBC를 위한 사무실 겸 살림방을 하나 임대했던 것인데, 마땅한 벌이가 없는 마웅저씨가 그곳을 관리하면서 살게 된 것이다.  

마침 오늘 '모 스웨'씨도 마웅저씨의 집에 오기로 되어 있단다. 얼마 전 모 스웨씨는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다음주에 태국으로 돌아간다. 일정 중 짬을 내어 버마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들르는 것이다. 태국에서 만난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APEBC사무실은 반지하방인데 넓으면서 따뜻해서 좋다. 마웅저씨가 나더러 방에서 앉아서 읽어보라며 책 몇권을 건네준다. 그사이 부엌에서 마웅저씨가 무언가를 지지고 볶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고 드디어 모 스웨씨도 도착했다. 면도도 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춥고 피곤해 보인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꽤 많았나보다. 그리고 따뜻한 태국에 있다가 엄동설한의 한국에 왔으니 얼마나 추울까? 마웅저씨도 한국의 추위에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하던데 말이다.  

마웅저씨가 차린 밥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이 사람이 요리를 이렇게 잘하는지 미처 몰랐다. 더구나 버마음식을 한국사람의 입에 맞게 약간 변형시켰다고 하는데, 정말 내 입맛에도 딱 맞았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주노동자들과 모 스웨가 재미나게 대화를 한다. 모 스웨는 첫인상은 영락없는 푸근한 옆집아저씨인데, 말을 한번 시작하면 그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주노동자들도 귀한 손님에게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가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버마말은 내 옆에 앉은 마웅저씨와 피요씨가 통역을 해주었다. 술안주로 놓인 과일들을 가리키며 누군가가 사람들은 버마사람들인데 과일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다(정말로 상 위에는 미국에서 온 포도, 한국에서 온 귤과 사과, 태국에서 온 처음보는 과일깡통이 놓여 있었다)고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듯이, 멀리 생경한 이국에까지 와서 고생하는 버마이주노동자들이 오늘 그 자리에서만은 참 행복해 보였다.

태국 메솟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한가보다. 그는 버마이주노동자들을 규합해서 평등노조를 조직했다가 메솟일대의 기업주들이 태국경찰에 고발을 해서 사무실이 박살이 났단다. 물론 그가 운영하던 노동자 무료진료소도 침탈을 당한 건 물론이다. 태국 인권위에 진정을 한 상태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단다. 이주노동자의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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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선방했나?

오늘도 송년모임에 끌려갔다가 무사히 도망나오다.

저녁에 술마실 걸 생각해서 세탁소에 맡기기 직전의 양복을 다시 입고 어제 입던 와이셔츠도 그대로 입고, 중간에 도망쳐나와야 하기 때문에 코트도 입지 않고 가방도 일부러 안 들고 출근하다. 근데 오늘 아침은 왜 이렇게 춥냐.-_-;;

퇴근하고 고깃집에서 이루어진 1차는 맨끝자리에서 술상 아래에 컵2개를 숨겨두고 남들이 안 볼 때 술을 버리고(옆에 앉은 모과장도 술을 잘 못하기 때문에 둘이서 버려대니 금방 차더만... 1차끝날때까지 물컵5개 채워부럿따~!) 무사히 1차를 통과했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미쳤는지 먹고 죽자고 덤비는 인간이 왜 이렇게 많냐.

2차는 평소 요주의 인물인 모차장의 주장으로 노래방으로 곧바로 직행. 일부러 자켓을 입고 있다가"이 타이밍에서 도우미 들어오겠군"이라는 생각에 화장실 간다고 둘러대고 탈출성공. 희유~~

요즘은 회식문화가 "고상한 분위기에서 여유있게 맛난것 먹자"식으로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극소수의 술자리는 아직 이런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지연과 학연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일수록 더욱 심하다. 그런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요령껏 피하고만 있는 내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암튼 핸드폰끄고 지하철타고 집에 오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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